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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엘리트 교육 수혜자 … 교육체제 변화 꿈 접을 순 없어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8 00:07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7일 구로구 항동의 푸른수목원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산책로를 걷고 있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이 수목원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조용철 기자



[6·4 지방선거 리뷰] 9회말 역전, 서울교육감 당선자 조희연

90분간의 인터뷰에서 조희연(58)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가장 수세적으로 말한 부분은 자식 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내내 자신감 넘치고 논리적인 태도로 얘기했으나 그 대목에선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목고는 특권학교”라고 평소 주장해 왔지만 정작 그의 두 아들은 외국어고를 졸업했고, 상대 후보는 선거전에서 이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의 선거 캠프에서는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아이들의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해왔다. 그에게 “그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별로 없다”고 운을 떼자 겸연쩍은 표정으로 “송구스럽다. 솔직히 약하게 말렸다. 아이들에게 많이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돼 아이들이 영어를 꽤 하게 됐다. 특목고 입시 경쟁에서 혜택을 입은 셈이다. 자식이 일류 고교를 나와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얻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과 사회의 변화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의 큰아들 용훈(26)씨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 아들 성훈(23)씨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다.



내친김에 “줄곧 비판해 온 이른바 ‘엘리트 교육’의 혜택을 다 누리지 않았느냐”며 ‘불편한’ 부분을 찔러봤다. 그는 중학교 입시를 통해 고향 인근의 명문이었던 전주 북중에 입학했고, 1972년 당시 명문대 진학률이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던 서울 중앙고에 본고사를 치르고 진학했다. 경기고 입시에 낙방해 후기였던 중앙고로 행로를 바꿨다. 그리고 75년 서울대(사회학과)에 합격했다. 그는 “엘리트 교육의 수혜자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교육 체제에서 ‘위너’가 됐다는 것이 변화의 꿈을 접을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방어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와의 만남은 자택 근처인 서울 구로구의 푸른수목원에서 7일 아침에 이뤄졌다. 그를 알아보는 시민들이 연신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며 ‘인증샷’을 요청했다. 6·4 지방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킨 그는 어느새 인기인이 돼 있었다. 그는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강조했다. “섬세하고 따뜻한 교육감이라는 평을 듣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거 결과, 시민의 변화 열망이라고 생각

-고승덕 후보의 자녀 양육 논란 끝에 대반전의 승리를 거뒀다. 어찌 됐든 40%에 가까운 서울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들의 바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뭔가 변해야 한다는 열망의 표현으로 여기고 있다.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참혹한 입시전쟁, ‘위너’가 됐다고 해서 별로 행복하지도 않은 세상, 교육 불평등의 심화 등 현실에 대한 학부모와 시민들의 변화 요구로 생각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험악한 입시 경쟁에서 무모하게 적응하면서 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반성의 계기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리고 고 후보와 관련한 논란과 내 아들의 편지(그의 둘째 아들 성훈씨는 선거운동 막바지에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써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반듯한 부모에 대한 성원이 표출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온전히 반듯한 아버지라는 얘기는 아니다.”



-10대 공약 중 5개가 사회적 평등의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당선자가 이와 관련한 연구와 사회 활동을 오래 해온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정말 심각한가. (그의 공약에는 자율형사립고 축소, 유아교육 공교육화, 혁신학교 확대, 서울 강남·북 교육 격차 해소, 지역사회 방과후 학교 확대 등의 평등 지향적 항목들이 들어 있다.)

“한국 사회는 매우 동질적이다. 언어·문화·역사 등 다방면에서 그렇다. 이는 평등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이어진다. 미국보다 객관적 불평등 정도는 낮을지 몰라도 국민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도는 더 심각하다. 교육 불평등은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 통로가 된다. 부유층의 아들이 대를 이어 잘살게 되는 데 교육이 작용한다. 그 지점에서 교육 체계에 대한 불만이 생겨난다. ‘나는 못살아도 내 자식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게 모든 부모의 희망이다.”



-평등의 문제에서 진보와 보수의 경계는 어디인가.

“진보는 평등주의적 가치를 지향한다. 보수도 불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불평등의 불가피성을 어디까지 용인하느냐에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혁파의 대상으로 삼느냐, 아니냐가 경계가 된다. 물론 진보가 영재교육 등의 모든 엘리트 교육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불평등 구조가 국민의 평등에 대한 기대에 비해 지나치다고 보는 것이 진보의 입장이다.”



외고는 본래 목적 부합하도록 유도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가장 열심히 외쳐온 구호였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혁파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자사고가 왜 문제인가.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한 자사고는 실패한 정책임이 명백하다. 일반고의 약 세 배에 해당하는 수업료를 받기 때문에 돈에 의한 칸막이가 처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교육 효과나 입시 효과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자사고가 늘어나는 바람에 일반고는 2류 학교 취급을 받고 있다.”



