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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유럽 자금 … 증시에 훈풍, 외환시장엔 미풍

중앙일보 2014.06.09 00:33 경제 7면 지면보기
유럽중앙은행(ECB)이 ‘돈 풀기’에 나서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에는 유럽계 자금의 귀환을 불러올 ‘훈풍’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외환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미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ECB '돈 풀기' 어떤 영향 있을까
올해에만 1조 유로 넘게 풀려
신흥국 고수익 상품 투자 예상
원화 가치는 큰 변동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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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간) ECB는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내리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단기자금의 금리는 0%에서 -0.1%로 인하했다. 또 시중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빌려줄 ‘실탄’으로 4000억 유로(약 556조원) 규모의 장기저리대출(LTRO)을 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필요하다면 추가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까지 덧붙었다. 유럽 경제가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의 덫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한 ‘묶음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글로벌 증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 다우지수는 5~6일 이틀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ECB 효과’에다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인 덕이다. 주말 영국·프랑스·독일 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세계 주요 증시의 흐름을 반영하는 ‘FTSE 세계 지수’는 2007년 고점을 넘어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다.



 ECB가 돈줄을 푼다는 건 국내 증시에도 호재다. LTRO가 동원됐던 2012년 초 국내 증시에는 3개월간 6조8000억원가량의 유럽계 자금이 들어왔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금리 인하와 LTRO, 추가 조치까지 감안하면 1조 유로가 넘는 자금이 올해 내 풀릴 수 있다는 계산”이라며 “과거 ECB에서 유동성 공급을 할 때마다 유럽계 자금은 국내 증시로 유입됐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유럽계 자금은 1~3월 대규모로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 뒤 4월 들어서야 순유입으로 전환한 상태다.



 ECB가 시중은행의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고 저금리 장기 자금을 빌려주는 건 한마디로 돈을 쟁여두지 말고 기업과 가계에 풀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주춤거릴 가능성이 높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여전히 부족해서다. 이 때문에 ‘등 떠밀린 돈’ 중에는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찾아 한국 등 신흥국 시장을 노크하는 경우도 잦아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SK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은행들의 위험자산 투자가 늘면서 ‘유로 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조달된 자금으로 다른 국가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거래)’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추가조치’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성장률과 물가를 올리지 못한다면 최후 수단인 양적완화(QE)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환율에 미칠 영향은 다소 모호하다. 원화 강세와 약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함께 있어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ECB가 유로화를 풀면 유로화 값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는 올라간다. 이 경우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압력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해외 투자자금이 늘 경우 원화 가치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ECB의 발표 이후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오히려 소폭 올랐다. 시장이 ECB의 조치를 예견하고 미리 움직였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2.4% 떨어진 상태다. 우리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실제 LTRO가 시작되면 유로화는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원화 강세와 약세 요인이 상쇄되면서 ‘ECB 효과’는 원화 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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