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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자 칼럼 보니 "세상에 악이 존재 … 일제도 마찬가지"

중앙일보 2014.06.14 02:50 종합 6면 지면보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칼럼과 대학 강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는 얘기가 나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005년, 일본 역사 인식 놓고
"그만한 그릇밖에 안 되는 나라"
2009년, 안중근 유적 찾고선
"그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문 후보자는 2005년 3월에 쓴 ‘나라 위신을 지켜라’란 칼럼에서 “일본에 대해 더 이상 우리 입으로 과거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해방된 지 6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있는 우리가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3·1절에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지적하며 배상 얘기를 꺼낸 걸 비판한 칼럼이었다.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저널리즘의 이해’)에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예전과는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일 감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 보니까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국제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후보자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과의 불행한 과거는 나라가 힘이 없어 주권을 잃은 상태에서 일어난 매우 안타까운 비극으로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겪으신 고통과 불행에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칼럼과 강의 내용과 관련해 “일본 측의 형식적이고 말뿐인 사과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더욱 중요하다는 취지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며 “그간 한·일 간 외교교섭 상황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일 뿐 총리로 인준된다면 우리 정부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문 후보자는 문제가 된 칼럼에서 배상금 문제를 다시 꺼내지 말자고 주장하면서도 “사실 일본을 욕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반성은 일본인 자신의 문제요, 책임이다. 그만 한 그릇밖에 안 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하겠나”라며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비판했다. 이어 “당했던 우리가 오히려 넓은 마음으로 나가면 그들 생각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아니 그들은 뻔뻔하더라도 국제사회가 우리를 더 평가해 줄 것”이라며 “보상문제만 해도 억울한 점이 비록 남아 있더라도 살 만해진 우리가 위안부 징용자 문제를 우리 힘으로 해결하자. 이것이 진정한 극일(克日)이다”라고 했다.



  2010년 5월 ‘악에 속한 자들’이란 칼럼에선 천안함 폭침을 일으킨 북한을 비판하던 중 “이 세상에는 악(惡)이 존재한다. 공통적인 특징은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인간 생명을 마음대로 훼손하고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며 “독일 나치는 유대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쓰레기로 취급했다. 스탈린의 학살이나 일제의 군국주의 체제 역시 마찬가지”라며 일제를 악으로 표현했다.



 2009년 9월 ‘코레아 우라’라는 칼럼에선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100년을 맞아 안 의사의 유적지를 돌아본 소회를 적었다. 문 후보자는 “그렇게 원하시던 국권은 회복되고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당신의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중략) 그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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