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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群而不黨<군이부당>

중앙선데이 2014.06.15 01:49 379호 27면 지면보기
‘무리’를 뜻하는 한자 ‘黨(당)’은 ‘尙(상)’과 ‘黑(흑)’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고대 한자 자전인 『설문(說文)』은 ‘빛이 없다(黨, 不鮮也)’고 해석했다. ‘黨’은 이후 마을의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고, ‘편협한 무리’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논어(論語)』에 온전히 나타난다.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는 “군자는 긍지를 갖되 싸우지 않고, 군중과 함께하되 무리를 짓지 않는다(君子矜而不爭, 群而不黨)”는 공자의 말을 기록하고 있다. 주희(朱熹)는 이 구절을 “자긍심을 가진 군자는 남에게 굴복하지 않되 싸우려 들지 않고, 여러 군중과 함께 어울리되 편협된 무리를 지어 개인의 영리를 구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다.

무리를 지어 사익을 취하지 말라는 충고는 『논어』에 자주 나온다. ‘위정(爲政)’ 편에서는 “군자는 두루 친하되 결탁하지 않지만(君子周而不比), 소인은 결탁하되 두루 친하지 않는다(小人比而不周)”라고 했다. 또 “군자는 인내할 줄 알아 사람과 싸우지 않고, 군중과 서로 화목하게 지내 사적 이익에 치우치지 않는다(君子善于忍耐而不與人爭鬪, 與衆相和而不偏私)”고도 했다. ‘자로(子路)’ 편에서는 “군자는 조화롭게 지내지만 동화되지 않고(君子和而不同), 소인은 동화되지만 조화롭게 지내지 못한다(小人同而不和)”고 했다. 군이부당(群而不黨), 주이불비(周而不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모두 같은 맥락의 성어다.

중국 춘추시대 역사서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선비의 바람직한 모습을 얘기하며 ‘불편부당(不偏不黨)’을 강조했다. “선비들은 한쪽으로 편중되지 말아야 하고, 편협된 무리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士不偏不黨). 겉으로는 부드러운 듯하지만 속으로는 강해야 하며(柔而堅), 비어 있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꽉 차 있어야 한다(虛而實). 작은 일은 과감히 무시하되 뜻은 항상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한다(傲小物而志属於大).”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정계에는 당파(黨派) 간 정쟁(政爭)이 끊이지 않는다. 새 총리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두고 그 전체 뜻을 따지기보다는 일부만을 거론하며 공격하기도 한다. 공자님은 ‘무리를 결정해 사익을 취하지 말라(不結黨營私)’고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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