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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섹스만 하면 두통이 …

중앙선데이 2014.06.15 01:07 379호 22면 지면보기
“머리가 아파서….”
“당신, 섹스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잖아.”
“정말이야. 섹스하면 머리가 진짜 아픈데 왜 안 믿어?”

30대 초반의 L씨 부부는 필자와 진료실에 앉아서도 여전히 옥신각신했다. 남편 L씨는 아내의 의심에 항변했지만 아내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남편의 두통을 꾀병으로 여겼다.

“여자들이 성행위 때 그곳이 아프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남편이 성관계하기 싫어서 대는 핑계 같아요.”

실제로 성행위와 관련된 통증은 주로 여성의 성교통이다. 이는 호르몬이나 질염·자궁근종 등 이상 때문에 성기의 상태가 취약할 때 흔히 발생한다. 성교통은 유병률이 전체 여성의 20%에 달할 만큼 흔하다. 여성의 3대 성기능장애 중 하나로 꼽힌다. 남성에겐 성교통이 드물다.

일러스트 강일구
그런데 L씨처럼 성행위와 관련된 통증이 실제 두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HAS’라고 불리는 성행위 두통은 남성이 여성보다 3∼4배 빈번하다. 과거엔 유병률이 1% 내외로 흔치 않다고 여겼지만 사실 2000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가장 먼저 언급할 만큼 오래된 병이다. 더구나 최근의 연구에선 예전보다 유병률이 훨씬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행위 두통은 일반인에겐 생소한 일이라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당사자는 그 어떤 고통보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성행위 두통은 평소의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반복되는 일상과는 정반대로 성행위 시엔 이완반응이 더 요구된다. 따라서 당사자의 혈관이나 자율신경계가 긴장·이완의 급격한 역전(逆轉) 반응을 보이면서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 성행위 두통은 좀 더 심각한 다른 질환의 예고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량의 뇌출혈·뇌혈관 기형·동맥박리·경막하 혈종과 같은 뇌혈관 이상이 있는 경우 성행위를 할 때 두통이 동반된다.

성행위 두통은 특성상 개인차가 있다. 긴장성 두통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성행위 두통은 대개 오르가슴을 느끼기 전 등 성적 흥분이 클수록 심화된다. 오르가슴 중에 갑자기 번개를 맞은 듯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성행위 후 몇 시간 동안 두통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성행위가 끝난 후 나타나는 두통도 있다. 이런 두통은 환자가 일어서면 심해지고 누워 있으면 나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주로 뇌척수액이 두개골 내에서 척추 방향으로 급격히 유출될 때 유발된다.

사실 이런 두통보다 훨씬 흔하고 문제시되는 것은 발기약을 함부로 사용하다가 생기는 두통이다. 발기부전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진단·치료는 받지 않은 채 음성적으로 구한 발기약을 복용했다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발기약 복용 뒤의 두통은 발기약이 혈관에 작용해 생기는 부작용이다. 전문의와 상의도 없이 자신에게 맞지도 않은 약을 과량 사용하면 급사의 위험도 있다. 발기약 두통이 의심되면 발기약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옳다.

여러 부정적 사례와 달리 일반적으로 성생활은 두통이나 각종 통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성적 흥분이 높아질 때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진통효과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행위는 심신의 건강에 이로운 ‘영양제’다. 다만 성행위를 할 때마다 두통이 반복된다면 주의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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