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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아동 노동자들의 이야기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9 00:05
볼리비아의 소년 광부. 볼리비아의 아이들은 가난 때문에 어려서 부터 탄광·사탕수수농장 등 거친 일터로 향한다. [사진 ILO/M.Crozet]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내놓은 ‘세계 아동 노동 예측과 트렌드 2000-2012’ 보고서에 따르면 일하는 5~17세 아이들의 수는 전 세계 1억6800만 명에 달합니다. 그 절반 정도인 8500만 명의 어린이는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는 위험한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ILO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등 나이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일하는 것을 ‘아동 노동’이라 정의합니다. 12일은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입니다. 세계 곳곳의 아동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일 끼니 걱정하며 사는
5~17세 아동 노동자
전 세계 1억6800만 명







1 다니엘라가 지하철 승강장에 주저앉아 물건을 팔아 번 돈을 세고 있다. 2 키아리가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키아라는 세 살 때 부터 그렇게 일하다 문에 팔이 끼어 뼈가 부러지고, 철로에
떨어지는 사고도 당했다. 3 니제르의 시장에서 짐을 옮겨주며 돈을 버는 소년. 머리에 인 보따리 안에는 날카로운 쇳조각이 들어 있어 다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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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키아라의 집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앙역이다. 지하철 운행이 끊긴 시각에는 역 구석에서 잠을 청한다. 아침이 되어 운행이 재개되면 키아라는 싸구려 액세서리를 작은 통에 담아 사람들이 많은 칸을 골라 지하철에 올라탄다.



열심히 오가며 물건을 사 달라고 애처롭게 외쳐보지만 하루에 버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장사를 하는 아이는 키아라 뿐이 아니다.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들도 각자 가지고 나온 물건을 파느라 열심이다. 무작정 구걸을 하는 아이도 있다. 승객들은 키아라와 같은 아이들에게 대부분 무심하다. 하지만 선뜻 물건을 사주는 친절한 어른을 만날 때도 있다.



키아라는 세 살 때부터 지하철에서 장사를 했다. 키아라는 석 달 전에는 지하철 문에 끼어 한 쪽 팔이 부러졌고, 최근에는 플랫폼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을 뻔했다. 키아라의 언니·오빠도 다른 지하철역에 흩어져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언니 레일라는 아홉 살, 오빠는 열 한살이다. 오누이들은 부모가 2년 전 사고로 세상을 갑작스레 뜬 뒤 줄곧 지하철 역에서 살아왔다.



레일라는 그 때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갈 곳이 없어서 우린 공원에 갔어요. 하지만 밤이 되니 너무 추워서 지하철 역으로 들어왔죠. 거기엔 우리처럼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 날부터 자연스럽게 우리도 그 아이들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됐어요.”



지하철역에서 살게 된 배경은 아이마다 다르지만, 주변 어른들의 보호와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은 같다. 이 아이들은 또래집단 중 가장 힘이 세거나 나이가 많은 ‘대장’의 관리를 받는다. 대장이 지휘하는 조직에 속하지 못하면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하지도 못한다. 아이들로 구성된 조직은 어른들의 폭력조직과 다르지 않다. 할당량 만큼 돈을 벌어 상납하면 대장은 밥을 나눠준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날에는 구타와 욕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다니엘라의 잃어버린 꿈



일곱 살 다니엘라도 이 조직에 속해 있다. 혼자인 다니엘라는 키아라를 챙겨주는 언니 레일라를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속이 상할 때는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또래 친구들을 볼 때다.



“가끔 교복을 입은 제 모습을 떠올려요. 학교에 가서 책을 줄줄 읽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건 그냥 공상일 뿐이죠. 전 글도 못 읽고, 셈도 잘 할 줄 몰라요. 학교에 안 다녀서 그런지 제가 번 돈을 계산하는 일도 어려운 걸요.”



다니엘라에게 학교는 머나먼 꿈일 뿐이다. 지금 다니엘라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 할당량을 채우는 일이다.



