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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가벼운 입, 불신 부른다

중앙일보 2014.06.09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주택·건설업계 조찬간담회에서 주택을 세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면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보유주택 수에 따라 (세금) 차별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딱 부러지게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임대소득 감면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2·26 주택임대소득자 과세 방침과 연관 지어 언급한 것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다주택자 임대소득의 과세 완화를 요구해온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한 얘기다.



 주택정책의 주무장관인 국토부 장관이 주택시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관련 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내에서 협의가 끝난 후 정부정책으로 확정된 경우에 한해서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방안에 대해 아직 협의한 바도 없고, 과세 규정의 수정을 검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서 장관은 정부안으로 확정되지 않은 다른 부처의 소관사항을 업계에 발설한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했을 수도 있겠지만 국토부 장관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사견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또 그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주무부처와의 협의 없이 장관의 입을 통해 외부에 공개될 사안은 아니다.



 우리는 서 장관이 언급한 주택임대소득세제 개편 방향이 맞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확정되지 않은 타 부처 정책을 섣불리 공개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앞으로 부처 간 협의나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최종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연히 시장의 기대만 키웠다가 실망감에 따른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부처 간 갈등이 불거져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살 수도 있다. 부동산 관련 세제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이미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은 충분히 혼선을 불러왔다. 국토부 장관은 가벼운 입으로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만들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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