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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2달러 상품, 50달러 내면 잔돈은 자동 저축 … 고객 관찰해 60조원 거래 튼 BOA

중앙일보 2014.06.09 00:56 경제 2면 지면보기
미국의 대형 은행인 뱅크 오 브아메리카(BOA)는 2004년 신규 수익원 창출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수신 확대와 체크카드 고객 확충을 이끌어낼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필요했다. BOA는 타깃 고객군을 정해 이들의 금융 습관을 관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했다.


세계의 퍼스트 펭귄

특히 자녀를 둔 베이비붐 세대의 중년여성을 관찰하면서 이들이 신규 계좌를 열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필요를 충족시켜야 할지 분석하기로 했다. 미국 여러 개 주에 걸쳐 조사 대상자를 관찰하던 BOA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 정수로 딱 떨어지는 금액으로 계산하는 습관이다. 이는 미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개인 수표를 쓸 때 나타난 특징으로, 세금계산서에 49.22달러라고 찍히면 50달러짜리 수표를 써서 보내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78센트의 세금을 더 내는 셈이지만(다음달에 돌려받기는 한다) 이런 식으로 수표를 쓰는 여성이 많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은 상당수의 관찰 대상자가 저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생활비도 빠듯 할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일부는 자신의 충동적인 소비 습관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2005년 10월 BOA는 이 두 가지 특징을 아우르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고 ‘킵 더 체인지(Keep the Change)’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말로 ‘잔돈은 됐어요’라고 풀이할 수 있는 이 금융서비스는 체크카드로 계산 시 딱 떨어지는 정수 금액으로 지불하고, 잔돈은 자동으로 저축하는 서비스다. 49.22달러를 BOA의 ‘킵 더 체인지’ 서비스에 가입된 체크카드로 계산 시 자동으로 50달러가 빠져나가고 잔액 78센트가 예금 계좌에 쌓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매칭 펀드 방식도 추가했다. 서비스 가입 후 석 달간은 은행이 고객이 저금한 잔돈과 동일 금액을 추가로 불입하고, 그 이후엔 5%씩 연간 총 250달러 한도까지 추가로 넣었다. 소비와 동시에 저축을 할 수 있는 이 금융 서비스는 출시 석 달 만에 1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 중 20% 이상이 BOA와 거래한 적이 없는 신규 고객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2005년부터 2006년 BOA 총 수신액은 588억 달러(약 60조원)증가했다.



 1784년 설립된 BOA가 230살까지 진화를 거듭한 비결은 고객의 요구를 끊임없이 탐색한 데 있다. BOA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멀리 있다고 보지 않았다.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것이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이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BOA의 고객 탐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박상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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