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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참여연대 … 조희연, 진보 인맥 중심에 있다

중앙일보 2014.06.09 02:30 종합 8면 지면보기
“나는 그를 주저 없이 교육운동에 참여하는 교수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박원순에게 참여연대 처장 인계
최장집·강만길과 『사회평론』 창간
김석준·강금실 서울대 75학번 동기
곽노현·김상곤과는 민교협 인연

 “1990년대 시민사회운동 현장엔 반드시 그가 있었고, 그는 늘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부드러웠는데, 그런 성숙함이 늘 부러웠다.”(박원순 서울시장)



 김 전 교육감과 박 시장이 언급한 인물은 6·4 지방선거에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다.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인 조 당선자가 선거에 출마했을 때 일반인 사이에선 “조희연 후보가 누구냐”는 얘기가 많았다. 인지도가 낮아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4%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학계와 시민운동계를 포함한 진보진영 내부에선 이미 ‘중핵(中核)’의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었다. 이번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13명이나 나왔는데, 조 당선자를 비롯해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 김석준(부산대 교수) 부산교육감 당선자 등은 모두 진보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특히 박 시장까지 합하면 주요 진보진영 인사들과 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어 바야흐로 이번 선거가 진보 핵심 인사들이 정치·교육계에 포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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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75학번 ‘긴급조치 9호 세대’=1975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은 긴급조치 9호를 발동했다. 유신헌법을 부정·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보도하는 것도 금지됐다. 지금의 대학로에 있던 서울대 캠퍼스가 그해 관악산 자락으로 옮겨 문을 열면서 ‘관악 1세대’인 75학번이 입학했다. 조희연·김석준 당선자가 사회학과 75학번 동기다. 박 시장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조배숙 전 국회의원,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김영란 전 대법관도 그해 입학했다.



 박 시장은 사회계열 1학년 때 시위에 단순 가담했다가 구속된 후 제적됐다. 조 당선자는 78년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9호 반대 유인물을 배포하고 시위에 가담하다 구속 수감돼 이듬해 가석방됐다. 또 다른 서울대 75학번 ‘긴급조치 9호 세대’로는 고(故)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양민호 전 청와대 민원비서관이 있는데, 모두 노무현 정부 때 활동했다. 유종성(현 미국 UC샌디에이고 교수) 전 경실련 사무총장은 조 당선자와 78년 시위에 함께 참여했다. 이병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과 유인택 서울시뮤지컬 단장도 같은 학번이다.



 조 당선자는 연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작고한 김진균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이끌던 진보 학술운동에 참여한다. 83년 사회학과 제자들과 김 교수가 서울 상도동 한 여관 3층 창고를 개조해 만든 ‘상도연구실’은 국내 첫 진보성향 인문사회과학 학술단체인 ‘한국산업사회연구회’를 낳는다. 조 당선자는 94년 김 교수와 산업사회학회를 만들고, 고 박현채 교수와 『한국사회 구성체 논쟁』을 펴내기도 했다. 88년 22개 진보 학술단체 연합회인 ‘학술단체협의회’ 설립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한 조 당선자는 2006년 비판사회학회 회장을 지냈다. 이 역시 진보 학술운동의 계보를 잇는 학회다.



 ◆이재정과 조희연 그리고 성공회대=학생운동 경력으로 대학 강단에 자리 잡지 못하던 조 당선자는 90년 성공회대 신학대에 부임한다. 당시 총장을 맡은 이재정 당선자가 신영복 교수를 포함해 진보적 연구자들을 대거 교수로 영입한 데 따른 것이다. 성공회대엔 김동춘·조효제(사회학), 한홍구(역사학), 정해구(정치학) 교수 등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조 당선자는 성공회대에 NGO대학원을 만들고 반독재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운동의 자료를 정리하는 민주자료관, 민주주의연구소 등을 설립했다.



 91년 5월엔 조 당선자가 월간지 『사회평론』 창간과 관련해 편집기획주간을 담당한다. 최장집·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각각 준비위원장과 발행인을 맡았다. 이 작업에 동참한 이들의 면면만 봐도 조 당선자가 진보 측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박호성 서강대 교수,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유홍준 명지대 교수, 안병욱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천정배 전 국회의원 등이 편집위원·운영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 잡지에 처음 게재됐다.



 ◆김기식·이태호 참여연대 인맥=박 시장과 조 당선자의 공통분모는 참여연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참여연대에는 박원순 변호사 측 그룹과 조희연 교수 중심의 학자들, 그리고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 사무처장)과 이태호 현 사무처장 등 학생운동 출신이 손을 잡았다. 조 당선자는 초대 비상근 사무처장을 맡았는데, 박 시장이 변호사직을 떠나 상근 사무처장으로 바통을 이었다.



 조 당선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 인생 첫째 행운은 김진균 선생님을 만나 진보적 학문 연구의 흐름을 연 것이고, 둘째는 이재정 총장을 만나 성공회대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함께한 것이며, 셋째는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참여연대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 13명 중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이 8명이다. 나머지는 총장·교수 출신인데, 대부분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 출신이다. 조 당선자는 출마 직전까지 민교협 공동의장을 지냈다. 김 전 경기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 진보 후보로 출마했던 주경복 교수 등이 모두 민교협 의장을 역임했다. 조 당선자는 “민교협 의장을 하면서 좋은 교육감 후보를 찾으려 노력했는데 나서겠다는 분이 없어 직접 출마했다”며 “의장을 하는 동안 교육 현안과 현장의 아픔을 알게 됐고 비평만 하는 학자에서 해결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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