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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믿고 응원하는 정신과 의사에겐 공감능력 필요해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9 00:05
노경서 학생기자(왼쪽)가 박용철 전문의를 만나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에 대해 묻고 다양한 진료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 원장은 “환자를 위해서는 의사가 먼저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톱을 물어 뜯거나 군것질을 즐기는 행동이 지속되면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행동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습관이 됩니다.

[롤 모델 데이트]『감정은 습관이다』 쓴 박용철 정신과 전문의
"감정에 휘둘리고 힘들어지면
사람들은 최근 일에서 이유 찾으려 해
과거부터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스스로를 보듬으면 감정은 내 편이 돼요"



우리 뇌는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정신건강의학은 다양한 행동과 감정의 문제를 치료하고 연구하는 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박용철(39) 정신과 전문의는 『감정은 습관이다』라는 책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꿈인 노경서(충주 탄금중 3) 학생기자가 박용철 전문의를 인터뷰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기본적으로 치료자의 역할을 합니다. 여러 가지 정신질환과 신경성 신체질환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죠. 정신질환은 불안이나 우울처럼 단순히 기분에 이상이 생기는 것부터, 한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기억력·판단력·꿈에 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신경성 신체 질환에는 두통이나 복통, 만성피로가 있습니다. 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사회 공포증, 성격장애, 치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히스테리, 강박증과 같은 질환도 있어요. 정신과 의사는 이런 질환들을 치료하고 뇌에 대한 연구도 해요. 관련 정책에 관여하거나 지역 정신보건 센터장과 같은 업무를 담당하며 질환의 예방에도 앞장서죠. 이외에도 무의식(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각이 없는 상태)을 탐구하고 보다 깊이 자신을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 정신분석가의 역할도 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우선 의대에 진학해야 합니다. 의대 과정을 수료하고 인턴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전문분야를 찾습니다. 그 다음 4년간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수련을 하고 시험을 보면 전문의가 됩니다. 전문의는 의학의 일정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의사입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되려면 보다 근본적인 정신세계에 대해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우리 몸 전체의 기능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이에 따르는 정신질환도 공부해야 하죠. 다양한 질환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훌륭한 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한 병원에 소속돼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 개인 병원을 개원해 진료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간단합니다. 큰 회사에서 사원으로 근무하는 것과, 작지만 내 가게를 운영하는 정도의 차이죠. 대형 병원 정신과의 경우 현실감이 약한, 주로 장기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병원 소속으로 일하게 되면 진료와 관련된 지원을 여러 가지로 받을 수 있고 환경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때로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자유로운 진료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직접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가 되면 불안증·스트레스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주로 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직접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모험을 감행하는 위험은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한 지역에서 오래 진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그 지역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생깁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아요.”



―정신과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요즘 정신과 치료는 대부분 약물치료로 진행됩니다. 약물치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약에 대한 부작용 걱정 때문이죠. 하지만 약물치료는 과학적인 연구에 의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진행하며,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질환에 매우 효과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약물은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해 주기 때문에 우리 몸의 치유력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약물로 조절하는 것처럼 말이죠. 또 면담치료가 함께 이뤄집니다. 환자의 상태나 의지에 따라서 상황에 맞는 상담을 하고 치료를 진행하죠. 약물 없이 면담치료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의사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면 치료 효과도 높아져요.”



―사람들의 정신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질환의 범위가 다양할 것 같아요. 특별히 더 잘 하시는 전문분야가 있나요.



“질환과 관련해서는 우울증을 깊이 공부했고, 치료법은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EMDR이라는 기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흔히 트라우마라 불리는 질환에 대한 치료 기법입니다. 기계의 빛을 이용해서 환자에게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고, 손에 쥐는 물건에도 자극을 주며 특정한 상황을 떠올리도록 한 다음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하도록 하는 기법이지요.”



―진료를 하면서 좋았거나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인간관계를 통해 기쁨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사람의 마음을 보고, 느끼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반면 과격한 환자들에게 시달리거나, 주변으로부터 ‘정신과 의사’라는 편견 섞인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물론 성격장애에 해당하는 환자분들도 정신과를 찾지만, 대부분 착한 분들이 정신과를 방문하죠. 오히려 그분들을 보면서 의사인 제가 치유 받기도 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행복하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편견이 있거나 조절이 안 되는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환자를 위해 먼저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해요.”



―두 권의 책을 저술하셨는데,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제 책들은 모두 감정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리고 힘들어하고, 그 이유를 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찾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감정은 무의식이나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생겨납니다. 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보다 능동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며, 연습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으면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꾸준히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스스로를 보듬어 주면 감정은 내 편이 되니까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항상 같은 자리에서 환자를 기다리는 ‘나무 같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철학도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어요. 환자들이 추상적이거나 무게감 있는 질문을 할 때 더욱 좋은 답변을 해주고 싶어서죠. 정신과는 인문학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그만큼 인간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철학적인 주제들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철학과 의학, 인생 경험을 골고루 녹여 낸 깊이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정신과 의사를 희망하는 소중 독자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해주세요.



“한 정신과 의사 모임에서 ‘다시 태어나도 정신과 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90% 이상 나왔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과는 거리가 멀지만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인문학 도서나 고전소설을 많이 읽으세요. 그러면 인간에 대한 시각을 보다 넓히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신과는 인간 자체를 믿고 응원하는 과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따스한 마음을 바탕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무난하고 상식적인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와의 공감이 이루어지고 적절한 상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신과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 중 첫 번째는 환자와의 공감능력, 두 번째는 의사 자신의 행동 기준을 환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세 번째로는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경청능력이 정신과 의사에게 필요합니다.”



박용철 전문의는 …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의료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위원, 대한불안의학회 평생회원이며 현재 박정신건강의학과의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www.euffovis.blog.me)에 감정 조절과 심리학, 정신과 관련 지식 글을 올리고 있다. 저서로는 『감정연습』 『감정은 습관이다』가 있다.



글=노경서 학생기자, 정리=김록환 기자 ,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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