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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의 현문우답] 이유 알 때와 이유 모를 때

중앙일보 2014.06.14 00:32 종합 30면 지면보기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서울 강남세무서 창구로 한 목사가 찾아왔습니다. 다짜고짜 “세금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종교인은 납세의 의무가 없으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목사는 “세금을 받아달라”고 고집했습니다. 세무서 직원은 골치가 아팠습니다. 종교인 납세에 대한 규정이 없으니까요. 일일이 관련 자료를 찾거나 조언을 구하며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몇 번이나 “굳이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오히려 우리가 번거롭다”고 말렸습니다. 목사는 “국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는데, 공무원이 그걸 안 받으면 직무유기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결국 세금을 냈습니다. 그해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그 목사는 1988년부터 10년간 세금을 냈습니다. 그 후에 다시 교회를 개척한 뒤에도 지금껏 계속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그가 누구냐고요? 100주년기념교회의 이재철 목사입니다. 목회자가 되기 전 그는 사업가였습니다. 그때도 그랬습니다. 세금은 단 한 푼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냈습니다. 참 이해가 안 갑니다. ‘세금을 잘 냈다’는 걸 훈장으로 여기는 걸까요. 다들 ‘어떡하면 세금을 좀 줄일 수 있을까?’하며 궁리를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자동차세 고지서가 날아올 때도,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올 때도 사실 달갑지는 않습니다. 왠지 괜한 ‘생돈’이 나가는 느낌입니다. 손해 보는 기분입니다.



 이 목사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세금을 꼬박꼬박 내느냐고. 그는 “그건 더불어 살기 위한 ‘첫 번째 나눔’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생각하는 나눔은 달랐거든요. 연말 구세군 냄비에 지폐를 넣고, 환경단체의 후원자가 되고, 종교시설에 헌금과 보시를 하고, 지하철에서 적선을 하는 게 나눔인 줄 알았습니다. ‘세금=나눔’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목사는 그런 건 두 번째 나눔이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일이야말로 첫 번째 나눔이라고 하더군요.



 돌아오는 길,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지금껏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을까. 그저 ‘납세는 국민의 의무’라고만 달달 외웠습니다. 사회 과목 시험을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저는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더군요. ‘세금이란 게 대체 뭔가’ ‘나는 왜 세금을 내야 하나’. 그런 물음을 자신에게 던진 적이 없었습니다.



 세금뿐만 아닙니다. 이유를 모를 때 사는 것도 힘이 듭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왜 학교에 가야 해?” “왜 학원에 가야 해?” “왜 숙제를 해야 해?” 이유를 모르니 고통입니다. 부모들도 자신에게 그런 물음을 던져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 네가 생각하는 이유는 뭐니? 공부가 네게 왜 필요한 것 같아?”라고 끊임없이 되묻지 않습니다. 그걸 통해 스스로 이유를 찾게 하진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두 번째 단추에만 너무 익숙합니다. 앞만 보고, 결과만 보고 달리니까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국가개조’라는 거대한 화두 앞에 섰습니다. 이제는 첫 단추를 돌아봐야 합니다. “세금이란 게 대체 뭔가?” “왜 세금을 내야 하나?”라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걸 통해 이유를 찾고,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왜?”라는 물음이 쏟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뿌리가 땅속으로 내려갑니다.



 풀도, 나무도, 사람도, 국가도 똑같습니다. 이유를 모르면 쉽게 쓰러집니다. 뿌리가 얕기 때문입니다. “왜?”라고 물을 때 뿌리가 땅속으로 자랍니다. 그렇게 묻고, 거기에 답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사회가 뿌리 깊은 나무가 됩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왜냐고요? 에너지는 뿌리에서 나오니까요.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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