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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빨라도 1년 예상 … 비용은 최소 1000억원

중앙선데이 2014.06.08 00:07 378호 11면 지면보기
미국 하와이 연안에 있는 USS 애리조나호 추모관(가운데 직사각형 형태의 건물). 그 아래에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폭격으로 침몰한 애리조나호 선체다. [중앙포토]
침몰한 세월호의 선체는 어떻게 처리될까. 해양수산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전문가들의 의견이 들어 있는 내부용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과 연관된 예민한 문제라서 공론화하는 데 망설이고 있다.

세월호 수습 고민하는 정부

보고서에 담긴 처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인양한 뒤 폐기하거나 어딘가에 전시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고 현장에 침몰 상태 그대로 두고 그 위에 해상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해수부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양의 기술적 어려움과 큰 비용 소요를 피하면서 추모와 ‘반면 학습’의 현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문제는 실종자(6일 현재 14명) 시신을 모두 수습하지 못할 경우 선체를 바닷속에 그대로 둔다는 계획을 가족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검토되고 있는 해상 추모공원 조성은 실종자 시신이 전부 인양되거나 희생자 가족들이 선체 현장 보존에 동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종자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수색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선체도 인양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의심하지 않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체 인양의 난관은 기술·비용·시간이다. 해수부의 검토 작업에 조언자 역할을 한 이규열(64) 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인양 비용은 최소 1000억원, 시간은 최단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선체를 인양하려면 크레인으로 끌어당길 와이어들을 연결할 고리들을 선체 외부에 여러 개 만들어야 하는데 사고 현장처럼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잠수사들이 작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물살이 약한 때만 골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끝낼 수가 없다. 이 전 교수는 “국내 업체는 세월호처럼 큰 배를 인양해 본 적이 없어 대형 화물선 인양 경험이 있는 해외 업체의 기술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해외 전문 업체들은 안전 조치에 큰 비용을 쓰기 때문에 지불할 금액이 1000억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도·이어도 해양기지처럼 건설
세월호를 침몰 상태 그대로 현장에 보존하는 경우 해양오염과 선박 항해 방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해수부는 이에 대한 검토도 이미 벌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남아 있는 연료를 모두 제거하면 오염 소지가 거의 없으며, 현재 해수면과 침몰한 세월호의 가장 윗부분까지의 거리가 22m 이상이기 때문에 그 지역을 다니는 배가 세월호와 충돌할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침몰 현장에 추모공원을 만드는 데는 약 500억원이 들 것으로 해수부는 예측하고 있다. 독도에서 약 460m 떨어진 곳에서 5년 전부터 건설 작업이 진행 중인 독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모델이다. 해저에 파일을 박아 해상에 구조물을 세우는 방식이다. 이 기지 건설 예산은 약 430억원이다. 이미 해상에 세워져 있는 구조물로는 제주도 서남쪽의 이어도 위에 만든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다.

바다 위 추모 시설의 대표적 사례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전함 USS 애리조나호 추모관이다. 해안에서 150m가량 떨어진 해상에 세워져 있어 정기적으로 왕복하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다. 항구에 정박 중이던 애리조나호는 1941년 12월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때 폭격을 받았다. 배에 실려 있던 화약이 폭발해 완전히 파손됐다. 1512명의 장교와 수병 중 1177명이 숨졌다. 수습된 시신은 75구에 불과했다. 미국 정부는 배의 상부만 해체하고 물에 잠겨 있는 하부는 현장에 그대로 뒀다가 1962년 그 위에 추모관을 건립했다. 희생자를 기리고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한 일이었다. 바닥을 통해 물속의 애리조나호를 볼 수 있는 추모관에는 한 해 약 100만 명이 방문한다.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는 재사용 예정
침몰 선박을 현장에 그대로 보존한 경우는 유럽에도 있다. 1994년 발트해에서 에스토니아 선적의 대형 여객선 MS 에스토니아호가 침몰했다. 자동차 통로 차단벽 잠금장치의 고장으로 침수가 시작돼 구조신호 발신 1시간50분 만에 해저에 가라앉았다. 989명의 승선자 중 852명이 희생됐다. 수습된 시신은 94구에 그쳤다. 구조와 수색작업을 주도한 스웨덴 정부는 각계 원로들로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수습 방안을 검토했다. 이 위원회는 선체 내부 수색과 인양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정부에 냈다. 수심이 깊어 잠수부의 수색작업이 매우 위험하고 인양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스웨덴 정부는 이를 근거로 다른 두 핵심 당사국인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사고 현장이 핀란드의 대륙붕에 포함)의 동의를 얻어 수색과 인양을 포기했다. 스웨덴은 잠수부들이 무단으로 유해나 유물의 인양을 시도할지 모른다며 자갈과 콘크리트를 배 위에 부어 현장을 봉인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유족들은 이에 반발해 유럽인권위원회에 중지시켜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봉인 작업은 기술적 문제로 초기에 실패했고, 에스토니아호는 현재 침몰 상태로 해저에 있다.

이와 달리 2012년 1월 좌초돼 반쯤 물에 잠긴 채 침몰한 이탈리아의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지난해 9월 21개월 만에 선체 외벽에 공기 탱크를 부착하는 방법 등으로 바로 세워졌다. 선사는 올여름에 이 배를 조선소로 끌고 가 수리한 뒤 출항시킬 계획이다. 지금까지 수습 비용으로 8000억원 이상이 들었다. 한국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는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종자 수색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면 인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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