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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44> 2014 샹그릴라 대화

중앙일보 2014.06.12 00:37 경제 11면 지면보기
신경진 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회귀, 중국의 부상, 일본의 폭주가 맞물리면서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세계 경제규모 1, 2, 3위 국가 사이에 험악한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제13차 아시아 안전보장회의장에서다. 중국이 21세기판 ‘홍문연(鴻門宴·손님을 해칠 목적으로 마련된 연회)’이라고 일컫는 2014 샹그릴라 대화의 미·중·일 대표 연설을 간추렸다.


세계 '3강' 총성없는 설전 … 파고 높아지는 아시아

신경진 기자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4 샹그릴라 대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왕관중 중국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오른쪽)이 각각 5월 30일, 31일, 6월 1일 연설을 통해 각국의 안보정책을 밝혔다. [싱가포르 로이터=뉴스1]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여 영원하라’=일본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 확립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각오가 돼 있다. 일본의 새로운 기치인 ‘적극적 평화주의’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미국·호주·인도·영국·프랑스 등 동맹국과 우방국 지도자의 명확한 지지를 받았다. 일본은 법의 지배를 위해, 아시아는 법의 지배를 위해, 법의 지배는 우리 모두를 위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여 영원하라.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다.



 아시아는 불과 한 세대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성장의 과실 중 많은 부분이 군비 확장과 무기 거래에 쓰이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위협,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가 있다.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 확실히 존재한다.



 해양에는 질서를 정한 국제법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로마시대 바다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됐다. 사적 소유나 분할이 금지됐다. 대항해시대 이후 공해(公海) 자유의 원칙이 확립됐다. 바다는 인류 번영의 초석이 됐다.



 국제법의 기본 정신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국가가 무언가를 주장하려 할 때는 법에 기초해야 한다.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힘과 위압을 써서는 안 된다. ▶분쟁은 철저히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필리핀 연안경비대에 신형 순시선 10척을 제공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미 3척의 신 순시정을 무상 공여했다. 베트남에도 공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한 나라 홀로 평화를 지키는 시대가 아니다. 이는 세계 공통의 인식이다.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포함한 국제협력에 관한 법적 기반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만약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시민과 NGO를 향해 무장세력이 습격한다고 생각해 보자. 지금 일본 정부는 습격받은 시민을 위해 일본 자위대로 도울 수 없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의지하는 일본은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 평화에 힘을 보태려 한다.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기치를 든 이유다.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삼고, 아세안과의 제휴를 중시하면서 지역의 안정·평화·번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일본은 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미국의 지역 안정 기여’=재균형은 목표도 약속도 아니다. 비전이자 현실이다. 외교·경제·개발이 재균형의 핵심이다. 번영은 안보와 분리할 수 없다. 미 국방부는 재균형의 핵심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 재정 부족이라는 도전도 헤쳐갈 것이다.



 미국은 태평양 강대국으로 아태 지역 동맹국과 파트너에게 네 가지 안보 우선순위를 밝히겠다. 첫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장려할 것이다. 항해 자유를 포함한 원칙을 옹호할 것이며, 강압·협박·공격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둘째, 국제 규약과 규범에 기반해 협력적인 지역 기구를 구축할 것이다. 셋째, 동맹국과 파트너가 안보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울 것이다. 넷째, 지역 방어 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최근 몇 달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며 일방적인 행동을 취했다.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접근을 제한하고, 필리핀과 마주한 세컨드 토마스 섬에 나타나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인근 분쟁 해역으로 석유 굴착 장비를 배치했다.



 미국은 분명하고 일관적이다. 대립하는 영토분쟁에서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 단 협박과 강압, 힘으로 위협하는 나라에는 확고히 반대한다. 지난해 11월 미군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일본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역량 강화 노력은 동맹국의 첨단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를 포함한다. 평양의 도발을 방어하고 억지하기 위해서다. 두 달 전 한국과 글로벌 호크 판매 협정에 조인했다. 한국은 또한 F-35 합동 타격 전투기를 구매할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역량 있는 동맹국들은 곧 세계 최첨단의 5세대 전술 전투기를 운용하게 될 것이다. 지역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도 중요한 진전을 거뒀다.



 미 해군은 내년에 합동 고속수송선을 태평양에 배치한다. 괌에는 추가로 잠수함을 전진배치한다. 지금보다 네 배의 연안전투함을 2017년까지 배치할 것이다. 2018년까지 해군은 첨단 줌왈트급 구축함을 태평양에서 운용할 것이다. 2020년까지 해군과 공군의 60%를 태평양 지역에서 운용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조기 경보기 호크아이와 최첨단 트라이턴 정보·감시·정찰용 무인기 역시 이 지역에서 운용할 것이다.



 미국 힘의 근원은 동맹국 네트워크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웨스트포인트 연설에서 미국은 현재 “역사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맹국의 허브”라고 말했다.



