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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 300조 시장 … IT·전자업계 격전 예고

중앙선데이 2014.06.15 00:42 379호 18면 지면보기
1 제주 서귀포시 인덕면에서 백합을 재배 중인 양홍찬씨(사진 왼쪽) 부부의 모습. 양씨 부부는 SK텔레콤의 ‘스마트팜’ 서비스를 활용해 비닐하우스를 원격 제어하고 있다. 덕분에 온도 조절과 급수 등의 작업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어 일손을 크게 줄였다. [사진 SK텔레콤]
2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인 스마트 칫솔. 다양한 센서 기능을 적용해 사용자의 이가 얼마나 잘 닦였는지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3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유아용 수면 모니터. 간단히 아이에게 옷을 입히는 것만으로 아이의 체온과 호흡 등 관련 정보를 부모의 모바일 기기로 전송해준다. 4 LG전자가 개발한 가상 의상실의 모습. 실제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거울 형태의 스크린을 통해 옷을 바꿔 입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로이터]
2020년 직장맘 김미리(가명)씨의 집. 아침 6시 집안의 모든 전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오디오에선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칫솔을 들어 이를 닦기 시작하자 센서가 치아를 검사한다. ‘스케일링할 때가 됐다’는 정보가 단골 치과의사의 스마트폰에 자동 전송된다. 집안 청소는 인공지능을 갖춘 청소 로봇의 몫. 출근에 앞서 식사 대용으로 마실 우유를 따랐다. 우유가 부족하면 냉장고가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다. 오늘 출근 복장은 노란색 원피스. 날씨와 기분, 생체리듬 등을 고려해 옷을 골라주는 ‘마이 클로젯’을 이용해 추천 받았다. 아파트 주차장에 내려와서야 차 키를 두고 왔다는 걸 알게 된 김씨.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사물인터넷

그러나 다시 집으로 올라갈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동을 걸었다. 자가 운전을 즐기는 김씨지만 오늘 운전은 무인주행 모드를 켰다. 지난 밤 회식 때 과음한 탓이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자 사무실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부팅됐다. 아침에 결재할 서류와 검토해야 할 자료가 화면에 떴다.

사물인터넷으로 육아까지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머지않아 우리가 매일 접할 광경이다. 우리 곁에 있는 사물들이 유·무선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일어날 변화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하 IoT)’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2009년. 불과 몇 년 새 글로벌 기업들이 사물인터넷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 환경을 구현한 부스가 대거 등장한 게 그 방증이다.

CES에선 스마트홈 생태계가 가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를 내다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부엌에 있는 와인셀러에서 와인을 꺼내서 거실로 이동하면 부엌 전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깜박인다. 와인셀러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신호다. 동시에 거실에 있는 TV 화면 우측 하단에도 와인셀러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알림 메시지가 뜬다.

육아에도 사물인터넷이 활용된다. 인텔의 웨어러블 기술을 적용해 만든 ‘미모’가 대표적이다. 올해 CES에서 공개된 이 옷을 아기에게 입히면 아기가 느끼는 기분과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옷에 내장된 센서가 아기의 체온과 땀의 상태 등을 측정하고, 초소형 컴퓨터는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호흡이 규칙적인지는 물론 언제 몸을 뒤집었는지 등의 정보가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전해진다.

구글은 아디다스와 함께 ‘말하는 신발’을 내놓았다. 각종 센서를 운동화에 넣어 신발을 신은 이가 움직이고 있는지, 이동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감지한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착용자에게 보낸다. 예컨대 신발을 신고 움직이지 않으면 신발이 “지루하다”며 투덜거리는 식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사물인터넷이 적용된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운전자의 습관과 출·퇴근 시간, 자주 가는 길 등을 학습해 운전자의 기분에 맞는 경로를 추천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미 실용화된 기술도 다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도 이미 상당수 출시된 상태다. 대표주자는 바로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s)다. 착용자의 걸음 수, 일평균 소모 칼로리, 수면 패턴 등 활동량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나이키의 퓨얼밴드(Fuel Band) 등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갤럭시 기어 핏’과 ‘라이프밴드 터치’를 선보이며 피트니스 트래킹(fitness tracking) 시장에 뛰어들었다.

웨어러블 기기엔 스마트 워치도 포함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시리즈, LG전자의 G워치, 퀄컴 토크(Toq) 스마트워치, 소니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각종 알림과 메시지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스마트홈과 관련한 기술들도 이미 상용화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스마트폰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정 내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내놓았다. 음성이나 문자 등으로 전등의 밝기를 조절하고 이를 켜거나 끌 수 있도록 한 스마트 조명도 있다. LG전자도 최근 ‘홈챗(home chat)’ 서비스가 지원되는 프리미엄 스마트 가전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홈챗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과 채팅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농업이나 복지 영역에서도 쓰이고 있다. SK텔레콤의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자동화 설비가 장착돼 비닐하우스에 사물인터넷용 모뎀과 컨트롤러를 추가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든 원격으로 비닐하우스의 환기와 비료 살포 등의 제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어린이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어린이 안심 서비스, 독거노인과 중증 장애인 케어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고가의 건설 중장비와 컨테이너 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위치 추적 서비스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 이기윤 매니저는 “사물인터넷이라고 하면 스마트홈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대기오염 감시와 해양환경 측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킹·호환 등이 풀어야 할 난제
사물인터넷과 관련한 시장성과 발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물인터넷의 속성 자체가 문제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외부 해킹이나 내부 정보 유출 등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가정의 실시간 전력망 최적화(real-time power grid optimization)를 가능하게 해주는 스마트 미터의 데이터가 외부에 노출될 경우 전력 사용량 분석을 통해 해당 건물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사물인터넷의 확산과 관련한 보안 위협이 국내에서만 2015년에는 1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2030년에는 26조7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우려된다.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과 서비스 공급이 지나치게 공급자, 즉 기업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일반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갖는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사물인터넷 시장 자체가 아직 초기인 만큼 기업마다 각자의 플랫폼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은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예를 들면 애플과 구글의 사물인터넷 제품의 호환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50여 개의 회원사를 거느린 사물인터넷 컨소시엄인 올신얼라이언스의 리앗 벤저 회장은 “각각의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이 클라우드를 통해 연결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많은 기기가 제조사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진정한 커넥티드 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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