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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민기자의 리뷰] ‘하이힐’ 차승원 “트랜스젠더…우린 신의 등 뒤에 있는 사람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9 09:38
[사진 `하이힐` 포스터]




 

‘신의 등 뒤에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신의 품 안에 있을 것인가’.



살면서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하이힐’의 윤지욱(차승원)은 평생 이런 고민 속에서 살았다. 타고난 트랜스젠더 성향이기 때문이다. 영화 중반 즈음, 차승원은 한 교회에서 트랜스젠더와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본성에 따라 트랜스젠더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사회를 벗어나 신의 등 뒤에 서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차승원을 도와주던 한 트랜스젠더는 “우린 신의 등뒤에 있는 사람들이야. 남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로 살아야지”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트랜스젠더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3일 개봉한 ‘하이힐’은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긴 채 살아온 강력계 형사 윤지욱(차승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윤지욱은 타고난 싸움꾼으로 조폭들도 무서워 하는 냉혈 형사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여자로 돌변한다. 홈쇼핑 채널을 보고 얼굴에 화장을 한다.



어릴적 동성애를 경험했던 차승원은 자신의 본성을 없애고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부러 강력계 형사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본성을 이길 순 없었다. 때문에 잘 해오던 경찰도 그만두고 트랜스젠더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모습을 본 차승원의 후배 형사 진우(고경표)는 “그게 이렇게 못 참을 정도야? 모든 걸 다 팽개치고 갈 정도야?”라고 윽박지른다. 이는 우리가 트랜스젠더를 보면서 하는 생각과 비슷하다.



‘하이힐’은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편견을 누그러뜨리는데 어느정도 일조한 듯 하다. 영화를 통해 그들이 트랜스젠더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고는 아쉬움도 꽤 남는 영화였다.



‘하이힐’은 주인공의 내면에 좀 더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신의 연결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초반 차승원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해 다양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그러다 갑자기 트랜스젠더로 변신한다. 이는 마치 영화 ‘아저씨’의 주인공인 원빈이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후 “사실 나 트랜스젠더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겉모습부터 시작해서 뼛속까지 진짜 남자일 것 같은 사람이 “나 트랜스젠더야”라고 말하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충격은 영화 후반에 가서야 사라진다. 진한 화장을 한 차승원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진한 화장을 한 차승원은 여자가봐도 정말 예쁘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차승원 트랜스젠더 해도 되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차라리 영화 중반부터 화장을 진하게 한 차승원을 보여줬다면 어색함이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이힐’은 느와르 장르와 트랜스젠더라는 파격적인 소재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듯하다. 느와르에 트랜스젠더를 살짝 얹은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장진 감독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트랜스젠더는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다루기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볼 만 했다. ‘하이힐’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차승원의 재발견이자 장진 감독의 색다른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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