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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칼럼] 민정수석은 검찰 전유물인가

중앙선데이 2014.06.15 02:03 379호 30면 지면보기
‘BH 로펌’ ‘TK 로펌’ 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또 공안검사 출신이 임명되면서다. 수석을 포함해 민정·공직기강·법무·민원 비서관 등 5명 모두 법조인이며, 4명은 대구·경북 출신이다. 한자로는 ‘民情’, 영어로는 ‘civil affairs’로 표현되는 민정수석의 임명 기준은 관련법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왜 검찰 출신이 이 자리를 독식할까.

보수정권에서 민정수석을 지냈던 검찰 출신 변호사의 설명.

-민정수석은 왜 검찰 출신이 해야 하나.
“민정수석의 업무 중 절반 이상이 검찰 및 법원과 관련돼 있다. 법률적 프로세스를 잘 알아야 상황파악이 되고, 빨리 대처할 수 있다. 인사 검증 등에 필요한 각종 조사업무도 검찰 출신이 가장 잘하는 것 아닌가.”

-민정수석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검찰 관련 일인가.
“상당수가 그렇다. 검찰의 각종 수사와 좌파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국가관이 투철하고 권력기관을 장악할 수 있는 인물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검찰 출신들이 임명되는 것 같다.”

-민정수석의 임무 중 민심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각종 기관에서 생산되는 수십, 수백 건의 동향 보고를 정리해 보고하는 것도 검찰 출신들에게 적합한 업무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민정수석을 했다.
“문재인 변호사가 민정수석을 할 때 측근 비리 사건이 터졌다.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결국 검찰 출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을 쓰려면 정치적 실험이 필요한데, 어떤 대통령이 모험을 감수할까.”

민정수석의 업무를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땐 이 같은 설명이 논리적으로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정치적 독립,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제를 대입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문재인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는 검찰을 통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검찰 출신 인사들을 배제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때 민정수석을 지냈던 한신대 교수 출신 김성재(66) 경인방송 회장의 설명.

-민정수석을 검찰 출신들이 독점하는 것을 어떻게 보나.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민정수석실을 장악할 경우 검찰의 사고 수준에서 모든 것을 판단해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수 있다. 민심과는 동떨어진 판단을 하면 정권에도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많다.
“민정수석의 검찰 독점은 권력남용의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검찰이 권력의 도구가 되고, 검찰권 행사도 정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민정수석은 권력기관의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일을 해야 한다. 검찰 출신들이 계속해 민정수석에 임명되면 검찰과 민정수석실은 한편이 되고 그 자체로 권력이 된다. 검찰 위주로 여론이 형성되는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비(非)법조인이 맡을 경우 검찰과 법원의 업무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민정수석은 검찰 관련 업무를 적게 해야 정상이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민정수석으로 오다 보니 검찰 일에만 매달리고, 법무부 장관 등 다음 자리를 노리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과 국정원·감사원·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수장에는 대통령과 동향의 사람을 가급적 임용하지 않는 것이 권력의 분점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며, 민정수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에게 전화로 그런 시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허허, 선수들끼리 왜 그러십니까.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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