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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자유주의자 집합체” … 보수 측선 “좌파 사관학교”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8 00:15
올해 개교 100주년, 종합대학 승격 20주년을 맞은 성공회대가 지방선거에서 두 교육감을 배출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용철 기자



[6·4 지방선거 리뷰] 서울·경기교육감 배출한 성공회대

서울 남부순환로에서 오류IC를 지나 부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성공회대학교’라고 쓰인 파란 입간판을 만날 수 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화살표를 따라 20여m 안쪽 골목에 아담한 대학 캠퍼스가 있다.



 성공회대는 2000년 캠퍼스 담장을 모두 허물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푸른수목원과 둘레길이 캠퍼스 뒤편에 자리하고 있어 학교와 숲은 경계가 없다. ‘담장 없는 학교’가 된 뒤 마을 주민들은 캠퍼스를 쉼터처럼 이용해 왔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연동로 성공회대 캠퍼스를 찾았다. 전날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성공회대는 서울(조희연 사회과학부 교수), 경기(이재정 석좌교수) 두 곳의 교육감을 배출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과 교수들은 “두 교육감 후보가 당선된 것은 축하할 일이고 기대도 크지만 성공회대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비판적 지식인 배출 … 좌파 일색 아니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았지만 성공회대는 잘 알려진 대학이 아니다.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채 20년이 되지 않는다.



 보수진영에서는 성공회대를 일컬어 ‘좌파 사관학교’라고 부른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경제학) 교수를 비롯해 조희연·김동춘·조효제(사회학), 한홍구(역사학), 정해구(정치학) 교수 등 사회참여 성향이 짙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영입되면서다.



 학교 구성원들은 “성공회대가 우리 사회 비판적 지식인을 길러내는 데 역할을 한 건 사실이지만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좌파 일색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유로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주장이다.



 김명호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성공회대는 자유주의자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성공회대가 좌파대학 아니냐고 하지만 자유주의자들이 모인 곳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 사관학교’라는 평가에도 동의합니다. 사실 나만 해도 회색분자거든요. 성공회대가 좌파대학이었다면 제가 14년이나 여기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오히려 교수층은 균형적으로 포진해 있어요. 돌아가신 김진만(중세영문학자) 교수 같은 분을 누가 좌파로 봅니까. 우리나라 대학이 관료적인 데 반해 성공회대는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교수들은 맘 편하게 하고 싶은 연구하고,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학풍을 만들어 온 거죠.”



 성공회대는 1914년 성공회(영국 국교회)가 강화도에 설립한 성미가엘신학원이 모체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 폐교를 당하기도 했고 한국전쟁 동안에는 끝까지 학교를 지키던 원장 이도암 신부와 교수 조용호 신부가 공산군에 납치돼 순교하는 아픔도 겪었다.



 61년 지금의 캠퍼스로 이사 온 성공회대는 80년대 4년제 대학으로 인가받으면서 정규 대학으로 변신을 모색했다. 88년 김성수 주교가 이사장으로, 이재정 신부가 교장으로 취임했다. 94년 종합대로 승격하면서 학교 이름도 ‘성공회대학교’로 바꿨다. 신문방송학과·일어학과·정보통신학과·중어중국학과 등이 설립되면서 종합대의 외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재정(초대·2대 총장) 신부와 김성수(3·4대 총장) 주교가 번갈아 총장을 역임하며 현재의 학풍을 만들어 왔다.



‘성공회대 외연 확대’ 해석엔 동의하지 않아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자가 국회의원(전국구)·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여러 교수가 사회단체 활동을 하긴 했지만 2명이 한꺼번에 선출직 공무원직에 출마한 것은 성공회대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진보세력의 브레인’ 역할을 해 온 성공회대가 외연(外延)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날 만난 성공회대 교수들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신문방송학과 김서중 교수는 “두 분의 출마는 우발적이었다”고 말했다.



 “조 당선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차원에서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물색하는 역할이었어요. 다들 고사하시니까 어쩔 수 없이 본인이 나가게 된 거죠. 사실 우린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봤어요. 이재정 신부님도 서울교육감 후보직을 고사하다가 조 당선자보다 늦게 경기교육감 출마를 결심하셨고요. 오랫동안 사회참여 운동을 해 온 성공회대의 경험과 느슨한 관련은 있을지 모르지만 성공회대의 외연이 확대되거나 영향력이 커진 건 아니라고 봅니다.”



 김진업(사회과학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성공회대는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두 분이 교육감으로 당선되면서 우리 학교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가치가 평가받은 것일 수는 있겠지만 학교 재단 쪽에선 ‘교육감 출마가 학교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학교 차원의 영향력 확대란 건 과도한 해석이지요.”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의 의견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학교 출신 교육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로 보긴 어려웠다.



 학보사 활동을 하는 원다솔(21·여·영어학과)씨는 “두 분이 완벽히 잘하실 순 없을 거다. 문제나 실수도 있을 거고 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올바른 가치관과 사고를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믿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공학과 이모(26)씨는 “교수님들이 잘된 건 좋은 일이지만 이재정 교수님은 지난해에 총장을 다시 하시려다 못하게 됐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연결 특성 살려 발전 모색

성공회대는 현재 개교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성공회대는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이른바 ‘부실대학’ 평가를 받은 것이다. 낮은 취업률과 장학금 비율 등이 문제가 됐다. 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 신입생의 국가장학금 지원 등이 중단된다. 종합대학 전환 뒤 20년 동안 큰 성장을 이뤘지만 진보적 사회참여 활동이나 시민단체 운동에만 너무 치중한 것 아니냐는 내부의 비판도 적지 않다.



 정해구(사회과학부) 교수는 “그동안 이뤄 온 성과와 방향, 추구해 온 가치에 대해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학생들의 취업이나 재정 안정성 같은 것에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드는 게 사실”이라며 “성공회대가 새로운 도약의 변곡점에 와 있는 만큼 구성원들의 컨센서스를 모아 중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 사이에선 “성공회 사제만 총장을 할 수 있는 교칙을 개정해 재정 지원을 끌어올 수 있는 외부 출신 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수들의 진보적 사회참여에 절대적 지원을 했던 이재정·김성수 전 총장과 비교해 이후 총장들이 너무 교육부 눈치를 본다는 불만도 있다.



 유상신(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 입학홍보처장은 “인문사회 중심 학교다 보니 취업률 등에서 교육부 평가를 잘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제한대학 선정 이후 장학금 비율도 높이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해 올해에는 부실대학 꼬리표를 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처장은 “성공회대가 그동안 강점을 가져온 시민사회와의 연결이나 아시아 대학과의 교류 등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중장기 발전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박종화 인턴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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