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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탐욕 말고 전체 위한 큰 욕심 키우라

중앙일보 2014.06.09 00:49 종합 25면 지면보기
원불교중앙중도훈련원장 성도종 교무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모두 마음을 키우자. 나의 이익만 알던 좁은 마음에서 벗어나 나와 너를 함께 아는 상생의 큰 마음을 키우자. 마음이란 작게 쓰려면 한없이 작아지고, 크게 쓰려면 한없이 커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3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봉리의 원불교중앙중도훈련원을 찾았다. 맞은편에 보이는 산봉우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봉실산(鳳實山)’이라고 했다. 봉황 봉, 열매 실. 중앙중도훈련원장 성도종(65) 교무는 “봉황의 열매가 무슨 뜻이겠나. 그건 봉황의 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황의 알, 거기서는 봉황이 부화할 것이다. 그럼 세월호는 어떤 걸까. 대한민국은 지금 ‘세월호 참사’라는 거대한 알, 거대한 사건을 품으며 산통을 겪고 있다. ‘세월호’는 과연 우리 역사에 무엇으로 남게 될까.

4대 종교에 묻다 <4·끝> 원불교 성도종 교무



 - 세월호,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사람이 고민한다. ‘어떡하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을까?’ 좀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좀 더 쉽게 살기 위해서 다들 그걸 묻는다. 대신 ‘이 법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가?’는 묻지 않는다. 우리는 모른다. 법이 왜 필요한지, 법을 왜 지켜야 하는지 말이다. 결국 도덕성의 결여로 이어진다.”



 - 세월호 참사가 그걸 일깨웠나.



 “물론이다. 크게 일깨워줬다. 마음공부를 하는 수행자들은 ‘경계(境界)’라는 말을 자주 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떤 상황과 만나게 된다. 나와 그 상황의 접점, 그게 경계다. 세월호도 하나의 거대한 경계다.”



 - 세월호가 경계라니.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사회가 맞닥뜨린 어마어마한 경계다.”



 -‘경계’의 역할은 뭔가.



 “경계는 중요하다. 경계가 있기에 비로소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성 교무는 ‘세월호 참사’ 역시 그런 공부의 출발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적 차원의 공부를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공부 말이다. 그는 원불교 가르침 중에서 ‘은생어해(恩生於害)’란 말을 꺼냈다.



 은생어해의 의미를 묻자 그는 일화로 답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少太山·본명 박중빈, 1891~1943) 대종사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줬다. 일제시대였다. 전북 익산에 불법연구회(원불교 전신) 총본부가 있었다. 소태산을 감시하던 일본 경찰은 아예 그 안에다 주재소를 두었다. 원불교로선 큰 해(害)였다. 일제 앞잡이인 조선인 순사가 소태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상부에 보고했다. 소태산은 해를 해로 보지 않았다. 일본 순사를 자신의 제자들과 똑같이 대해주었다. 일부 제자는 거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 결과는 어땠나.



 “그 순사는 결국 원불교 교도가 됐다. 소태산 대종사의 행동과 법문을 일일이 감시하다가 자신이 감화를 받았다. 그 순사의 자녀 중에 원불교 성직자가 된 이도 있다. 그러니 해(害)에서 해(害)가 나올 수도 있고, 해(害)에서 은혜(恩惠)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



 - 해(害)에서 해(害)가 나올 때는 언제인가.



 “해(害)를 독(毒)으로만 볼 때다. 그럼 원망이 생기고, 그게 또 원망을 낳는다. 원망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대종사님도 일본 순사를 적으로만 보고 미워했다면 결국 해에서 해가 나왔을 거다.”



 - 세월호 참사를 해(害)로만 보는 사람도 있다.



 “세월호 참사는 비극적 사건이다. 유족들의 아픔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우리 사회가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고, 녹여줘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좌절과 절망에만 빠져선 곤란하다. ‘세월호’에는 절망의 가능성도 있고, 희망의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 자체는 무한가능성이다. 절망으로 쓰면 절망이 커지고, 희망으로 쓰면 희망이 커진다. 어느 쪽으로 쓸 것인가. 그게 우리의 몫이다. 그러니 세월호에서 해가 나올 수도 있고, 은혜가 나올 수도 있다.”



 - 어떡해야 은혜가 나오나.



 “세월호를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는 갈림길에 서 있다. 남 탓을 할 건가, 아니면 자기 성찰을 할 건가. 나는 이게 핵심이라고 본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부실한 제도와 관료주의, 집단적 탐욕주의 등에 대한 과감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남 탓만 해서는 현실을 바꿀 수가 없다. 그런 식은 결국 책임자 처벌로만 끝나게 마련이다. 개인적 차원의 마음공부도 마찬가지다. 남 탓만 할 때는 자신이 바뀌지 않는다. 자기 성찰을 통해서만 자신을 바꿀 수가 있다. 국가를 개조하려면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 차원, 사회적 차원, 국가적 차원의 뼈저린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거기서 가장 강력한 변화의 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성 교무는 “이제 진짜 욕심을 내보자”고 했다. “대종사님은 ‘욕심을 없애라’가 아니라 ‘욕심을 키우라’고 했다. 나 혼자만의 욕망을 채우려는 욕심에서 벗어나 이웃과 세계인류가 더 평화롭고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욕심을 키워가라고 했다. 그건 나를 위한 욕심이 아니라 전체를 위한 욕심이다.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는 그런 욕심을 키워야 한다.”



 - 전체를 위한 욕심이라면.



 “작은 마음이 아니라 큰 마음을 쓰자는 얘기다. 원불교 가르침에 ‘대공심 대공심(大空心 大公心)’이란 말이 있다. ‘크게 빈 마음이 공공을 위하는 큰 마음’이란 뜻이다. 세월호 참사도 결국 탐욕 때문에 터졌다. 탐욕을 내려놓을 때 빈 마음이 된다. 빈 마음이 될 때 나와 너가 ‘함께’가 된다. 그럴 때 상생(相生)이 이루어진다. 대공심 대공심.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좌우명이라고 본다.”



익산=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왕산(汪山) 성도종 교무=1949년생.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 원불교 서울교구장을 역임했다. 현재 원불교중앙중도훈련원 원장을 맡고 있다. 원불교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 중앙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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