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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000원으로 장롱 구입하고 기부까지 … '행복'을 나눕니다

중앙일보 2014.06.12 00:05 12면 지면보기
1 ‘천원의 행복’ 행사 참여자들이 가구를 사려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2 많은 시민이 참여한 행사장 모습.


단돈 1000원으로 장롱도 사고 기부도 할 수 있는 행사가 화제다. 지난 1일 오후 1시 천안시 성환읍 대홍리에 있는 ‘가구대통령’ 천안점에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개막 한 시간 전부터 200여 명의 사람이 몰려 북적였다. 3~4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천원의 행복’ 행사다.

'가구대통령' 천안점
착한 행사 현장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행사 당일 1000원을 내고 티켓과 교환한다. 이 티켓은 1인당 4장까지 구입 가능하다. 티켓을 받은 뒤 진열된 가구들 중 마음에 드는 가구를 선택해 티켓을 붙인다. 한 가구에 2명 이상이 티켓을 붙이면 가위바위보로 당첨자를 결정한다. 즉 가위바위보의 최종 승자가 가구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인기 많은 장롱·식탁·소파엔 많은 사람이 몰린다. 수십 명이 가구 하나를 놓고 가위바위보 판을 벌인다. 원하는 가구를 차지하기 위한 가위바위보 경쟁이 치열하다. 이쯤 되면 전략도 다양해진다. 온 가족을 동원해 많은 티켓을 붙여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 경쟁자가 적은 작은 가구를 여러 개 공략하는 방법 등 온갖 전술이 등장한다.



 이날 가위바위보를 통해 의자 1개와 서랍 2개를 얻은 김채민(28·충북 청주시)씨는 예상치 못한 수입으로 얼굴이 환하다. 친구 소개로 처음 오게 된 그는 “적은 돈으로 가구도 얻고 기부도 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이런 기부 행사가 있다면 꾸준히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금된 금액은 78만원. 개점 이래 가장 많은 액수다. 서너 달마다 열리는 행사에서 보통 50만~60만원의 기부금이 모인다. 지금까지의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에 음식물을 무료로 나눠주는 ‘천안 푸드뱅크’와 정신질환자 사회생활 적응을 돕는 사회복귀시설 ‘나비의 꿈’에 전달됐다. 이날 모인 기부금 전액은 중증장애인 재활자립을 위한 작은 작업장을 마련하는 데 쓰인다.



“지역사회 기부 문화 정착되길”



행사를 연 장춘길(맨 왼쪽)·황현숙(맨 오른쪽)씨 부부와 자녀들.
행사에 진열된 가구는 60여 개. 장롱·소파·침대·책상 등 종류도 다양하다. 모두 이날 행사가 아니라면 1000원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가구들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횡재지만 판매자 입장에선 손해다. 개점 이래 3년간 꾸준히 행사의 수익금을 기부한 황현숙(46·여) 점장과 장춘길(52) 부장은 “기부는 행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부부다.



 황 점장은 “본전 생각하면 절대 못하죠. ‘천 원의 행복’ 행사에 진열되는 가구들의 실제 가격은 500만~6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가구를 제 가격에 팔아 기부하면 더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요”라며 밝게 웃었다.



 그는 “지금은 행사 진행에 따른 재정·인력 부족 문제가 있어 1년에 3~4번만 연다”며 “기부 취지로 시작한 만큼 앞으로 행사 규모 나 횟수를 더 늘려 어려운 이웃을 더 많이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 부장은 “원래 가구 공장을 운영하다 불경기로 인해 위기를 겪은 뒤 다시 가구점을 열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어려운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며 “마음에 드는 가구를 싼값에 얻고 기뻐하는 손님들을 볼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구 배달을 가면 기존 가구를 교체하면서 쓰던 가구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손님들이 버리는 가구 중 상태가 양호한 것들은 가구가 필요한 복지시설에 기부한다”며 “즐겁고 신나는 기부인 만큼 많은 분이 ‘천 원의 행복’ 행사에 동참해 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들 부부는 행사에 참여하는 손님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갈 손님들을 위해 경품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부부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참여자들도 덩달아 기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노민우 천안시 장애인복지팀장은 “행사를 보조하는 인력이 부족해 천안시에서 봉사자들을 연계해 주고 있다”며 “기부뿐 아니라 행사 보조로 참여하는 봉사자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마련된 기부금이 복지단체의 재정난 극복에 도움이 된다”며 “더 많은 시민이 기부에 동참해 지역사회 기부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의 041-582-6675



카페 cafe.naver.com/gagupresident

cafe.daum.net/supon



주소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대홍리 335-1



글=이은희 인턴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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