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교수가 관료를 대신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4.06.09 00:08 종합 32면 지면보기
고현곤
경제에디터 겸
경제연구소장
얼마 전 저녁 모임에서 세월호 참사 얘기 끝에 논쟁이 붙었다.



 ▶중앙부처 1급=“국가개조를 한다고 관료를 죄다 밀어내면 누가 그 일을 합니까.”



 ▶교수=“ 민간에 전문가가 얼마나 많은데.”



 ▶1급=“민간 전문가라는 교수들 여럿 모셔봤는데 생각보다 잘 모르던데.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교수=“그거야 관료들이 보고를 제대로 안 하고, 왕따를 시키니 그런 거지.”



 ▶1급=“ 학문과 실무는 완전히 달라요.”



 ▶교수=“관료들이 잘해왔다는 겁니까.”



 결국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발언 수위가 올라갔지만, 두 사람이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를 한 건 아니었다. 그 교수는 이번에야말로 관료 중심의 나라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을 게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유착비리와 전관예우에 분개하며. 반면 1급 공무원은 그동안 접했던 교수들을 떠올리며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정무 감각이 떨어지고, 아이디어도 그리 참신하지 않았던 기억에.



 지방선거가 끝나고, 청와대·내각 개편, 공석 중인 공공기관장·단체장 선임 등 굵직한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분풀이하듯 관료를 몰아세웠으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현실적으로 관료를 대체할 인재 풀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언뜻 떠오르는 그룹이 정치인과 교수다. 먼저 정치인은 국민의 반감이 만만치 않다. ‘정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중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성과 책임감에서 약점을 노출하기도 한다. 정치력과 정무 감각이 필요한 몇몇 상징적인 자리라면 모를까.



 정치인 말고는 교수가 남는다. 1970~80년대만 해도 서구에서 박사를 딴 교수들이 최고 전문가이자 시대의 지성이었다. 전문 지식뿐 아니라 서구의 문화·생활을 습득하며 국제적 안목을 기른 덕분이다. 공직에 진출해 족적을 남긴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남덕우·이승윤·김만제·김종인 등 서강대 교수 출신의 이른바 서강학파가 대표적이다.



 그 뒤 나라가 발전하고, 복잡다단해지면서 교수들의 우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교수 못지않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고수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간과한 채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교수를 중용했다. 대놓고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선 캠프에 줄 서는 교수도 늘었다. 더러는 전문성도, 비전도 없는 일부 교수가 전체 이미지에 먹칠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도 교수를 많이 발탁했다. 지난해 이후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가운데 연구원 출신이 37명, 교수 출신이 30명에 달한다. 둘을 합치면 67명으로 관료(51명)보다 많다. 내부 승진은 18명에 그쳤다. 장관 중에도 6명이 교수·연구원 출신이다.



 교수 출신들이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업무의 디테일은 관료에 밀리고, 현실 감각은 기업인 등 다른 민간인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 아닐까.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어느 교수는 “실제 정책을 다뤄 보니 너무 복잡해 밖에서 보던 것과는 천양지차였다”고 말했다. 옆에서 훈수를 두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다르다는 얘기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 대신 민간 전문가를 중용하라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여기서 민간 전문가는 주로 교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덕망 있고, 실무도 잘 아는 교수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니, 그런 조건을 갖췄다면 교수뿐 아니라 누구라도 환영이다. 국가를 개조한다는 명분에 얽매여 유능한 관료·정치인을 굳이 배제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 맞는 인재 풀에 밑천이 드러났다면? 내부 승진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장관은 해당 부처 출신 가운데 발탁하고, 공기업 사장·임원이나 협회장·이사장은 해당 기업·단체의 임직원 중에 뽑으면 어떨까.



 내부에서 검증된 인재야말로 그 분야 최고 전문가인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쳤으니 로열티도 강할 것이다. 조직원들에게 ‘열심히 하면 나도 기관장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도 줄 수 있다. 낙하산 인사 시비로 인한 조직의 동요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인재를 너무 멀리서만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고현곤 경제에디터 겸 경제연구소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