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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시아파 1000년 넘게 갈등 … 후세인 제거 뒤 또 폭발

중앙선데이 2014.06.15 00:13 379호 12면 지면보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원들이 13일(현지시간) 바라크에서 무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수니파 과격세력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에 무력 항전하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한 민병대원이 한국 교회 이름이 적힌 셔츠를 입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군이 완전 철수한 지 2년 반이 지난 이라크에서 전면적인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세력이 시아파 누리 알말리키 총리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된 틈을 타 수도 바그다드까지 압박하는 지경이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분파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는 바그다드를 넘어 다수 시아파 성지인 남부의 카르발라와 나자프도 노리고 있다.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이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을 돕기 위해 나서 자칫 국제분쟁화할 우려도 커졌다.

심상치 않은 이라크 사태

ISIS의 이라크 내 세력 확장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월 팔루자를 접수한 데 이어 북부 제2의 도시 모술과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까지 점령한 뒤 급기야 바그다드 북부 100㎞ 이내까지 진격했다. 이들은 시리아에서처럼 점령지역의 유전이나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유대금·전기요금으로 풍부한 실탄(전비)을 마련하고 있다. 점령지역의 원유 생산량은 이라크 전체의 25% 수준으로 하루 80만~90만 배럴 수준이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의 간접적인 지원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서 이름을 바꾼 ISIS는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 엄격한 수니파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외국에서 온 수니파 전사들도 다수 가담해 있다.

원래 이라크에서의 저항공격과 테러를 주도했던 이 조직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의 전복에 주력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아 분파인 알라위트파 정권을 이끌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적극 지원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소극적 견제로 알아사드 정권이 공고해지자 ISIS는 이라크 전선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력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국제 협력주의적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중동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금단의 선’을 넘어섰을 때도 푸틴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알아사드에게 숨 쉴 틈을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오바마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으로 에너지 확보에 여유가 생기자 중동 등 해외 분쟁 개입을 피하고 내정을 중시하고 있다.

2006년부터 8년째 집권하고 있는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권력 독점과 부패·무능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타리크 알하시미 부통령 등 수니파 정적들을 제거해 종파 간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게다가 경험이 부족한 이라크 군·경찰 병력은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치안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군 훈련 등 간접적인 지원만 하고 있다. 2012년 말부터 수니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시아파를 겨냥한 각종 테러가 이어져 이라크는 극도의 혼란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고 시아파 성직자 알리 알시스타니는 수니파에 대한 무장항쟁을 촉구하고 나서 종파 간 전면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알시스타니는 금요 합동 예배일인 13일(현지시간)에 “무기를 들고 반군에 대항하라”는 긴급 성명을 냈다.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 아부 무자히드도 “시아파의 모든 세력이 결집해 바그다드와 시아파 지역을 지켜내자”고 말했다.

이란의 개입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쿠드스(Quds)’ 2개 대대는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 ISIS가 장악한 티크리트 지역의 85%를 되찾았다. 이란은 또 이라크와의 국경지대에도 별도로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내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는 이라크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무력 개입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 파견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오바마 정부는 공습, 무인기 공격 등 다양한 군사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국가안보 담당자들에게 이라크군을 지원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공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 “하룻밤 만에 결정되지는 않는다”며 “행동에 나설 경우 모든 정보를 모아 정밀 조준해 효과가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비밀리에 공습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이란 정부가 이라크 사태에 대해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이라크와 관련해 이란 정부와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불똥이 튈까 긴장하고 있다. 터키는 ISIS에 납치된 이라크 모술 주재 총영사 등 자국민 80명에 대한 인질 석방 협상에 나서는 동시에 군사작전도 검토하고 있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도 같은 시아파 이라크 정부가 붕괴할 경우 동맹 국가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수니·시아파 간 뿌리 깊은 종파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632년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 사후 분열된 양대 종파의 대립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한 채 마호메트가 사망한 후 교우인 아부 바크르·우마르·우스만과 알리 4명의 칼리프가 차례로 승계했다. 시아파는 알리 한 명만을 합법적인 후계자라고 인정하고 있다. 알리가 반대파에 암살당하고 그의 아들 후세인마저 카르발라 전투에서 숨진 후 양측은 같은 이슬람이면서도 적대적 관계가 됐다. 수니파가 전체 이슬람 교도의 85%를 차지한다.

반면 이라크에서는 수니파가 소수다. 2003년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수니파인 후세인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했다. 다수 시아파에 대한 탄압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후세인 정권 붕괴 후 미국의 도움으로 정권은 잡은 시아파는 반대로 수니파에 보복을 가했다. 기득권을 상실한 수니파는 저항공격과 테러로 맞서왔다. 2006년 2월엔 북부 사마라의 시아파 알아스카리야 사원의 황금 돔이 폭파됐다. 시아파는 이를 수니파의 소행으로 보고 보복공격을 가했다. 이후에도 양측 간의 크고 작은 충돌과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근본적인 적대감이 해소되지 않고는 화해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적극 개입 없이는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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