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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의 YS, 러시아 명예박사 학위

중앙일보 2014.06.12 02:50 종합 6면 지면보기
1989년 6월 소련을 방문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모스크바에 있는 상공회의소에서 말케비치 소장(오른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영삼(87) 전 대통령이 러시아과학원 산하 극동문제연구원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 김 전 대통령은 1989년 6월 한국 정치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소련을 방문해 한·소 수교란 결실을 맺는 데 기여했다.


25년 전 한·러 수교에 기여한 공로
거동 힘든 상태 … 현철씨가 받기로

 김영삼민주센터는 1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티타렌코 극동문제연구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위 수여식을 열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입원 중인 김 전 대통령을 대신해 차남 현철씨가 학위증을 받는다. 러시아과학원 쪽은 당초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직접 학위를 주는 방안도 생각했으나 대리 수여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폐렴 등의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의식은 명료하지만 거동은 물론 말로는 의사소통이 힘든 상태로 전해졌다.



 90년 한·소 수교라는 성과를 낳은 북방외교 정책은 노태우 정권의 상징적인 외교 업적이다. 그러나 당시 야당 당수(통일민주당 총재)이던 김 전 대통령 또한 독자적으로 소련을 주시하고 있었다. 87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88년 통일민주당이 제2야당으로 밀려나 정치적 위기를 맞은 김 전 대통령에게 국회 외무위원장이었던 정재문 전 의원이 중국과 소련 방문을 제안하면서다.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한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에 관심이 많았던 소련도 다리 역할을 해줄 정치인으로 김 전 대통령을 주목하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 88년 8월 일본 사회당의 초청을 받아 도쿄를 방문했을 때 외신기자 회견에서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소까지 어우르는 6개국 의원 협의체를 제안하자 소련의 유력 기관지 노보예브레먀의 도쿄 특파원이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인터뷰를 신청했다. 김 전 대통령이 89년 6월 소련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노보예브레먀의 편집장이 러시아과학원 산하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연구소(IMEMO) 소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를 설득해 공식 초청한 덕이었다. 여기서 IMEMO와 통민당 사이에 상호 협력과 방문 등을 규정한 공동성명서가 나왔다.



 정재문 전 의원은 “국교가 없던 소련과 한국이 함께 공동문서를 낸 것은 이 성명서가 처음이었다”며 “이는 이후 한·소 수교 선언문의 기본틀이 됐다”고 평가했다.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공화당의 3당 합당이 이뤄진 뒤인 90년 3월 김 전 대통령은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자격으로 소련을 다시 방문해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면담했다. 이는 그해 6월의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 9월 유엔본부에서의 수교 공동선언 발표로 이어졌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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