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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권한·책무, 헌법이 정한 대로 수행할 것"

중앙일보 2014.06.12 03:01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후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마지막 강의를 하기 위해 연구실을 나오고 있다. 문 후보자는 올해부터 서울대 초빙교수로 ‘저널리즘의 이해’ 과목을 강의하고 있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으로 첫 출근한 후 오후에는 서울대에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뉴시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으로 첫 출근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문 후보자 '책임총리' 입장 밝혀
야당, 칼럼 관련 "청문회서 따질 것"
마지막 강의선 젊은 세대 역할 강조
"국민 각자 자립하면 문제없는 나라"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 오전 10시21분쯤 청사에 도착한 문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전날 총리 후보자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저는 총리가 아니라 총리 후보자에 불과하다”고 소감을 밝힌 것처럼 “겸손한 표현을 했다”는 분석과 “총리 역할의 한계에 관한 생각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렸다.



 오후 서울대 마지막 강의 후에는 “청문회가 끝나면 모두 이야기하겠다”고 했다가 창성동 별관에 다시 도착해서 기자들이 “책임총리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인가”라고 물을 때는 “그렇다. 책임총리라는 게 뭐가 있겠나.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책임총리를 처음 들어봤다는 말은 실수인가”라는 질문에는 “말 실수 한 것 없다”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총리실 청문회 준비단은 오후 7시10분쯤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문 후보자는 “‘책임총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 취지는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며 “총리로 임명된다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권한과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하면서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국가개조, 즉 비정상의 정상화, 안전혁신, 공직개혁 및 인사혁신, 부정부패 척결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정부조직법과 앞으로 국회에 제출할 정부조직법안에 따르면 경제는 경제부총리가, 사회문제와 교육은 사회부총리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맡도록 되어 있다”며 “총리는 이를 전체 입장에서 최종 조정하고, 나머지 국정 전반도 통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문 후보자가 “총리 역할을 스스로 규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관피아(관료 마피아) 개혁과 국가개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란 얘기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공약한 ‘책임총리’는 총리가 3배수 정도 장관 후보 추천권을 행사해 헌법 87조의 각료 제청권을 보장받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재 개각 일정을 고려하면 문 후보자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정홍원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고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도의 절충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문 후보자는 서울대 마지막 강의에서 사회 갈등 극복을 위한 젊은 세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올해부터 서울대 초빙교수를 맡아 ‘저널리즘의 이해’란 과목을 가르쳤다.



 문 후보자는 강의에서 “자기 힘으로 살 수 있으면 자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자는 보수의 논리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 삶의 문제이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물의 논리”라고 덧붙였다. 이어 “각자가 독립적으로 살면서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립하면 문제 없는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너무 심한 불신사회로 가고 있다”며 “모든 사회에는 갈등이 있지만 우리는 되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균열 속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불신을 빨리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젊은 후배들이 바르게 자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선 “저널리즘은 유토피아를 향한 게 아니라 항상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대지에 뿌리 못 내리고 이상만을 쫓아가다 보면 물결에 흘러다니는 수초(부평초)가 된다”고 경계했다. 문 후보자는 “저널리즘은 확 뒤엎어서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개량주의 논리”라며 “세계는 이상적으로 뒤집어엎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렇게 되더라도 공산주의처럼 똑같아지거나 더 나빠진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은 문 후보자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서청원 의원은 문 후보자에 대해 “언론에서 갖고 있던 감각을 통해서 원만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가 쓴 칼럼을 문제 삼아 ‘국민통합에 반하는 인사’라는 점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청문회를 통해 빈틈없이 따지고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화·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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