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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시민사회의 고갈을 우려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4.06.09 00:01 종합 34면 지면보기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2011년 10월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그의 당선은 시민사회에 대한 거대한 도전이며 시민사회의 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경고도 했다. “국가와 시장을 감시하던 자가 감시의 대상이 됐다. 모든 형태의 권력은 부패할 수 있다. 그래서 시민사회가 필요하다. 참여연대는 박 시장의 가장 매서운 시어머니가 되겠다.” 두 사람은 서울대 75학번 동문이며 참여연대 창립(1994) 멤버다. 오랜 동지의 승리였으나, 지식인 조희연은 친구의 승리를 축하하지 못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조 교수는 6·4 지방선거에서 서울교육감에 당선됐다. 그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중심에는 교육이 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에 앞서 2012년엔 역시 참여연대의 창립 멤버인 김기식 전 사무처장이 비례대표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2000년 박 시장과 총선시민연대 낙선운동을 주도했다.



 조 교수의 말대로 “시민운동 엘리트가 정치 엘리트로 유입되는 것은 한국적 특성이다”. 그리 나쁘게 볼 일도 아니다. 박 시장이 2011년 민주당과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참신함은 기존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단일화 경선에선 여지없이 당원들을 실어 나르는 ‘민주당 버스’가 등장했지만 박 시장 측에선 그런 게 발견되지 않았다. 50%의 지지를 받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 지지율의 ‘시민운동가 박원순’을 지지하고 불출마한 것은 정치사에 남을 사건이었다. 그래서 박 시장은 시민사회운동가로서 가지고 있던 ‘탈(脫)정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민주당원이 아닌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다. 민주당에 입당한 후에도 박 시장은 정당과 분명한 거리를 뒀다. 이번 선거에서도 당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정치적 빚을 지고 있는 안철수 의원과의 만남조차 극도로 자제했다. 기존 정치와 어울리지 않고도 박 시장은 스스로 자생력과 확장성을 증명해냈다.



 시민사회 엘리트들이 성공적으로 정치에 안착하면서 적지 않은 시민사회 인사들도 정치를 꿈꾸게 될 것이다. 뛰어난 전략가이며 운동가였던 김기식과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지식인이었던 조희연도 꿈을 이루기 위해 정치에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걸리는 게 있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무서운 시어머니 역할은 누가 하나.



 조희연 교수는 4년 전 이런 우려를 했다. “박 시장은 갔지만, 시민사회에 남을 사람은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가다간 역량은 곧 고갈될 수 있다. 저수지가 고갈되면 시민운동은 몰락한다.” 박원순·조희연·김기식은 엘리트 대학을 나와 시민사회의 엘리트로 성장했고 지금은 정치의 엘리트가 됐다. 그들이 지키던(그리고 떠나온) 시민사회는 지금 좋은 인재들이 꿈꿀 만한 영역으로 남아 있는가. 그렇다고 답하기 망설여진다면, 조 교수가 말한 시민사회의 고갈은 이미 진행 중인지 모른다.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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