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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朴캠프 vs 닫힌 鄭캠프 … 분위기·결과 2011년 복사판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8 02:33
박원순 서울시장의 6.4 지방선거 사무실 입구. 박 시장은 39카페39같은 캠프 분위기로 2차례 선거에서 연거푸 젊은 층에 인기를 모았다. [중앙포토]



[6·4 지방선거 리뷰] 대학생들이 본 서울시장·경기지사 후보 캠프

“방문자들이 벽에다 낙서를 하고 가는, 시골 할머니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경찰에 둘러싸인 사무실과 자원봉사자들의 네거티브 발언에 거부감을 느꼈다.”



 대학생들의 눈에 비친 박원순·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모습이다. 평가자들은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에서 ‘글로벌미디어’ 강의(담당 교수 김택환)를 수강 중인 대학생 13명. 이들은 지방선거 운동기간 중인 지난달 22일부터 6월 2일까지 두 후보와 남경필·김진표 경기지사 후보 캠프를 직접 방문해 관찰한 뒤 10개 항목(선거사무실·운동원·유세현장 등)에 점수를 매겼다.



 ‘선거사무실’ 항목에서 대학생 9명 중 8명이 정 후보의 사무실에 대해 10점 만점에 3~8점을 줬다. 박 후보 캠프에 대해선 7~10점을 줬다. 9명 가운데 정 후보 사무실에 더 높은 점수(8점, 박 후보는 7점)를 준 경우는 1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평가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박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대해 대학생들이 관찰한 결과와 흡사했다. 당시 박 후보의 사무실에 대해 10명 중 7명이 ‘카페 같은 편안한 분위기’라고 평했고, 나 후보 사무실에 대해선 10명 중 8명이 ‘회사 사무실 같은 권위적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2차례 서울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카페’로 상징되는 소통 이미지로 젊은 층에 점수를 딴 반면 정 후보는 나 후보에 이어 또다시 ‘사무실’로 상징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학생들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빌딩가에 위치한 정 후보 사무실은 입구에 경찰들이 배치돼 위압감을 준 데다 4층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신원 확인에 바쁘고, 점심시간에는 출입을 막는 폐쇄적 구조였다. 벽에 걸린 현수막을 제외하면 정 후보에 관한 자료가 없는 점도 점수를 낮추는 요인이었다고 학생들은 지적했다. 사무실에서 학생들을 맞이한 자원봉사자들도 50~60대가 대부분이라 거리감을 줬다고 한다. “젊은이가 여기 왜 왔느냐는 식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는 등 ‘종갓집에 모인 깐깐한 며느리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들이 학생들을 응대한 방식도 감점 요인으로 지적됐다.



 “박원순 부인 사진 봤느냐?” “돈 많이 벌어 잘 살고 싶죠? 그러면 정 후보님 지지하세요” “성경에 따르면… (정 후보를 지지해야 합니다).”



 같은 말을 해도 거부감을 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평가에 참가한 이 대학의 김혜진(23·4학년)양은 “정 후보와 그의 캠프 이미지를 ‘부자’나 ‘정몽준교’로 굳히는 말들이었다”고 했다. “정 후보를 지지해야만 하는 이유를 너무 과하게 강조해 스스로 정 후보가 밀리고 있음을 인정하는 느낌을 줬다”는 평도 있었다.



젊은 층에게 좋은 점수를 받은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
 반면 박 후보 사무실은 종로5가 광장시장 인근의 건물 1층에 있어 접근성에서 앞섰다고 학생들은 평가했다. 컵·테이블 등 집기 대부분을 재활용품 제품으로 비치했고 벽에는 방문자들이 박 후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과 리본, 낙서가 가득했다. 여기에서 ‘소통하는 후보’ 이미지가 느껴졌다고 학생들은 지적했다. 박 후보의 공약을 소개하는 책자를 여러 종류 비치해 둔 점, 자원봉사자들이 먼저 다가와 안내하며 하루 3차례 ‘사무실 투어’를 진행한 점도 점수를 땄다. 학생들은 “방문객이 요청하지 않는 한 박 후보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지 않은 것도 편안한 느낌을 줬다”고 평했다. 다만 학생 1명은 “소통한다는 걸 보여 주려는 듯한, 짜인 각본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TV토론에서 보여 준 모습과 공약 내용에 대해선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우주(24·4학년)군은 “노숙인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나 광화문에서 벼농사를 하겠다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농약급식 논란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TV토론에서) 확실하게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원(23·3학년)양도 “박 후보는 1기 재임 시절 정책이 미시적 영역에 국한됐고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샀는데 이번 선거에 내놓은 공약도 정 후보의 공약에 비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유세현장에서 박 후보가 보여 준 이벤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주경(24·4학년)양은 “박 후보가 용산가족공원에서 도시락을 먹는 이벤트를 하면서 ‘아내가 싸 준 것’이라고 얘기해 실소가 나왔다”며 “부인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니 땡볕에 이런 이벤트를 잡은 것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정 후보가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분야도 있었다. 뉴미디어 홍보였다. 박경준(27·4학년)군은 “딱딱하다고 여겨져 온 새누리당 후보였음에도 홈페이지(작은 사진)가 확연히 친근감 있게 구성됐다”고 평했다. 이우주군도 “자신의 선거활동을 친구에게 보여 주듯 써 내려간 게 좋았다. 부자 이미지를 없애고 서민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효과도 있어 보였다”고 평했다. 다만 “박원순 시장의 두 얼굴… 죄다 받아먹기” “박 시장 부인의 얼굴 감별법” 등 네거티브성 댓글들은 학생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상파 TV 3사 출구조사 결과 정 후보는 20대 연령층에서 28.5% 대 69.9%로 박 후보에게 참패했다. 격차가 41%포인트에 달해 3년 전 나경원 후보가 20대 연령층에서 박 후보에게 뒤진 격차(39%포인트)보다 다소 벌어졌다. 김택환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젊은 세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네거티브 공세를 하거나 권위적인 이미지를 보이는 후보에겐 뚜렷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새누리당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런 이유로 패배했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해 3년 만에 또다시 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경필·김진표 경기지사 후보 캠프에 대해 학생들이 매긴 성적표에선 두 후보 간에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남 후보의 사무실에 대해선 “대변인이 깍듯이 응대해 줬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공약자료를 보내 주는 등 친절하게 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후보 사무실도 “공약 하나하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 즐겁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은 두 후보의 운동원들에 대해서도 “모두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발언을 자제하고 유세도 세월호 참사를 감안해 조용하게 진행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택환 교수는 “여당 후보가 선거사무실 분위기나 운동원 유세방식에서 야당 후보에게 뒤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은 경기지사 선거에선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도 공약을 포퓰리즘식으로 내놓으면 학생들이 금방 알아채고 비판하는 현상이 확인된 만큼 정책 정당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이미지로 얻은 점수를 다음 선거에선 얼마든지 빼앗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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