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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사람 잡은 장성 요양병원의 기막힌 실태

중앙일보 2014.06.14 00:34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달 28일 전남 장성 노인요양병원에서 일어난 방화는 희생자 규모나 사고원인 면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참사였다. ‘세월호’라는 기록적인 재난에 묻혀 덜 주목을 받았지만 불길이 30분 만에 잡혔음에도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짧은 화재 기간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어처구니없고 총체적인 부실이 병원 곳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2일 내놓은 중간수사 결과에는 충격적인 병원 운영 실태가 담겨 있다.



 피해가 컸던 것은 불길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생긴 유독가스 때문이었다. 병원 측은 벽면을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함에도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했다. 설계 도면에는 콘크리트를 쓰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값이 싼 자재를 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화재 등을 대비해 열려 있어야 할 병원 비상구는 잠겨 있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구조대원들이 구조를 위해 비상구로 진입하려 했지만 출입문은 자물쇠로 봉쇄돼 있었다는 것이다. 규정대로 병실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잠긴 캐비닛 안에 있어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원시적인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최근 2년6개월간 진행된 정기 소방점검에서 이 병원은 모두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소방점검을 맡은 대행업체가 대충대충 점검을 해온 혐의를 잡고 업체 관계자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13일 병원 행정원장 등 몇몇을 소화기와 비상구를 봉쇄해놓은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장성 요양병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며, 몇몇 관계자만 사법처리해서 마무리할 사안 역시 아니다. 언론에서 자주 노인요양병원 실태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관계 당국은 무신경하게 넘겨왔다.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최근 5년 새 노인요양병원은 두 배로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노인요양병원만 1200곳이 넘는다. 이번 수사를 통해 확인된 문제점을 토대로 전국의 노인요양병원에 대한 다각적이고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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