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이대로는 안 된다

중앙일보 2014.06.12 00:11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긴 설명을 붙일 것도 없이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는 인류의 공동선(善)이다. 물론 거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환경부의 정책결정을 보노라면 좀 딱하다는 느낌부터 앞선다.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공동선만을 향해 일방통행하는 듯한 인상을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최근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2017년까지 적용대상 업체 배출 총량을 약 16억4000만t으로 정했다. 녹색성장을 위해 2020년 배출 전망치에 비해 우리나라 배출량을 30% 줄인다는 지난 정부의 ‘자발적 감축 선언’의 후속조치 성격이 강해 보인다. 문제는 당시 이명박 정부가 구체적인 수단을 명시하지 않은 채 녹색성장을 우리 경제의 새 성장동력으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이런 환경부의 움직임에 산업자원부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학계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 산업계는 이번 환경부 정책결정에 유례없이 집단반발할 기세다. 왜 그럴까? 환경부 일방통행식 정책결정만 있을 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항들이 반영되지 않거나 무시당하고 있는 탓이다.



 첫째, 지구온난화 방지 관련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다 알다시피 온난화 방지 국제규제의 근간인 ‘교토협약’은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2012년에 이미 만료됐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의 배출감축 의무가 없어졌다. ‘코펜하겐 선언’ 등으로 2020년 글로벌 감축목표 설정 협의를 하는 등 체면치레를 할 방도만 찾고 있을 뿐이다.



 주요국별로 보면 사정은 더하다. 미국은 아예 교토협약 비준을 거부하였고 중국 등 신흥산업국들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만을 강조하면서 어떤 강제규제도 받아들일 요량이 아니다.



여기에다 유럽연합(EU)은 경제위기 극복을 구실로 글로벌 녹색 리더 입지를 고수하기보다 환경 등 추가규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교토협약 당사국인 일본도 추가 규제에 반대하긴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럼에도 전 세계 온실가스의 2% 이하 배출국인 우리가 신규 규제국가로 진입하는 것은 관료제의 병폐인 ‘학습효과 부재와 경직된 정책 대응’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둘째, 규제위주 환경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환경정책은 오염의 완전 제거가 아니고, 국민복지 극대화를 위한 동태적이고 합리적인 오염 허용치 결정에 가깝다.



따라서 온난화 요인의 85%가 에너지 부문에서 유발되는 우리 여건에서 배출권 거래는 에너지와 환경 부문을 가장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유효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에너지 부문의 민생 및 경제 기여도가 유지되는 수준에서 배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산업계는 지금 환경부 시책대로라면 최대 28조원 수준의 손실이 예견된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 수치가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우려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환경부가 주장하는 청정기술 보급 촉진을 통한 추후 경제적 이득은 에너지 기술의 혁신이 어느 부문보다 늦기 때문에 당장은 기대할 수 없다. 자칫하면 창의 부족, 비밀주의, 법규 만능 등 규제행정 폐해의 전형으로 오해되기 십상이다.



 셋째,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세월호 비극 이후 등장한 ‘관피아’ 척결과 국가개조라는 현안과제에 부합되지 않는다. 무리한 배출권 거래 시행은 환경 관련기관과 업계의 지대(地代·Rent:비정상적 초과이윤) 추구행위로서 집단이기주의 전형이라고 오인될 소지가 크다.



 더욱이 10년 전 EU에서 처음 시행될 당시 한때 t당 30유로를 넘던 배출권 거래 가격이 지금은 3유로 이하로 하락하여 점차 그 가치가 소멸하고 있다. 지금 배출권 거래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배출 상위국인 중국(세계의 28.6%), 미국(15.1%), 일본(3.8%) 등도 그 시행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는 배출권 거래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무릇 정부 정책은 국익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 실패 보완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보노라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정부가 나서서 시장 실패를 자초하는 듯해 안타깝다.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제가 ‘착한 규제’에 대한 학습효과를 통해 서둘러 수정·보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교토의정서’에서 도입한 제도.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허용량을 정한 뒤, 의무 감축 할당량 만큼 온실 가스 감축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나라와 기업으로부터 할당량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