“제 구역에선 4명이 함께 물건을 팔아요. 한 노선 당 4~5명씩 조를 이뤄 물건을 팔고, 밤 10시가 되면 대장 앞에 모두 모이죠. 어제는 벌어온 돈이 부족하다고 발길질을 당했어요. 오늘은 제발 맞지 않으면 좋겠어요.”



플랫폼에서 물건을 정리한 뒤 다시 다니엘라는 지하철에 오른다.



2011년 기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14세 어린이 중 7%가 노동을 한다. 2009년 이후 이곳의 어린이 빈곤율은 23.6%에서 17.1%로 떨어졌지만, 보이지 않는 도심 한 켠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차별과 소외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니제르] 거리의 갱이 되어버린 열두 살 누후



니제르 수도 니아메의 거리는 모래 먼지로 가득 차 있다. 이 거리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열두 살 소년 누후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2년 전 아빠가 세상을 떠나면서 누후는 거리로 내몰렸다.



“거리에서 사는 일은 정말 힘들어요. 일정한 돈벌이가 없기 때문에 구걸을 해야 해요. 며칠씩 아무것도 못 먹는 날도 많아요.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이 들 때면 너무 서러워요.”



누후의 눈동자에 금세 슬픔이 차오른다. 엄마가 니아메에서 50㎞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고 들었지만, 누후는 엄마와의 거리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엄마에 대해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사람들 말로는 엄마는 갓난아기인 저를 밤거리에 놓고 떠나버렸대요.”



엄마에게 버림받은 후 한동안 아빠와 함께 살았지만, 누후가 일곱 살이 되자 아빠는 코란과 글을 가르쳐 주는 선생에게 아들을 보냈다. 누후처럼 부모가 코란 선생에게 맡기는 아이들을 현지어로 ‘탈리베’라 불린다. 이들은 겉으론 코란을 배우는 제자로 보이지만 실상은 구걸을 강요 받는다. 누후는 니아메에서 2시간 떨어진 테라 지역에서 2년을 포함해 총 5년을 탈리베로 살아왔다.



“코란이요? 한 구절도 배운 적 없어요. 첫 코란 선생은 맨발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돈을 구걸해 오라고 강요했어요. 구걸해온 돈이 충분하지 않으면 마구 때렸죠. 니아메 근처 부코키에서 만난 두 번째 선생은 더 심했어요.”



니아메에 사는 고모를 찾게 돼 함께 산 적도 있다. 하지만 누후는 차라리 거리에서 사는 게 더 나았다고 말한다.



“설거지·청소·빨래·심부름 등 모든 궂은 일을 다 했지만, 고모는 먹을 것도 주지 않았어요. 자주 때렸고요.”



누후는 현재 거리의 갱단에 속해 있다. 우두머리는 거리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사람이다. 갱단에는 누후 같은 아이들 20~30명이 활동하고 있다.



누후는 니아메에서 제일 큰 시장인 그랜드 마켓에서 짐을 옮겨주며 돈을 번다. 이 일마저 없는 날은 구걸을 한다. 하루에 400프랑세파(약 1000원)까지도 벌어봤지만, 이런 날은 일년에 한두 번이다. 아무 벌이가 없는 날이 더 많다.



“밥을 못 먹은 날에는 형들이 본드를 줘요. 본드를 마시면 배고픔을 못 느끼거든요. 요새는 매일 밤 본드를 마신 것 같아요. 낮에는 거리에서 가족이나 이웃을 만날까 봐 조심해요. 마주치면 부끄러울 것 같아요.”



아프리카의 빈곤국 중 하나인 니제르에선 어린이 10명중 6명이 누후처럼 하루 1달러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누후도 최근 아동보호서비스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2003년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니제르 정부가 시작한 아동·청소년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곳에서는 거리의 어린이들에게 직업교육을 해주고 글을 가르치며, 법의 보호를 받도록 돕고 있다. 센터에서 누후는 더러워진 옷을 빨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 목공이나 기계 정비 등 기술도 배운다.