 ◆왕관중(王冠中) 중국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아시아 안보관 수립과 아태의 아름다운 미래 창조’ =중국 속담에 ‘온 것이 있는데 보내는 것이 없으면 예의가 아니다(來而不往非禮也)’란 말이 있다. 남이 중국에 한 말이 있으면 회답을 해야 한다. 이 자리는 샹그릴라 ‘대화’다. 대화는 상호 토론을 말한다. 상대 생각을 말하고 내 생각을 말해 교류한다는 뜻이다. 진리는 토론과 논쟁 속에서 나온다. 아베와 헤이글이 중국에 대한 시각을 밝혔다. 토론을 위해서는 두 발언에 관한 내 생각을 밝혀야 한다.



 아베와 헤이글의 연설은 중국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다. 두 대국의 지도자가 이런 장소에서 중국에 대해 터무니없는 비난을 던질 줄 상상하지 못했다. 예상을 넘는 발언이다.



 아베와 헤이글은 상부상조하며 연설했다. 먼저 발언한다는 이점을 활용해 중국에 도전했다. 아베는 간접적으로, 헤이글은 직접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헤이글의 방식과 태도가 낫다. 아베는 한 나라 총리 자격으로 주최 측의 초청을 받아 기조연설을 했다. 샹그릴라 대화의 성립 취지는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보 촉진을 위한 건설적인 의견을 밝히는 데 있다. 아베는 샹그릴라 대화의 취지를 위반했다. 분쟁만 일으켰다.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다.



헤이글의 연설은 솔직했다. 헤이글 강연에는 패권주의 색채가 충만했다. 위협과 협박의 언사가 가득했다. 아태의 불안정을 선동하고 사주하는 내용이 가득 찬 문제 많은 강연이었다. 건설적인 연설이 아니었다. 아베와 헤이글 두 강연을 듣고 실제 행동을 보면 의문이 든다. 도대체 누가 도발하고 문제를 일으키는가란 의문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영토주권과 해역(海域) 규획 문제에서 먼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모두 상대가 문제를 일으키면 대응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양자 대화나 다자 간 국제회의장에서 중국이 먼저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누가 먼저 논쟁을 벌였나. 지금 덧붙인 몇 마디는 피동적이며 최소한의 반응일 뿐이다.



 ◆샹그릴라 대화와 중국=샹그릴라 대화는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2002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아시아 안전보장회의’를 말한다. 호텔 이름을 땄지만 평화로운 이상향을 지향하자는 의미도 담았다. 의제는 아시아 안보다. 포럼 초기 참가국 대부분이 미국의 동맹국과 협력국이었다. 중국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외교관과 학자들이 주로 참가했다. 2005년 미국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참석하면서 학술 서밋이 관방 군사대화로 변했다. ‘매파’ 럼즈펠드에 대적하기 위해 중국은 외교부 추이톈카이(崔天凱) 당시 아주국장을 파견했다.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 국방장관의 기조연설은 항상 첫째 날 오전에 열렸다. 럼즈펠드는 중국의 굴기를 인정했다. 군사위협이 없음에도 국방비를 늘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방위청 장관은 중국의 국방비 지출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미·일의 협공에 추이톈카이가 반발했다. 중국보다 수 배 많은 미국의 국방비를 거론했다. 미·일의 비판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샹그릴라 대화는 중국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럼즈펠드 이후 샹그릴라 대화에 불참한 미국 국방장관은 없었다. 샹그릴라 대화가 미국과 동맹국의 잔치에서 국제 군사포럼으로 바뀐 것은 2007년 중국이 본격적으로 참가하면서부터다. 장친성(章沁生)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이 육·해·공 고위 지휘관이 포함된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정식으로 참가했다. 영어권 국방포럼에서 중국의 군사외교가 시작됐다.



 2010년 대화는 천안함 침몰 두 달 후 열렸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참가했다. 미국은 2010년 초 대만에 60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모든 군사교류를 중단하며 항의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정치적 이유’로 군사교류를 중단한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대만 무기 판매는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이라며 베이징은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툼은 다툼일 뿐이었다. 중국의 샹그릴라 대화 참가 수위가 높아졌다.



 2011년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이 처음으로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했다. 지금까지 샹그릴라에 참가한 유일한 국방부장이다. 대화 개막 직전 발표된 2010년 경제 통계에서 중국 국내총생산량(GDP)이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이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와 남중국해 문제가 샹그릴라 대화를 주도했다.



 2012년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2020년까지 미군 보유 함대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 위기, 동중국해 분쟁, 남중국해 마찰이 끊이지 않으면서 샹그릴라에서 중국은 ‘고독한 대국’으로 전락했다. 2014년 중국은 국방부와 외교부 연합 대표단을 구성했다. 왕관중 부총참모장과 푸잉(傅瑩)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이 대표단을 이끌었다. 미·일의 협공을 무난히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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