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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국 실패에서 배우는 국가재난 대처법

중앙일보 2014.06.09 00:07 종합 33면 지면보기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미국인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필자는 최근 한국 방문에서 이로 인한 한국인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당국의 부족한 재난대응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목격했다. 미국도 많은 참사를 겪었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미숙한 대응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을 줬다. 재난 대응에선 미국도 많은 실수를 범했다. 이런 미국의 실수와 경험이 한국인들이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다음 다섯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모든 대형 재해는 결국 정부 신뢰의 위기로 번진다. 2011년 일본에 닥친 지진해일은 후쿠시마 원전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는데, 정부의 서툰 대응은 이를 초대형 위기로 몰고갔다. 그 결과 일본 국민은 지금까지도 당시의 충격과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인들은 정부가 모든 재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난 발생 시 정치 지도자들이 모든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길 기대한다. 모든 국가적 위기는 언제나 대통령의 책임으로 이어지며 대통령은 재난 대처에 대한 정부 대응의 책임을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다. 정부의 개별 기관들이 특정 행동에 대한 책임은 지겠지만 결국 정부 대응의 최고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둘째, 긴급재난 대응에는 ‘비축동원 모델’과 ‘조직적 회복력 모델’의 두 가지가 있는데 후자가 더 뛰어나다. 냉전 당시 미국은 건조 식품·의약품 세트 등을 비축하는 긴급대응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모든 물품이 쓸모 없게 됐다. 반면 9·11 테러 때에는 그 바로 다음날 지하철이 운행재개에 들어갔으며 지역 전력당국은 사건 이틀 뒤 뉴욕의 맨해튼 남부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자연발생적 단전사태를 통해 평소 근무자들이 긴급보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유지보수팀이 일을 잘한 덕분이다. 평상시 시스템의 뛰어난 복원성이 재난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이런 ‘조직적 회복력 모델’은 각 기관이 평상시에도 효과적으로 돌아가야만 가능하다. 이때 재난 컨트롤타워는 민간부문과 정부기관이 갖고 있는 자원 사이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다가 재난 발생 시 가용 자원을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재난을 겪으면서 정부기관 사이의 협력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미국의 재난 대응기관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헬기나 운송 트럭 등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런 자원은 대개 국방부 소유인데, 그 활용에 대한 동의나 비용 문제로 두 기관이 신경전이라도 벌이게 되면 재난 초기 금쪽같은 시간이 낭비될 수 있다. 미국은 이 문제를 스태퍼드 법을 제정해 해결했다. 미국 대통령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할 경우 FEMA는 이 법에 따라 국방부에 어떤 종류의 지원도 요청할 수 있으며 국방부는 관련 비용을 긴급사태 예산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넷째, 우리는 카트리나 사태를 통해 재난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사건·사고 대응 지휘자’가 현장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 사람이 곧 재난대응 책임자이며 모든 정부기관은 현장 대응 지휘자가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지휘자는 재난 상황에 적합한 인물이 맡게 된다. 재난대응 기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현장에서 진두 지휘할 책임자로 누가 최적격인지를 판단하고 현장 지휘자가 정부의 모든 가용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현장 재난 대응 당국자들과 중앙정부부처의 수장들 사이에 때로 어쩔 수 없는 긴장상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가재난 대응에서 중요한 일은 현장 당국과 중앙정부부처가 가지고 있는 역량끼리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다섯째, 어떤 위기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대중을 향한 목소리가 넘쳐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너무 많다 보니 국민은 혼란스러워지게 마련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목소리를 잠재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대통령 직권으로 국민에게 공식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대변인을 지명해야 한다. 국민은 모든 질문에 대한 즉각적 답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건을 둘러싼 주된 의문점이 무엇인지 정부가 인식하고 있고 그 의문점을 최대한 빨리 해소할 수 있는 소통체계가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끔찍한 비극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몇 년간 닥친 수많은 어려움을 잘 극복해 왔다. 항상 역경을 극복해 내는 한국인의 끈기와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 목표는 다음 위기가 닥쳤을 때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부 구조와 시스템을 짜는 일이다. 이것이 지난 4월 바닷속에서 숨진 분들을 영원히 기억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리=전수진 기자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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