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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원점 재검토" vs "부담 줄여 내년 시행"

중앙일보 2014.06.09 02:30 경제 4면 지면보기
저탄소차협력금(자동차 탄소세) 도입을 놓고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양쪽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석 달간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 부처인 환경부는 “부과 대상과 금액을 줄여서라도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 시작하자”는 입장인 반면 자동차산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국내 자동차업계 피해가 크기 때문에 제도 도입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결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산업부·환경부, 도입 실효성 논란
석 달간 합의점 못 찾고 오늘 공청회
산업부 "업계·소비자 부담 너무 커"
환경부 "2000cc 이하 중소형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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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부처는 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저탄소차협력금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합의안이 아닌 각 부처의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기획재정부의 중재로 3개 부처 산하 국책연구기관(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공동 연구용역을 맡겨 절충을 시도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저탄소차협력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저연비 차를 사면 부담금을 매기고, 배출량이 적은 고연비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환경부가 2013년 도입을 결정했다. 프랑스·오스트리아·벨기에와 같은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니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환경부의 원안이 공개되면서 국산차 역차별 논란이 커졌다. 원안에 담긴 부담금 기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26g 이상)대로 하면 대부분의 국산차 구입자는 25만~700만원의 부담금을 무는 반면 BMW·벤츠 같은 고급 수입차는 부담금이 없거나 오히려 보조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국산차 값은 오르고 수입차는 값이 내리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산업부와 환경부가 함께 개선방안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3개월간의 공동 연구 끝에 내놓은 양측의 결론은 정반대다. 먼저 환경부는 자동차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부담금 부과 대상과 금액을 확 줄이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시행 첫해인 2015년에 한해 부담금 대상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완화(㎞당 126g→km당 151g)하고 부담금 상한선도 7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원안에서 부담금 25만~50만원을 내야 했던 중소형차(액센트 1.4, i30 1.6)는 물론 75만원을 내야 했던 국산 대표 2000cc급(쏘나타·K5·투싼)까지 면제 대상이 된다. 에쿠스·체어맨과 같은 대형차의 부담금은 7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줄어든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첫해 시행해 본 뒤 2년차부터 점차적으로 부과 대상을 넓히고 부과금을 올리면 자동차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산업부는 수정안을 내놓기 전에 제도 자체의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연구원 연구 결과 저탄소차협력금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미한 데 비해 자동차회사와 소비자가 보는 피해는 크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저탄소차협력금 도입을 통해 5년간 감축될 이산화탄소(160만t) 배출량이 전체 수송부문 감축 목표치(1780만t)의 9%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굳이 저탄소차협력금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스마트교통시스템이나 전기차 보급과 같은 다른 정책을 확대하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제도를 도입하면 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의 중대형차는 연간 수천대씩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좋은 제도지만 실제 현실에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프랑스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강조했다.



 협력금제 도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는 양측 입장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제도 도입에 회의적인 기류가 강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생각보다는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공청회에서 산업계·시민단체·전문가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최종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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