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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위안부 진실 알린다"는 일본 연출가

중앙일보 2014.06.12 00:33 종합 27면 지면보기
“내가 평생 해온 연극을 통해 다만 몇 사람이라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다면 일본 우익의 어떠한 위협도 두렵지 않습니다.”


19년 만에 서울 재공연 후지타
“"일 정부 입장 변한 게 없어 분노"

 노(老)연출가의 각오는 대단했다. 다음 달 2∼20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무대에 오르는 연극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의 극작·연출가 후지타 아사야(80·사진)는 “일본인 중에도 위안부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있다는 걸 관객들뿐 아니라 일본 정부에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와세다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후지타는 그동안 연극 200여 편을 연출한 일본 연극계의 원로다. 일본연출가협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일본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 영자의 이야기를 그린 ‘거짓말쟁이…’는 1995년 한국과 일본에서 초연한 뒤 20년 가까이 묻혀 있었던 작품이다. 올 하반기 중국 공연을 추진 중이고, 내년엔 유럽·미국을 거쳐 다시 일본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일본 초연 당시 우익들의 협박이 거셌어요. 일본 경찰들이 공연장 주위를 둘러싸 지키는 상황에서 공연을 했죠. 스폰서할 업체를 하나도 못 구해 큰 적자를 봤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지 위안부 실체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일본 관객들이 ‘일본이 이렇게 나쁜 짓을 했다니 놀랍다.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여 보람이 컸지요.”



 19년 만에 재공연을 하는 ‘거짓말쟁이…’는 이야기의 흐름이 초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후지타는 “95년 쓴 각본을 고칠 필요가 없을 만큼 그동안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대한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사죄할 일을 사죄해야만 한·일 관계에 새로운 미래가 시작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 일이 실현돼 두 나라의 진정한 화해가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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