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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해소, 면역 증진, 소화 촉진 … 제철 만난 '푸른 보약'

중앙일보 2014.06.09 00:01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한의사 왕혜문이 추천하는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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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인기드라마 ‘허준’에서 주인공 허준은 전염병에 걸려 고열·설사로 죽어가는 백성을 ‘이것’으로 구했다. 당시 드라마 덕에 ‘이것’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고 사재기·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바로 매화나무 열매인 ‘매실’이다. 실제 ‘동의보감’에서는 매실을 ‘근육과 맥박의 활기를 찾아주고, 염증을 치료하며, 기침·갈증·설사를 멎게 한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임금은 여름철이 되면 중신들에게 매실음료(제호탕)를 하사하기도 했다. ‘요리하는 한의사’로 유명한 약선요리 전문가 왕혜문(사진·39·청구경희한의원) 원장은 “매실은 ‘약과 음식의 중간’이라 할 정도로 효능이 뛰어난 식품”이라고 말했다. 예부터 망종(芒種, 올해는 6월 6일) 이후 수확한 매실이 최고의 약효를 지닌다고 전해진다. 지금이 매실을 즐길 최적기다. 왕 원장이 추천하는 천연 보약 매실의 효능과 요리법을 알아본다.



매실은 여름에 진가를 발휘한다. 더위로 지친 심신에 기력을 더하고 열을 내려 갈증을 해소하며, 배탈·설사 등 여름철 잔병치레를 예방한다. 특히 어떤 증상에 효과가 있을까.



설사·변비·소화불량 등 배앓이에 좋아



여름철 차가운 음식을 자주 먹고 땀을 많이 흘리면 우리 몸은 냉해진다. 장기가 위축되면서 활동이 더뎌진다. 하지만 매실은 장 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매실의 유기산 성분이 위장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대장 내부를 청소하는 정장작용을 한다.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에도 좋다. 특히 소화가 안 돼 속이 더부룩하거나 갑자기 체했을 때 매실청을 물에 타서 마시면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돕는다.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우기도 한다. 살균작용이 있어 세균성 설사에 좋다.



여름철 불청객 식중독 예방



알칼리성 식품인 매실의 대표적인 효과는 항균. 구연산·사과산·피크린산 등 매실의 풍부한 유기산 성분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매실액을 넣은 김밥과 넣지 않은 김밥을 고온에서 24시간 보관했을 때 넣지 않은 김밥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7배 이상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음식물 자체의 부패를 막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해독·항균 능력을 높여 식중독 위험을 낮춘다. 일본인이 주먹밥·도시락을 만들거나 생선회를 먹을 때 매실장아찌(우메보시)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육류 요리에 매실청·매실즙을 넣으면 고기 먹은 뒤에도 탈이 없다.



풀리지 않는 만성피로 저리 가라



매실의 85%는 수분, 10%는 당분, 5%는 유기산이다. 유기산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피로를 해소한다. 특히 매실의 신맛을 내는 구연산은 신진대사를 돕고 근육에 쌓인 젖산을 분해해 피로를 풀어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2006) 연구에 따르면 6주 동안 하루 3.26g의 매실 추출물을 섭취한 실험군(평균 21세 남성 28명)은 피로물질인 혈중 암모니아·젖산 농도가 유의하게 감소했고, 운동 에너지원인 근육 내 글리코겐 농도가 향상됐다.



잦은 술자리로 인한 숙취 해소



매실은 주독(酒毒)과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한국식품과학회에 따르면 매실은 숙취의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ALDH’ 효소의 활성도를 높인다. 매실즙이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을 40% 가까이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간의 기능을 상승시키는 피루브산·피크린산 성분이 들어 있어 간을 보호하고 간의 해독 기능을 높인다. 회식자리가 많은 직장인에게 도움이 된다.



노폐물 쌓여 탁해진 피 맑게



매실은 유기산과 칼슘·인·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구연산은 혈액순환을 돕고 혈액 속에 쌓인 산성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피를 맑고 깨끗하게 해 동맥경화·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노폐물이 배출되면서 피부도 맑고 건강해진다. 구연산은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임산부·폐경기·골다공증 여성에게도 좋다.



사진=김수정 기자


매실 제대로 즐기기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면 탈이 난다. 몸에 맞게 먹어야 약이 된다. 매실을 먹을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생으로 먹지 않는다



매실은 신맛이 매우 강해 생으로 먹지 않는 과일이다. ‘동의보감’에는 ‘매실을 날로 먹으면 치아·뼈를 상하게 하고 허열이 난다’고 전해진다. 씨에 들어 있는 독성 물질 ‘아미그달린’ 때문이다. 매실 농축액이나 매실주로 가공해 섭취하면 독성 성분이 없어지고 맛은 좋아진다.



과하게 먹지 않는다



매실의 신맛은 위를 자극한다. 위염이 심하거나 신맛에 매우 예민한 사람은 매실이 주가 되는 요리는 먹지 않도록 한다. 단 소량의 매실청으로 음식 간을 하는 정도는 무방하다. 몸이 으슬으슬 추운 몸살감기 환자는 매실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열을 발산하고 땀을 내야 하는데 매실이 열을 내려 방해한다. 단 몸에서 열이 나는 여름감기에는 매실이 효과적이다.



음식과의 궁합을 따진다



함께 먹으면 매실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음식이 있다. 차조기·호두·생선이 대표적이다. 차조기(소엽)는 깻잎과 비슷하게 생긴 한약재다. 설사·폐렴·여름감기에 좋다. 호두는 매실을 먹고 치아가 신 증상을 해소한다. 생선과 매실을 같이 먹으면 생선 비린내가 줄어들고 생선으로 인한 설사·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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