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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처 개편위 민간위원 7명 중 3명이 유민봉 인맥

중앙일보 2014.06.09 01:14 종합 12면 지면보기
한 소방관이 화재진압 복장을 입고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위한 사흘째 릴레이 시위다. [뉴스1]
안전행정부가 일선 소방관들의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 관료와 행정 전문가 중심으로 국가안전처 조직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직제개편위원회의 회의 자료를 보면 위원회의 민간 전문위원 중 소방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성대 교수때 제자?동료로 인연
소방 전문가는 한명도 없어
"관료들 원하는 대로 개편" 비판

 직제개편위원회는 정부 인사 8명, 민간 위원 7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국가안전처의 각 본부별 업무와 세부 조직·인원 등 조직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된다.



 안행부가 위촉한 민간 위원은 모두 7명. 이 가운데 5명은 안전분야 전문가가 아닌 인사·조직 등 행정 전문가였다. 2명은 해양안전 전문가였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안행부가 해양경찰청에는 민간 위원 추천을 부탁했지만 소방방재청에는 문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또 개편위원회의 민간 위원들 상당수가 특정 대학 출신으로 채워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위원 3명이 성균관대 행정학과 출신이거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였던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제자였거나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성대 출신이 아닌 나머지 행정 전문 민간 위원들도 유 수석과 친분이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유 수석은 국가안전처 신설을 비롯해 이번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방방재 업무는 국가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소방 조직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안행부와 행정 전문가들끼리 조직 구성을 끝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안행부는 소방방재청을 폐지하면서 독립 소방청 설치나 소방직의 국가직화 등 대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8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성렬 안행부 창조정부조직실장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검토한 적 없다”며 “소방 조직을 국가직화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안행부가 직제개편위원회 회의 당시 배포한 자료에서도 독립 소방청 설치나 소방관 국가직화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행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통령 지시 사항과도 어긋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로운 체제하에서 일선 소방관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소방 관련 조직·인력 등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고 지시했었다.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는 “이번 조직 개편은 기존 관료 조직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것 같다”며 “이런 식이라면 국가안전처도 정권과 명운을 함께하는 ‘반짝 조직’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각 시·도 소방본부에 내부 문건을 내려 보내 “현 상황은 소방 조직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라며 “소방방재청 지휘부는 소방관의 국가직화 추진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 일선에서 근무 중인 일부 소방관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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