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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지지율 엎치락뒤치락 … 물밑선 차기 향한 마이웨이

중앙선데이 2014.06.14 23:27 379호 4면 지면보기
문재인 의원(왼쪽부터)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 뒷편 VIP 테이블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희호 여사 옆에 자리잡았다. [뉴시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문재인 의원은 이를 묵묵히 지켜봤다. 12일 야권 대선 주자들이 총출동한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식’에선 6·4 지방선거 후 달라진 주자들의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방선거 이후 요동치는 야권 대선 지형도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념식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유지를 기리는 자리였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800여 명이 몰렸다. 야권에서 지지율 1~3위를 다투는 ‘빅3(박·문·안)’ 외에 손학규 상임고문, 안희정 충남지사, 정동영·정세균·김두관 상임고문 등도 함께했다.

이 중에서도 DJ계 인사들의 환영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재선 고지를 달성한 박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행사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서울시의 수장이자 ‘행사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개회사를 낭독했다. VIP 테이블에선 이희호 여사의 바로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박 시장은 행사 도중 다른 테이블들을 돌며 인사를 나눴다. 박지원 의원은 박 시장이 다가와 인사말을 건네자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안다더니…”라고 중얼거렸다. 사회운동가였던 박 시장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처음 당선돼 대중 정치인이 된 지 3년이 흐른 걸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문 의원은 ‘빅3’ 가운데 가장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후 8시가 되도록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날 마이크를 잡진 못했다. 문 의원의 측근은 “지난해엔 주최 측이 건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올해는 지방선거 당선자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돼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테이블에 앉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회자의 제안으로 건배사를 하자 옆에 앉은 김한길 공동대표를 향해 “(세월호 참사로) 건배사를 금지했는데 오늘 풀리나요?”라고 물었다. 안 지사는 지방선거 후 친노 진영의 또 다른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빅3’ 중 가장 늦게 입장했지만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만찬도 하지 않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문 의원과도 간단한 인사만 했을 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안 대표는 올 3월 6·15남북공동선언을 뺀 당 정강·정책 초안을 제시했다가 번복한 적이 있다. 그는 지방선거 후 “당력을 광주시장 선거에 집중해 인천과 경기를 놓쳤다”며 자신을 공격한 박지원 의원과 “(지방선거 때) 수고하셨다” “감사하다”며 짤막한 인사를 나눴다.

박원순, 호남서도 안철수 제쳐
이 같은 모습은 요동치는 야권의 차기 대선 지형과 무관치 않다. 변화는 여론조사에 반영된다. 2012년 대선 이래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 대표가 뒤로 처지고, 박 시장과 문 의원이 1, 2위를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왔다. 리얼미터의 9~10일 조사(박 18.7%, 문 14.4% 안 11.2%), 문화일보의 8일 조사(박 14.2%, 문 10.3%, 안 8.8%), 한길리서치의 8일 조사(박 15.3%, 문 14.2%, 안 8.4%) 등이 그렇다.

안 대표의 지지기반이던 호남에서도 박 시장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다. 문화일보 8일 조사에서 박 시장은 호남에서 27.7%의 지지율을 기록해 21.5%의 안 대표를 제쳤다. 리얼미터 5~6일 조사에서도 박 시장은 호남 지지율 23.3%를 기록해 안 대표(21.6%)를 오차 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문 의원의 지지율은 17.7%였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안 대표의 지지율은 광주시장 전략 공천,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때 많이 빠졌는데 지방선거 후에도 지지층이 많이 빠져나갔다”며 “대신 안 대표와 지지층이 일부 겹치던 박 시장이 치고 올라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지율 변화에 대한 주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박 시장은 10일 지지율 상승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그건 (기자) 여러분이 분석해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덧붙였다. “특별하게 뭘 했다기보다 시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을 반듯하게 꾸려가는 것, 서울시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평가해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은 오로지 서울, 오로지 시민이다.”

안 대표는 겉으론 담담한 모습이다. 그는 10일 기자들이 지지율 하락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 전부터 그쪽은 그렇게 신경 쓰거나 그러지 않는다. 남들이 했던 것을, 열 배로 압축 경험을 한다고 생각한다.”

안 대표의 측근이 말하는 속내는 더 솔직하다. “박 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일 뿐이다. 박 시장은 자리를 깔아주지 않으면 대선에 안 나올 스타일이다. 우리로선 하던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시험을 치르지 않는 평소엔 국·영·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밖엔 도리가 없잖나.”