-자사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시의 25개 자사고가 올해와 내년에 재지정 여부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평가를 엄격히 해서 기준 미달일 경우 일반고로 전환토록 하겠다. 평가 기준에 교육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나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효과 등의 항목을 추가해 달라고 (당선자 신분으로) 교육부에 기준 수정 요청하겠다.”



-자사고는 서울 강남에 있는 입시성적이 좋은 학교에 배정될 수 없는 다른 지역 학생들이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택하는 측면도 있다. 대치동이나 도곡동으로 이사할 수는 없지만 일반고 세 배의 등록금은 감당할 수 있는 직장인 부모가 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선택하기도 한다. 자사고를 없애면 부유층 밀집지역 학교의 학생들이 입시에서 오히려 유리해지는 평등의 역설적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다. 시뮬레이션 작업을 해보겠다. 강남·북 교육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 이를 충분히 고려하겠다.”



-특목고에서 비롯되는 교육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특목고 부분은 공약에 들어 있지 않다. 서울에 있는 세 개의 과학고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6개의 외국어고는 국제적 언어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는 없다. 특목고 문제는 좀 더 고민해 보겠다.”



교육감직 인수 때 구체 계획 밝힐 것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한 이재정 전 성공회대 총장에게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서달라고 부탁했으나 고사하자 조 당선자가 직접 출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인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 의장으로서 전직 대학 총장들을 포함해 7~8명에게 출마를 권유했다. 이 전 총장도 그중 한 명이다. 민교협은 그동안 곽노현·김상곤·주경복 교육감을 배출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접촉한 모든 이가 고사해 고심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 그 뒤 이 전 총장은 정치권 등 여러 곳에서 권유를 받아 마음을 바꿨다.”



-고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판적 지식인 조희연’이라는 시민사회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기가 아까웠다.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면서 그동안 쌓은 ‘신뢰 자산’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저명한 사회학자이기는 하지만 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공약을 살펴보니 구체성도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교육 행정가로서의 과업을 잘 수행할 자신이 있나.

“선거 전 중도적 교육단체들이 실시한 공약 평가에서 50점 만점에 42점을 받았다. 고승덕·문용린 후보는 30대의 점수를 받았다. 아직 실행계획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 교육감직 인수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들을 제시하겠다.”



-17명의 시·도 교육감 중 13명이 진보 진영에서 당선했다. 이미 연대 활동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의 급격한 변화를 걱정하는 국민도 많다.

“현재의 파행적 교육의 상당 부분은 입시제도에서 비롯된다. 입시 문제는 정부의 일이라 교육감들이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의 입시제도를 선진국형으로 개혁하도록 다른 교육감들과 연대해 캠페인을 벌일 생각이다. 시·도 교육감 협의회 기능을 강화해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내겠다. 국민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안다. 13명의 진보 교육감에게는 이제 ‘다수자의 책임’이 부여됐다. 그동안의 진보 교육감들이 부족했던 점에 대한 보완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



나는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성격

-혁신학교(토론식 수업이 많은 실험적 학교)를 현재의 세 배 규모인 200개가량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재정 소요가 많은 일이다. 예산 마련 계획은.

“학교당 연간 1억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세 개의 마이스터고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썼다. 자율형공립고에 드는 돈도 많다. 혁신학교 지원 예산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으나 문용린 교육감이 거부권을 행사해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전시성 사업 예산도 줄일 방침이다.”



-조 당선자가 워낙 급진적 학자로 알려져 보수층에서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 온건 이미지가 부각됐다는 평가도 있다.

“지금까지 써온 글에서는 급진적 느낌을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나타나는 성격은 좀 다르다. 김진균(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2004년 작고),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명예 교수) 선생님은 지식인 중에서 상당한 좌파로 분류되지만 늘 온건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분들의 영향을 좀 받은 면이 있다. ‘조희연이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본래 성격도 온순하다. 남의 말을 잘 들어 ‘귀가 얇다’는 소리도 듣는다. 특히 교육 문제는 보수·진보의 이념적 경계가 명확히 갈라지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실사구시로 문제를 풀어가겠다.”



-둘째 아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와 상의해 한 일인가.

“갑자기 글을 써 가지고 왔다. 유권자들이 ‘오버’한다고 생각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말렸다. 3일 뒤쯤 선거 캠프에서 글을 공개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해 글을 올리는 데 동의했다. 상당히 민망스러웠다. 아들의 유년 기억 중 일부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글을 고치지는 않았나.

“딱 한 곳을 고쳐달라 했다. 내가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에서 받은 돈을 기부하는 것에 아내가 쌍수를 들고 반대했다고 기술한 대목이었다. 사실 아내가 그렇게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어떤 교육감이 되고 싶은가.

“현존하는 모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 결과를 섬세하게 고려하면서 개혁을 해나가겠다. 시민과 교감한 따뜻한 교육감으로 훗날 평가받고 싶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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