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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엔 좌욕 좋지만 시간 길면 오히려 독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8 03:55
서울양병원
서울양병원 양형규(61) 대표원장은 의료계에서 소문난 ‘책 바보’다. 대장·항문 분야 국내 4대 전문병원(송도·대항·한솔·양병원) 중 한 곳을 운영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돈 안 되는 일’인 출판에 매달리고 있어서다. 그런지 벌써 22년째다.


독일에서 치질 치료서적 낸 양형규 원장

1992년 펴낸 『양박사의 건강교실』 이후 일반인을 위한 건강서적부터 의사들을 위한 전문서적까지 모두 19권의 책을 썼다. 그중엔 『전문병원 계획과 건축』이란 책도 있다. 병원 건물을 세 번이나 직접 지은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이달엔 전원생활 예찬서인 『양산들 이야기』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번째 책이다.



그는 지난달 책으로 크게 ‘한 건’ 했다. 세계 1위의 의학·과학 전문출판사인 독일의 스프링거가 그의 『Hemorrhoids(치핵)』이란 책을 출간한 것이다. 국내 의학자·과학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스프링거는 노벨상 수상자 대다수를 저자로 두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으로 스프링거의 저자가 된 사람은 양 원장을 포함해 모두 5명(박용휘·조장희·조우신·윤여규 교수)이다. 의대 교수가 아닌 개원의 가운데선 그가 처음이다. 그를 만나 왕성한 집필활동과 그의 전공인 대장질환·치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스프링거에서 낸 책은 어떤 내용인가.

“항문질환의 다수를 차지하는 치핵의 원인·진단·치료법에 대해 서술한 140쪽짜리 영문 서적이다. 가격은 140달러다. 특히 치핵 조직을 최대한 적게 제거해 환자의 회복을 앞당기는 의료기술인 ‘거상 고정 점막하 치핵절제술’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스프링거는 “치핵만을 중점적으로 다룬 서적은 그동안 별로 없었고 관련 과목 의사들의 필수서적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출간을 결정했다”며 “전 세계 배포 서적이므로 선적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고 전해 왔다.



-치핵과 치질은 다른 병인가.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치질은 치핵·치루·치열·항문농양 등 항문에 생기는 질환 모두를 가리킨다. 이 중 가장 많은 치핵을 흔히 치질이라고 부른다. 변비·설사·음주·과로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항문의 압력을 높이는 활동은 모두 치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출산, 골프, 낚시, 노름, 자전거 타기, 등산, 역도, PC 작업, 추위 노출, 장시간 운전, 오랜 배변 등….”



-항문은 ‘엉덩이에 있는 입술’이라는데.

“항문엔 푹신푹신한 쿠션 조직이 있다. 평소 이 조직은 입술처럼 닫혀 있다. 외부와 차단하는 셔터 역할을 한다. 입술은 음식을 들여보내는 입구인 데 반해 항문의 쿠션 조직은 노폐물의 출구다. 쿠션 조직 덕분에 배변할 때 항문이 4㎝가량 열린다. 치핵은 쿠션 조직이 늘어나 밑으로 빠진 상태다. 치핵은 정상 조직이지 결코 병든 조직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다수 병원이 치핵을 병든 조직으로 인식해 쿠션 조직을 수술(결찰절제술)로 완전히 들어낸다. 쿠션 조직을 과도하게 제거하면 팬티에 대변이 묻어나는 변실금이 올 수 있다. 통증도 심하며 수술 후 회복기간이 두 달 이상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거상 고정 점막하 치핵제거술이란.

“쿠션 조직의 제거를 최소화하고 대신 쿠션 조직을 위로 올려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절개 폭이 좁아 그만큼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보통 2∼3주). 수술 후 변실금도 거의 없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치질 예방을 위한 10계명을 나름대로 선정해 봤다. ①매일 따뜻한 물로 목욕한다. ②항문을 항상 청결하게 한다. ③변비를 피한다. ④설사에 주의한다. ⑤용변을 3분 이내로 본다. ⑥항문을 차게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⑦같은 자세를 장시간 취하지 않는다. ⑧장시간 운전을 피한다. ⑨술·담배와 맵고 짠 자극성 음식물을 피한다. ⑩항문질환 검진을 1년에 한 번씩 받는다.”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치질 환자에게 항문의 청결은 기본이다. 더러우면 항문에 염증이 생겨 증상이 심해진다. 배변 후 좌욕·비데를 하거나 물휴지로 닦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항문의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치료에 도움이 된다. 40~45도의 약간 따끈한 물을 넣은 대야에 3~5분 엉덩이를 담그는 것이 적당하다. 좌욕시간이 너무 길면 항문의 압력이 높아져 마이너스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채소 등 거친 음식으로 대변의 부피를 늘려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운동은 산책·조깅·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권한다.”



-양병원엔 40명 가까운 의사가 있다. 이들에게도 저술을 권하나.

“우리 병원 의사들에게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의 책을 쓰라고 권하고 있다. 전문서적을 내야 비로소 해당 분야의 권위자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책을 쓰다 보면 자신의 의학지식을 정리할 수 있다. 스스로 지식도 깊어진다. 해마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전공시험도 치른다. 성적이 나쁘면 퇴출시킨다.”



-저술작업은 어디서 하나.

“취미가 책 읽고 글 쓰는 것이다. 의사로서, 경영자로서 바쁜 일상을 보낸 뒤 대개 주말을 이용해 책을 썼다. 하지만 피로감이 밀려와 집필 속도가 나지 않았다. 6~7년 전쯤 우연히 서울 근교 가평·양평 쪽 펜션을 빌려 작업을 했는데 그곳에선 피곤함을 잊은 채 집필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아예 주말을 위한 세컨드 하우스를 양평 서종면에 마련했다. 그곳에서 스트레스 없이 책을 읽고 쓴다.”



-스프링거에서 낸 책을 쓰는 데엔 얼마나 걸렸나.

“우리말 원고는 이미 갖고 있었다. 이를 영어로 옮기는 데 1년가량 소요됐다. ‘한국인이여, 세계에 도전하라’가 내 생활신조다. 처음엔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도전장을 냈다.”



-86년 첫 병원을 개원한 이래 4개 병원을 설립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하나.

“돈 없는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굿 닥터스 운동’을 하고 있다. 이웃의 불행을 도왔던 ‘굿 사마리아인’을 모방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순익의 5%를 이 운동에 쓰고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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