문 의원 측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리얼미터 5~6일 조사에선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지지율 1위(문 의원 15.8%, 박 시장 15.2%)를 기록했다. 문 의원 측근의 말이다. “묵묵히 일해온 결과다. 문 의원은 지방선거 기간 전국 기초단체만 50~60곳을 다녔다. 경북에 갔더니 그곳 후보가 ‘중앙당 선대위원장이나 명망가 중에선 처음으로 오셨다’며 감격해하더라. 우리는 그만큼 박빙이거나 어려운 곳을 주로 찾았다. 부산·경남만 간 게 아니다.”

지방선거 당시 문 의원의 유세 일정을 보면 안 대표가 주력한 광주엔 한 번도 가지 않은 대신 대전·세종시 등 충청권을 자주 찾았다. 지역기반 확대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의원의 블로그엔 이런 글이 있다. “여기 불쑥, 저기 불쑥, 대한민국 전역을 도는 문 의원을 보고 인터넷상에선 ‘문길동’이라고 칭하기도 하더라고요. 총 이동거리 3756.6㎞!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대략 410㎞인 걸 생각하면 열심히도 뛰었지요?”
 
지지율 격차 고만고만 … 뒤집기 순식간
3인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1~3위는 쉽게 뒤바뀔 수 있다.

박 시장의 행보는 이미 넓어지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시정의 기조는 안전과 복지이며 이 두 가지를 뒷받침할 ‘창조경제’, 즉 성장”이라며 보수에게도 먹힐 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실사구시 생각을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키워드인 창조경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경제부시장에 경제전문가를 쓰겠다는 뜻도 밝혔다.

11일엔 정무부시장에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낸 486 정치인 임종석 전 의원을 내정했다. 과거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근태(GT)계 인사 기동민씨를 정무부시장에, 연세대 총학생회장·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 권오중씨를 정무수석으로 썼던 ‘486 중용’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정책수석엔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출신 서왕진 전 비서실장을, 비서실장에는 한국청년연합(KYC) 대표를 지낸 천준호 전 기획보좌관을 내정해 사회단체 출신도 배려했다. 정무수석엔 노무현 정부 정무수석실 행정관 출신 김원이 전 정무보좌관을 내정했다. 이외에도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선거 기간 박 시장 측에 합류한 보수 인사도 있다”(서울시 관계자)고 한다.

박 시장은 13일엔 안 대표에게 먼저 요청해 비공개로 점심을 했다. 양측은 “지방선거 때 도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선 7·30 재·보선 관련 논의를 했을 거라고 본다. 박 시장 측 인사가 광주 광산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도 물밑 행보가 활발하다. 지난달 초 세월호 참사가 터진 팽목항을 찾은 데 이어 8일에는 송전탑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경남 밀양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문 의원의 측근은 “팽목항에 간 정치인 가운데 문 의원이 유일하게 욕을 듣지 않았다.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은 곧 국회 상임위를 국방위원회로 옮길 예정이다. 이전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국방위 선택에 대해선 “야권 인사들이 안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의원은 노무현계의 또 다른 주자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역할 정리도 해야 한다. 안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나갈 수 있다”며 대선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는 최근 사회단체 출신 권혁술씨를 비서실장에 발탁하는 등 지지층과의 접촉 면을 넓히고 있다. 안 지사는 12일 “대선에 출마하면 문 의원과 경쟁 구도가 되는데 어떻게 할 건가”라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만 했다.

안 대표도 최근 달라졌다. 13일 당직 개편 땐 정책위의장에 범노무현계 우윤근 의원을 임명하는 등 계파 안배에 신경을 썼다. 10일엔 국회 출입기자들이 있는 정론관을 방문했다. 언론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그의 기자실 방문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당선 직후 1년 만이며 올 3월 야당 대표가 된 뒤엔 처음이다.

안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7·30 재·보선을 통해 새로운 얼굴로 당을 일신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재·보선 출마설이 도는 손학규·정동영 고문 등 중진들 대신 정치 신인을 투입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손 고문은 “나가는 것도 헌신이 될 수 있고, 안 나가는 것도 헌신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성격에 따른 당의 결단의 문제다”라는 입장이다. 재·보선엔 주자들의 측근들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어 공천 자체가 ‘주자들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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