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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를 위한 스카프에 의한 패션 & 인테리어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8 00:02
1 실크 스카프가 돋보이는 안무를 선보인 댄스 공연.
역동적이다, 경쾌하다, 장난끼가 넘치다, 창조적이다-. 이런 단어들을 ‘실크’에 짝지을 수 있을까. 답은 100% ‘그렇다’이다. 감이 잡히지 않아 ‘왜’ 혹은 ‘어떻게’라고 되묻는 이가 있다면 긴 말 대신 보여줄 만한 게 있다. 3일 오후 7시 서울 한남동 네모갤러리에서 열린 에르메스의 ‘실크 무도회’다. 에르메스는 그간 실크 스카프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 해마다 마련해 왔고, 이번엔 ‘가면 무도회’의 형식을 빌렸다. 700여 명 손님과 함께 축제처럼 벌어진 행사는 실크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영감들을 총망라해 보여줬다. ‘변형(Metamorphosis)’이라는 올해 에르메스의 테마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었다.


3일 서울서 열린 에르메스 ‘실크 무도회’

실크 스카프로 만든 동물탈, 점술 카드…

3층짜리 오렌지색 컨테이너 건물에 마련된 무도회장. 입장과 동시에 손님들의 얼굴은 반쯤 실체를 숨겼다. 눈 주위를 적당히 가린 크기에 스카프 무늬가 프린트된 종이 가면이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댔다. 여럿이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군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행사장은 층마다 컨셉트를 달리했다. 입구와 이어진 3층은 한마디로 미로였다.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까지 가벽을 일부러 세웠다. 30여 종류의 서로 다른 스카프들을 큰 타일처럼 이어 붙인 벽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는 전면을 거울로 만들었다. 반사가 만들어내는 무한성과 실크 스카프의 화려함이 몽롱함을 이끌어냈다.



겨우 길을 찾아 내려간 2층은 스카프가 저렇게 쓰일 수 있구나 싶은 신선한 충격으로 가득했다. 일단 스카프로 만든 말의 탈을 쓴 사람이 손님들을 반겼다. 스카프를 자르고 이어 붙여 동물의 털처럼 만든 아이디어가 위트 넘쳤다. 놀이공원에서처럼 함께 사진 촬영을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는 광경도 펼쳐졌다. 스카프로 만든 동물의 뿔과 새장을 머리에 장식한 모델들이 천천히 걸으며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2층 맨 안쪽에는 아늑한 방 하나가 꾸며졌다. 그곳에서 실크 스카프는 용도를 확 바꿨다. 소파를 감싸고 벽지 대신 벽을 치장했다. 마치 ‘왜, 이러면 안 돼?’라는 듯 과감한 시도였다. 뿐만 아니었다. 스카프는 운명을 말해주는 점괘가 되기도 했다. ‘스카프 읽어주는 방’에서는 마치 타로 점처럼 18개의 스카프가 각기 그려진 카드 중 하나를 고르면 이를 풀이해줬다. 카드에서 고른 스카프를 실제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선택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 해석의 키워드가 됐다. 재미 삼아 보기로 하고 안장 무늬가 대칭으로 있는 스카프를 골랐더니 ‘주변의 인물과 상황이 스스로의 능력만큼 중요하게 작용할 운명’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2 남녀 무용수가 서로 거울을 보듯 대칭적인 동작을 연출했다. 3 공연 후 이어진 댄스교실. 무용수들이 공연의 일부 기본 동작들을 가르쳐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4, 5 여름에 덜 활용되는 스카프를 액세서리 장식에 이용했다. 헤어밴드를 대신하는 머리 장식과 클러치를 돋보이게 만드는 리본. 6 남자의 경우 톤을 낮추고 무늬를 뺀 스카프로 멋을 내도 좋다.


실크가 출렁이는 댄스 공연

분위기가 제법 무르익자 가면 무도회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됐다. 이른바 스카프를 이용한 댄스 공연. 남녀 8명의 무용수는 각기 스카프를 한 손에 쥐고 나와 3분40초간 무대를 장악했다. 리듬체조에서의 리본·봉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듯 손놀림이 유연했다. 커플 댄스로 구성된 덕분에 스카프 두 장이 자연스럽게 교차되고 풀어지는 그림이 완성됐다.



무대 안무를 맡은 올리비에 카사마유는 파리에서 ‘I Could Never Be A Dancer’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실크를 돋보이게 만든 안무 포인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편안하고 격식 없는 무도회인 만큼 실크 스카프가 마치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보는 재미도 있지만 동작들 역시 같이 즐기고 리듬을 타기 쉽게 만들었죠.”



그는 이를 위해 새로운 춤을 개발했다. 보깅 댄스(1990년대 마돈나 5집에 실린 ‘보그’ 곡에 쓰인 안무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모델의 손동작을 이용해 리듬을 표현하는 춤)와 바로크 댄스(약 1600~1750년대까지 바로크 음악·연극·오페라와 연결된 춤)를 합친 것. 보깅에서는 포즈와 움직임을 따왔고, 바로크 댄스에서는 미뉴에트 같은 그룹 댄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면서 “남녀 무용수가 서로 마주 보고 거울을 보는 듯한 모습을 표현하는 변용에 초점을 뒀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공연 뒤에는 무용수들이 직접 무도회 손님들과 함께 짝을 지어 춤을 가르쳐 주는 댄스 교실이 열리기도 했다.



여름 스카프로 멋내는 패션리더들

이날 행사에서는 참석자들의 톡톡 튀는 스카프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었다. 어깨를 감싸 묶는 보통 방식이 아니라 목 뒤에서 끝만 살짝 묶어 앞쪽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식을 특히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여름이 다가오면서 스카프를 액세서리 장식으로 활용하는 예도 많았다. 헤어밴드처럼 머리에 묶거나, 벨트 대신 허리를 장식하는 방법이었다. 핸드백 손잡이뿐 아니라 어깨끈까지 돌돌 감싸거나 클러치의 손잡이 부분에 리본으로 묶는 방식도 개성 넘치는 활용법이었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에르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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