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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환 18년 만에 조국에 묻히는 동학장군 유골

중앙선데이 2014.06.14 23:18 379호 2면 지면보기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확인된 동학군 장군이 사용했던 칼(왼쪽). 1996년 일본 홋카이도대가 한국에 반환한 동학군 장군 유골.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머리)’이라는 일본어 붓글씨가 씌어 있다. 전주 역사박물관이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사진 ‘문화재제자리찾기’]
구한말 동학군 장군의 유골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반환된 지 18년 만에 안식처를 찾게 된다. 그동안 유골을 보관해온 전주 역사박물관 측은 동학혁명 120주년인 올해 안에 동학군이 승리를 거둔 전북 정읍시 황토현 전적지에 유골을 안장할 방침이다.

보관 중인 전주박물관 “연내 황토현 안장” … 육사선 당시 지도부 사용 칼 발견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머리)’이라는 일본어 붓글씨가 적힌 이 유골은 1906년 일본인 사토 마사지로가 진도에서 수집했다. 이는 1995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에서 발견돼 이듬해 전주 역사박물관에 전달됐다. 하지만 동학 관련 단체들 사이의 이견으로 안장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박물관 수장고에 방치돼 왔다.

 동학혁명포럼(사무총장 최운성)과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는 동학군 전봉준 장군 전주성 입성 기념일을 맞아 지난달 31일 전주 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안장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동희 박물관장은 “유골을 박물관에 위탁한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측에서 올해 안에 반드시 안장하겠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고 전했다. 이 관장은 “황토현 전적지에 안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정읍시도 안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협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동학혁명포럼 최 사무총장은 “100년도 넘게 조롱을 받아온 동학 지도자의 유골이 18년여간 수장고에 방치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안장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제자리찾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앞서 지난달 19일 전주 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유골 상태를 확인했다. 이들은 동학군 장군 유골을 박물관에 18년째 방치하는 행위는 형법 161조 ‘사체 보관 및 유골 영득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보고 지난달 29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혜문 스님은 “이번 기회에 각 단체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안장을 확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학군 장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칼도 발견됐다.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이 보관해오던 것이다. 칼집에는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구제하기를 맹세한다(서원 보국안민 광제창생)”고 쓰여 있다. ‘보국안민 광제창생(輔國安民 廣濟蒼生)’은 동학군이 1894년 전국적인 봉기를 일으키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갑오 동학운동의 기치였다. 칼집의 다른 면에는 “북두칠성님에게 비옵니다. 악을 징벌하고 선함을 떨치고자 발원합니다. 한울님(상제님)께서 굽어 살피소서(北斗如來 法前 伐惡 揚善 以安天下 玉皇上帝 下監)”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 칼은 동학군 지도부가 거사하면서 맹세를 다짐할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칼은 2009년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이 구입했다. 2012년 12월 육군사관학교 주최 ‘조선의 도검전’에 출품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 칼은 일반인 출입제한 등으로 주목받지 못했으며 동학군과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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