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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시대의 숙제

중앙선데이 2014.06.15 02:12 379호 31면 지면보기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둔 건 교육감 선거였다. 선거 결과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곳을 포함해 17개 시·도 중 13개 선거구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다.

교육정책에서 ‘진보 성향’을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나로선 앞으로 한국 교육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기가 참 어렵다.

정치에서 보통 ‘진보’라고 하면 현 상태(status quo)에 대한 불만을 동력 삼아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이다. 반면 보수는 현상에 대체로 만족하며 변화를 지양한다는 흐름으로 정의할 수 있다. 건강한 민주 정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진보와 보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극단을 배제한다. 완벽한 사회란 존재하지 않기에 변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오면 불안도 따라온다. 그렇기에 진보와 보수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일 터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가 진보와 보수의 논점이다. 그러려면 한국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현실을 알아야 뭐가 좋기에 지켜야 하고, 뭐가 나쁘기에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교육의 현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피해갈 수 없는 게 바로 유교 사상이었다. 한국의 오랜 교육 역사에서 유교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는 유독 공부를 강조했고, 유교적 경향은 지금 교육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주입식 교육 역시 유교 사상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선생님이 갖고 있는 지식을 학생에게 전하며, 선생님은 교육의 중심에 선다. 내 경험상 이런 경향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변하고 있다. 선생님이 거의 유일한 지식의 원천이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인터넷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식의 통로가 있다. 굳이 수업에서 지식을 얻을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권위주의적인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니 이를 지루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변화를 갈망하는 흐름이 생겨났고 그 흐름이 이번 선거 결과를 이끈 것은 아닐까.

한 가지 더 짚어보자면 한국의 민주화 이후 생겨난 민주주의적 가치관이 교육계에서만큼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수평적 관계와 협상을 통한 갈등 해결에 중점을 두는 게 민주주의 기본 가치관인데 교육 현장에선 여전히 스승의 권위가 우선시된다. 그러다 보니 교육계에 대한 불만이 쌓였고, 지난 6·4 선거에서 ‘진보’라는 기치하에 민주주의적 가치관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한 후보들이 표를 많이 얻은 게 아닐까 싶다. 진보적 교육의 핵심은 결국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 남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 육성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현실이 다 잘못됐으니 전반적으로 다 개혁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 교육의 강점은 지켜야 한다. 한국 교육이 세계적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놀라운 교육 성과다. 대학 진학률은 이미 많은 선진국을 초월했다. 이는 교육의 기회가 그만큼 열려 있다는 의미인데, 정작 대학을 가는 게 당연한 일이 된 한국에서는 많은 분이 자각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장점이 아닌가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높은 교육열과 교육적 성취도는 지키면서 민주주의적 교육 철학을 심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 한국의 새로운 진보 교육감들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그리고 그를 교육의 진정한 주체인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로버트 파우저 미국 미시간대에서 동양어문학 학사, 언어학 석사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에서 언어학 박사를 했다. 일본 교토대를 거쳐 서울대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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