“제 꿈은 엄마와 함께 사는 거예요. 고모는 엄마가 다시는 저를 만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저는 그 말을 절대 믿지 않아요.”



누후가 꿈꾸는 삶은 아직은 그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복지사들은 누후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온 가족이 채석장 출근



엄마를 따라 채석장에 나온 아이들이 해머로 돌을 깨는 모습은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희뿌연 돌가루를 뒤집어쓴 다섯 살 실비안이 나무망치를 든 채 열심히 돌을 깨고 있다. 실비안에게 망치는 장난감이 아니라 노동을 위한 도구다. 엄마랑 붙어 앉아 쉴 새 없이 망치질을 하는 실비안 옆에는 돌 조각이 산을 이뤘다.



100년 전부터 구리광산 개발이 시작된 콩고민주공화국 카이푸시에서는 이렇게 엄마와 함께 나와 돌을 깨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남편 없이 6남매를 키우는 엄마 비치에게 채석장 일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혼자서는 맡은 일을 다 해낼 수 없는 데다 마땅히 아이들을 맡길 곳도 없어 열세 살 첫째부터 다섯 살 막내까지 여섯 아이를 모두 작업장에 데려온다. 이 가족은 오전 6시부터 해질녘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돌을 깬다. 실비안은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돌 가루 속에서 살아왔다. 일곱 식구가 하루 종일 돌을 깨면 약 700원을 손에 쥘 수 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이 곳에서 일하는 다른 가정도 비치네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 대신 일터로 데리고 온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천연광물은 나라의 부를 축적하는 원천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광산을 생의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생활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비치 가족이 살고 있는 카이푸시도 한때는 수도와 전기시설을 갖춘 벽돌집들이 즐비하고, 학교와 보건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번성한 광업도시였다. 하지만 국제 광물가격이 하락하고, 2003년 폭동으로 광산회사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하는 수 없이 할당량은 많고 임금이 적은 임시직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작업량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일터에 데리고 와야 했다.



좀 더 큰 아이들은 바위를 폭파시키는 위험한 작업에 참여하거나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갈 사이에 섞여 있는 코발트나 구리 같은 상품성 있는 광물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으로 끼니는 해결할 수 있지만 학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면 아이들은 결국 광산이나 채석장 노동자가 된다. 교육받을 기회도 영원히 놓치고, 빈곤과 아동노동의 악순환은 이어진다.



유니세프 콩고민주공화국사무소 피에레테 부티 대표는 “노동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 노동이란



국제노동기구(ILO)는 만 18세 미만 아동이 정신적·육체적·사회적·도덕적으로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아동 노동’으로 분류한다. 주말에 부모님의 농사 일을 돕거나 용돈을 벌기 위해 가볍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특히 아이들이 돈에 팔려 가족과 떨어지는 등 강제로 이뤄지는 노예 노동, 성매매 혹은 음란물을 만드는 데 이용되는 경우, 그 밖에도 장시간 노동이나 야간 노동,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 등을 최악의 형태인 ‘위험한 노동’으로 분류한다.



ILO에 따르면 5~17세 아동 노동 인구는 2012년 기준 전 세계 1억6800만 명이다. 2000년(2억4600만 명)에 비해 3분의 1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그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아이들이 약 780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아·태 지역 어린이 100명 중 9명이 일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아동 노동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5명 중 1명 이상 일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다.



국제 사회의 노력 덕분에 최근 10년간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는 아동의 수는 2000년의 1억7100만 명에서 850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177개국이 최악의 아동 노동을 근절시키겠다는 ILO 협약 제182호에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채석장에서 돌을 쪼고, 용접 일을 하거나 광산에서 광석을 캔다. 쓰레기 더미를 뒤져서 먹을 것과 고물상에 팔 고철을 찾고,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해 하루하루 연명하는 아이들도 많다.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국제노동기구 등 수많은 단체들이 위험한 아동 노동을 근절시키고, 빈곤층 아이들에게 교육·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리=이경희 기자 , 사진·자료=유니세프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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