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라" 국민이 명령했다

중앙일보 2014.06.06 02:18 종합 1면 지면보기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절묘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에서 이긴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선거는 새누리당이 117곳을 차지해 새정치연합(80곳)을 꺾었다. 4년 전 82곳에 비해 35곳에서 약진했다. 반면 교육감 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과 보수 성향 후보의 난립 등으로 대전·대구·울산·경북 4곳을 뺀 13군데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당선됐다. 정치권 어디에서도 “우리가 이겼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방선거 사상 최초의 ‘무승부’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분석]
광역·기초·교육감 1승1무1패
여야 어디에도 힘 안 실어줘
"빈틈없는 균형감 무서워"

 광역선거의 경우 새누리당은 경기를 사수했고, 인천을 탈환했다. 전국 민심의 가늠자인 수도권에서 2대1로 이겼다. 새정치연합은 충청 4곳을 모두 승리했다. 충청권 싹쓸이는 2006년 한나라당 이후 8년 만이다.



 ‘9대 8’이란 성적표만큼 개표과정도 피를 말렸다. 경기가 0.8%포인트, 충북이 1.1%포인트, 부산이 1.4%포인트, 강원이 1.6%포인트, 인천이 1.8%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렸다. 사상 초유의 대접전이었다. 민심이 어느 한쪽에 표를 몰아주지 않은 결과다.



 기초단체장 선거결과는 광역 선거결과와는 정반대였다. 수도권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40곳, 새누리당이 24곳에서 이겨 야당이 우세했다. 다만 새누리당 당선자는 4년 전 15명에서 24명으로 늘어났고 새정치연합은 46명에서 40명으로 줄었다. 야당 광역단체장이 나온 강원, 충청 등에선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민의 빈틈없는 균형감각에 감사드린다”며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도 “여야 모두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엄중한 명령”이라고 했다.



 양당 모두 이번 선거에서 적잖은 내상(內傷)도 입었다. 선거가 끝났지만 ‘불안정 지수’는 상승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선거 내내 ‘박심(朴心) 마케팅’을 펼쳤다. 그래서 이긴 대표적인 곳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 출마한 부산(서병수)과 인천(유정복)이다. 그러나 임기가 지날수록 박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부산(박 대통령 59.8%, 서 당선자 50.7%), 대구(박 대통령 80.1%, 권영진 당선자 56.0%) 등 영남권에서 새누리당의 득표율이 떨어졌다.



특히 충청·강원에서 전패한 건 큰 부담이다. 정당 지지율이나 박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영남권 못지않은 곳으로 꼽히던 지역이다.



 이 때문에 ‘포스트 박근혜’ 시대를 구축하는 문제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백가쟁명의 혼돈이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공개적으로 당 쇄신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초선인 이상일 의원은 이날 “선전했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각고의 변화와 쇄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친박 서청원’ 대 ‘비박(非朴) 김무성’의 대결로 압축되는 7·14 전당대회가 여권 향후 권력지형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권 심판론’을 선거 전면에 내세웠다. 선거 결과에서 차기 이미지가 강한 서울의 박원순 후보와 충남의 안희정 후보가 낙승했다. 당 지지율이 뒤지는 강원을 수성하고, 중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세월호 심판 분위기 속 경기·인천을 놓쳤고, 기초단체장의 경우 경기(19곳→15곳)와 인천(6곳→3곳)을 비롯한 곳곳에서 영향력 퇴조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역의 밑바닥 정서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어정쩡한 선거 결과다. 선거 70여 일 전 깜짝 합당한 이후 친노를 비롯한 당내 강경파의 집중 견제를 받아온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의 불안정한 항해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 많다.



권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