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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시간, 온도계 대신 스마트폰을 꺼냈다

중앙일보 2014.06.12 01:24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달 19일 오전 11시 세종시 한솔초 6학년 마루반 교실에선 과학 수업이 한창이었다. 스마트폰을 든 학생들이 교실 벽 곳곳에 설치된 스탠드 조명 아래로 몰려들었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시키자 ‘0’이란 숫자가 화면에 떴다. 조명에 가까이 대자 숫자가 ‘800’까지 올라갔다. 스마트폰을 기울일 때마다 숫자가 변했다. 허두랑 교사는 “조명은 태양이고 스마트폰은 지구야. 태양이 지구를 비추는 각도에 따라 온도가 변한단다”고 말했다. 이모(12)군은 “교과서 내용대로 일반 온도계로 재면 30분 동안 조명을 비춰도 눈금이 1도도 안 오른다”며 “스마트폰 앱으로 실험을 하니 태양 에너지 원리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꿈꾸는 목요일 - 스마트교실 현장을 가다
지리시간엔 인터넷 석굴암 견학
학생·교사·학부모 만족도 높아

 같은 시간 강원도 홍천 속초초 노천분교 3~4학년 교실. 학생 수가 적어 두 학년이 한 교실에서 미술 수업을 받고 있다.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TV 앞에 선 김미영 교사가 화면을 두드리자 검은색 화면 속에 보이는 춘천의 한 초등학교 교실 4학년 학생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이날 화상 수업에선 학생들이 각자 그린 그림을 들고 나와 TV를 바라보며 소개하고 서로 평가했다. 박모(10)양은 “도시 친구들과 한 반에 있는 것처럼 얘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이 많이 줄어 학교가 썰렁했는데 스마트교육을 도입하고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수업 내용이 다양해졌고, 도시 학생들과 토론하는 데 화상 수업을 자주 활용해 학부모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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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필 대신 전자 칠판, 교과서 대신 스마트패드를 활용하는 스마트(SMART)스쿨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구축한 스마트교육 연구학교는 2012년 46곳에서 올해 163곳으로 늘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0년께면 상당수 학교가 스마트스쿨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로 불안한 학부모들이라면 촉각을 곤두세울 법한 변화다.



 스마트교육은 주입식 교육과 달리 자기주도적이고(Self-directed), 흥미 있고(Motivated), 수준·적성에 맞고(Adaptive), 풍부한 자료(Resource)와 정보기술(Technology embedded)을 활용한 학습 방식이다.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학업 흥미도가 낮은 한국 교육의 단점을 정보기술(IT)을 십분 활용해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과학 시간에 위험한 황산 실험을 스마트패드 동영상으로 대신 배우거나, 지리 시간에 인터넷으로 경주 석굴암을 견학하는 식이다. 2010년부터 스마트교육을 해 온 조기성 서울 계성초 교사는 “학생 스스로 찾아 배우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각종 연구 결과가 스마트교육의 학습 효과를 뒷받침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초등학교 5학년생 585명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업성취도평가(수학) 평균 점수가 0.4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마트스쿨 373곳을 설문한 결과 학생 69%, 교사 75%, 학부모 6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김진숙 KERIS 스마트교육본부장은 “추세가 그러니까 스마트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며 “교실에서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태반일 정도로 학습에 흥미가 떨어지는 마당에 학습효과, 만족도가 높은 교육 방식을 도입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양질의 교육 콘텐트를 누리게 된 농산어촌 학교의 만족도가 높다. 전북 고창 영선중도 그런 곳 중 하나다. 2008년 3학급 80명 규모까지 줄며 폐교 위기에 몰렸던 이 학교는 2009년 스마트스쿨로 지정돼 학생들이 몰리면서 올해는 9학급 250명 규모로 불어났다. 이 학교 고득환 교사는 “학생의 3분의 2가 고창 이외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며 “스마트스쿨이 확산될 경우 가장 혜택을 보는 곳은 우리 같은 소규모 농어촌학교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스쿨 확산과 관련 학생들의 눈이 나빠지거나, 인터넷 유해 콘텐트에 빠지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계성초 학부모 김모(44·여)씨는 “아이가 스마트 기기에 너무 의존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허두랑 교사는 “기기가 오류 날 때마다 수업의 맥이 끊기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선중 이모(14)양은 “과거처럼 여러 방법을 시도하다 끙끙거리며 푼 문제가 스마트패드로 손쉽게 맞힌 문제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고 했다.



 스마트스쿨이 성공하려면 학생들의 무분별한 IT 기기 사용을 막는 예방 교육에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득환 교사는 “학생들이 생각처럼 IT 기기에 의존하진 않는다”며 “다만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터넷 사용법을 끊임없이 교육한다”고 말했다. 조기성 교사는 “스마트 기기는 TV·컴퓨터와 같다. 일정 시간만 활용하도록 관리하면 중독될 일이 없다”며 “학교처럼 집에서도 통신사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유해 콘텐트를 차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중 수정된 스마트스쿨 추진 전략을 내놓는다. 



세종=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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