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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조직 개편, 일방통행식 셀프개혁 안 돼

중앙일보 2014.06.09 00:04 종합 34면 지면보기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제 곧 국회에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이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3일 입법예고 절차를 마치고 이번 주 중 국회에 제출된다. 개정안의 골자는 안전행정부의 재난안전 총괄·조정 기능과 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의 현장 대처 기능을 통합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은 폐지되고 안전행정부의 인사 기능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돼 인사혁신처가 신설된다. 이와 함께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가 6년 만에 부활해 교육부 장관이 이를 겸임하게 된다.



 이 같은 정부조직 개편은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재난 안전시스템을 재정비함으로써 ‘대형 복합재난’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재난 안전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정부조직의 틀을 바꾸기 위해선 충분한 논의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규모 재원과 인력이 투입되고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각계 전문가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해 1년 이상 논의를 벌인 끝에 국가안보부를 창설했다.



 그러나 정부의 논의 과정을 보면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국가안전처 하부 조직 설계를 위해 구성한 직제개편위원회의 민간 전문위원 7명 가운데 소방 전문가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소방관들 사이에 “현 상황은 소방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미 그제부터 소방관들이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들어간 상태다. 또 민간 위원 중 상당수가 특정 대학과 관련 있는 이들이라니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사회 부총리에 대해서도 옥상옥(屋上屋) 우려와 함께 “부총리를 더 둔다고 책임 행정이 되겠느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놓고 논란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회 부총리 신설 방침은 국무회의에서 돌출했고,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겠다던 대통령 담화 내용은 8일 만에 뒤집혔다. “결국 행정관료들만의 잔치가 되고 말 것”이란 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개편이 되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공론에 부쳐 전문가는 물론 국민과 해당 기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걸러낼 수 있고 개편 작업도 순항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는 박 대통령 지적대로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적폐”였다. 참사를 키운 것은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사고였다. 이번에도 또다시 공론화 과정 없이 관피아의 손에 의한 ‘셀프개혁’이 이뤄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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