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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세월호에 또 "그대로 기다려라" 는 국회의원

중앙일보 2014.06.12 00:10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윤호
사회부문 기자
최근 보름 사이에 벌써 세 번이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실망한 횟수다.



 처음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였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까지 부른 자리에서 여야는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증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티격태격했다. 결국 이날 국정조사계획서 채택이 불발됐다. 국회에 갔던 유가족들은 “왜 우리 의견을 들을 생각은 않고 싸우기만 하느냐. 갑갑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두 번째는 지난 10일이었다. 앞서 5일 전남 진도를 방문한 세월호 국조특위 여야 의원 16명은 현장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구조·수색 과정의 문제점 등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여야 의원 1명씩과 특위에서 뽑은 전문가 1명을 9일부터 진도에 상주시키겠다.” 이어 지난 8일에 국조특위 위원들은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해답은 현장에 있다’라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은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진도실내체육관에 가족 지원 사무실로 쓰던 공간을 국조 특위 상황실로 사용토록 내놨다. 진도군청의 협조를 얻어 ‘세월호 국조 특위 상황실’이라고 쓰인 현판까지 달았다. 하지만 특위에선 소식이 없었다. 10일에는 가족들의 대리인인 배의철(38) 변호사가 국회 국조특위 행정실에 전화해 언제 현장에 오는지 물었다. 배 변호사에 따르면 답은 이랬다. “기다리세요.”



 익명을 원한 실종자 가족은 “세월호 탑승객들이 선내 방송으로 되풀이해 들었던 게 바로 ‘기다리라’는 것”이라며 “왜 우리까지 국회로부터 똑같은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세 번째는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야 간 세월호 국정조사 줄다리기다. 여야는 지금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으로부터 기관보고를 언제 받느냐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16일부터 당장 하자고 하고, 새정련은 “월드컵에 묻힐 수 있다”며 7월 14일부터 하자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달 5일 진도를 방문했을 때 가족들 앞에서 16명 특위 위원들이 “세월호 실종자·희생자를 위해선 여야가 따로 없다”고 했던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현장에 상주시키겠다”와 “여야가 따로 없다”던 것은 거짓말이었다. 이쯤이면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국조특위에 걸었던 기대를 거둘 만도 하다. 하지만 가족들은 국조특위가 현장에 뛰어오기를, 얼른 합의해 국정조사가 진행되기를 아직도 애타게 바라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게 진상 규명을 원한다. 한 실종자 가족은 이 말을 꼭 국회의원들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실종자들이 의원님들의 아들·딸이라면 지금 어떻게 했겠습니까. 당리당략 말고 제발 이 점을 생각해 주세요.”



김윤호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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