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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으로 하는 정치 … 패션 아이콘 모디 인도 총리

중앙일보 2014.06.09 00:33 종합 28면 지면보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26일 취임식 직전 반소매 ‘모디 쿠르타’를 입고 마하트마 간디 기념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왼쪽). 취임식에선 격식을 갖춘 전통 쿠르타와 조끼를 입었다(가운데).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위해선 화려한 네루 재킷을 택했다(오른쪽). [뉴델리 로이터·AP=뉴스1·뉴시스]


힌두 민족주의자로 ‘강한 인도’를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64) 신임 인도 총리가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부터 ‘옷 잘 입는 정치인’으로 꼽혔던 그의 스타일이 ‘모디룩(Modi look)’이란 이름으로 인도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모디룩(Modi look)' 인도 휩쓸어
반소매 쿠르타 위에 조끼 덧입어
몸에 꼭 맞는 개량 옷 깔끔한 멋



 모디 총리 전 세대 인도 정치인들에게 패션 전략이란 색 바랜 낡은 쿠르타(셔츠 스타일의 전통 의상)를 착용해 패션에 관심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서민층을 공략해 국민들의 호응을 받으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모디는 선배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몸에 꼭 맞는, 잘 다려진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늘 한 점 티 없는 깔끔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옷에 관심이 많아 모디의 정적들이 “하루에 쿠르타를 500번 갈아입는다”고 공격했을 정도다.



 이런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모디가 선택한 옷감이나 스타일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모디 총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스타일은 반소매 쿠르타 위에 조끼를 덧입는 것이다. 그가 유행시킨 쿠르타는 아예 ‘모디 쿠르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는 긴 소매와 무릎 아래까지 오는 전통적인 쿠르타를 입기 편하게 개량한 형태다. 왼쪽 가슴에 주머니를 달아 실용성도 높였다.



 모디 총리가 지난달 26일 취임식에 모디 쿠르타 대신 격식을 갖춘 긴 소매 쿠르타를 입고 나타나자 한바탕 난리가 났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패션잡지 보그의 인도 편집장 프리야 타나는 “인도 정치인이 추구하는 철학과 패션 스타일이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진 경우는 없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네루 재킷’이라고 불리는 차이나 칼라의 소매 없는 재킷도 모디룩의 포인트다. 그가 네루 재킷을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대중은 물론 젊은 정치인들도 앞다투어 입고 있다.



인도 전통 의상을 즐겨 입는 모디는 의외로 시계와 안경은 고가품을 고집한다. 안경은 불가리, 시계는 모바도를 애용한다. 모디의 명품 사랑도 한때 공격을 받았지만, 지지자들은 “그의 친 기업적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디의 재단사로 일하며 그의 쿠르타를 디자인한 비핀 차우한은 이 스타일을 상표로 등록해 사업에 나섰다. 차우한은 구자라트주의 섬유 업체 블루 제이드와 손잡고 ‘모디 쿠르타’를 영국과 미국, 동남아시아로 수출할 예정이다. 모디룩이 유행하면서 그와 관련된 패션 사이트도 여럿 등장했다. 모디매니어(modimania.com)도 그중 하나다. 현재 이 사이트는 ‘펑키한 모디 쿠르타’ 등 모디 관련 패션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다.



 패션을 통해 인도 민족주의를 전파하는 모디인 만큼 서구식 양복을 입은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공식 석상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슬람의 상징인 초록색 옷도 금기다. 선거 기간엔 소속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상징색인 오렌지색 모디 쿠르타를 자주 입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엔 파스텔 톤의 옷을 자주 입고 있다. 특정 지역 정치인이 아닌 인도의 총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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