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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진흙탕 싸움 된 대학 서열놀이

중앙일보 2014.06.09 00:06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이상화
사회부문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엔 ‘4년제 대학’ 게시판이 있다. ‘로스쿨 합격생 분포’ ‘2014년 최신 공대 순위’ 등 각 대학에 대한 정보가 올라온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특정 대학에 대한 욕설·비방이 담긴 글로 도배되기 일쑤다. 대학 이름과 바퀴벌레를 붙여 ‘중퀴’(중앙대), ‘단퀴’(단국대)라고 부르고 ‘변균관대’(성균관대), ‘화냥대’(한양대) 등으로 쓰는 식이다. 확인 안 된 허위 내용도 자주 올라온다. 7일 디시인사이드에서만 354개 글이 게시됐다. 이곳 외에도 일베 대학 게시판, 훌리건천국 등에도 매일 대학 간 서열을 정하기 위한 비방전이 벌어진다.



 이 같은 ‘대학 서열놀이’가 최근 학교 본부 간의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한양대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비방글을 써왔던 A씨(25)를 지난해 12월 고소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최근 중앙대생인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중앙대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의 맥아더에 비유한 ‘중아더’로, 한양대를 패전국 일본의 히로히토 일왕에 비유해 ‘한망히토’라고 학교 심벌 마크를 합성하는 등 70여 차례 한양대 비방글을 올린 혐의다. 한양대 측은 “이 학생이 무려 1000여 건의 한양대 비방글을 썼다”며 “대학 내부 게시판에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쳐 그냥 둘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중앙대가 맞대응에 나섰다. 중앙대는 지난 3일 자교에 대한 비방글을 꾸준히 올린 13개 IP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중엔 한양대생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중앙대 측은 “모 학교의 조치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어 대학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글들을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엔 이화여대가 악성댓글을 작성한 1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2012년엔 아주대가 자신의 학교를 비방한 네티즌들을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네티즌은 대부분 대학생이다. “장난이었다” “애교심에서 그랬다”고 하지만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성인이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최근 수시와 입학사정관제 입학이 많아지면서 대학 입학 성적을 명확히 비교하기 어려워진 것이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경쟁 대학을 비방한다고 해서 자신의 대학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대학에 대한 평가는 궁극적으로 실력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경쟁 대학을 욕하는 것은 애교심의 발로가 아니다. 축구로 따지면 진정한 축구팬이 아니라 욕구 불만을 폭력으로 푸는 ‘훌리건’들이 하는 짓과 다름없다.



이상화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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