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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는 겸손하게 행보는 신중하게”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 비공개 회동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8 00:03
7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전국 진보 교육감 당선자 상견례가 끝난 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자(앞줄 왼쪽)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당선자(뒷줄 왼쪽),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당선자(뒷줄 오른쪽) 등 7명이 참석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이 7일 오후 한자리에 모였다. 6·4 지방선거 뒤 처음이다. 이들은 대전시 아드리아호텔에서 회동했다. ‘상견례 및 세미나’란 이름의 이 모임은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일부 언론사 취재진이 나타나자 한 참석자는 “모인 것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저녁식사를 함께한 뒤 헤어졌다. 모임에 참여한 교육감 당선자는 이청연(인천)·장휘국(광주)·최교진(세종)·김병우(충북)·김승환(전북)·민병희(강원)·이석문(제주) 등 7명이었다. 서울의 조희연, 경기도의 이재정 당선자 등 6명은 교육감 인수작업을 맡을 실무진을 대신 보냈다. 전체 참석인원은 30여 명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시·도 교육감 당선자는 총 17명이고, 그중 진보 진영은 13명이다.



익명을 원한 한 참석자는 “당초에는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고 추진했으나 개인 일정 등 때문에 실무자 대리 참석도 가능토록 조정했다. 진도 팽목항 방문도 검토했으나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차후로 미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참한 조희연 서울 교육감 당선자는 “원래 실무자끼리의 모임으로 추진됐다”며 엇갈린 설명을 했다. 한 관계자는 “진보 진영 당선자끼리만 만나는 것에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모임에선 진보 교육감들 사이의 정책적 연대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여론의 동향에 대한 인식 공유, 대응 방향을 주로 논의했다고 한다. 한 재선 당선자는 “국민이 우리를 신뢰해 당선시켜 줬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러 계기가 작용해 기회를 부여받은 것뿐이다.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초선 당선자들에게 신중한 행보를 당부했다고 한다. 다른 재선 당선자는 “정부가 사법권을 동원해 작은 흠결이나 잘못도 크게 침소봉대할 수 있으니 모두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행정 관료들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경고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남 지역의 한 당선자는 “인사 주도권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개혁과 관련해서는 “선진국 공교육 모델 도입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전반적으로는 “몸을 낮추자”는 취지의 발언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조희연 서울 교육감 당선자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불필요한 진영 대립적 마찰을 피해 가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적대적 갈등의 영역을 줄여 가야 한다”고도 했다. “교육은 정치 공간과는 다른 ‘공존의 영역’이 돼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급진적 변화로 사회적 갈등을 빚을지 모른다는 보수층의 걱정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 갔다. 그는 특히 “이제 진보 진영 교육감에게 ‘다수자의 책임’이 부여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실사구시로 문제를 풀어가겠다. 경청과 소통의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약 90분간의 인터뷰에서 그는 ‘섬세한’이라는 수식어를 네 차례나 사용했다. 사교육시장 문제에 대해 “섬세한 고민을 하겠다”고 했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축소방침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섬세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서”라는 표현도 반복해 사용했다. 기존 제도의 변경과 새로운 정책 도입에 앞서 파급효과와 반작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평소 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를 일컫는 데 자주 사용하던 ‘특권학교’라는 표현은 한 차례도 쓰지 않았다.



그는 “자사고 설립은 실패한 정책임이 명백한 만큼 평가기준을 엄격히 만들어 이에 미흡한 학교는 일반고로 전환토록 하겠다. 교육부에 평가 기준 수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어고·과학고 등의 특목고에 대해서는 “보다 설립 목적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지만 폐지나 축소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전=유재연, 서울=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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