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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민기자의 말말말] “외무고시는 폐지되지 않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9 09:39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말이 아니다. 지금도 가능하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외무고시가 아직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대 등용문인 외무고시·사법고시·행정고시. 3대 등용문이 유지되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시험을 통해 ‘인생 역전’을 꿈꿨다. 하지만 ‘고시 드림’은 약 67년만에 막을 내렸다. 사법고시는 2016년 1차 시험을 끝으로 폐지된다. 외무고시는 지난해 폐지됐다. 그나마 남아있는 행정고시도 응시 인원을 점차 줄여가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일까 신림동 고시촌의 분위기는 매우 싸늘하다. 고시촌에서는 ‘사법고시 폐지를 위한 담회 개최’라고 적힌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다. 사법고시 존치를 위한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사법고시는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예비 법조인’들은 로스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외무고시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외무고시는 폐지됐지만 대신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이 생겼다. 2013년도에 처음 실시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는 43명이 합격했다. 이들은 3학기 (49주) 동안 국립외교원에서 정규과정 교육을 받는다. 교육생 중 4명은 종합교육성적에 따라 탈락하기 때문에 5급 외무 공무원으로는 39명이 임용된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어과목시험 성적표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표(2급 이상), 제2외국어능력검정시험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 1차시험은 3월, 2차시험은 5월, 3차시험은 8월이다. 1차 필기 시험은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PSAT) 문제가 출제된다. 2차 시험은 전공평가시험과 통합논술시험이 실시된다. 전공평가시험 과목은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이다. 3차 시험은 면접으로 진행된다. 면접은 영어와 제2외국어 관련 인터뷰도 진행된다.



외무고시는 폐지됐지만 ‘고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응시자들의 합격 수기가 공개되면서 다시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학원 강의를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다. 종합반 강의도 개설됐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한 쪽은 2~4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유형이다. 다른 한 쪽은 어렸을 때부터 영어와 제2외국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하며 역량을 키워온 유형이다. 이는 결코 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 기간의 문제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했느냐이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취지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임용하는 데 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이 ‘고시 폐인’을 가려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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