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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마이너스 금리 시작 … 드라기의 실험

중앙일보 2014.06.06 00:47 종합 22면 지면보기
유럽중앙은행(ECB)이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을 시작했다.


묶인 돈 풀어 경기 부양 목적
미국처럼 양적완화 가능성도

 ECB는 5일(현지시간)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이와 함께 예치금리를 0%에서 -0.1%로 떨어뜨렸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겨둔 여유 자산에 붙는 이자를 말한다. 이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건 앞으로 이자를 주는 대신 보관 수수료를 물리겠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이 돈을 중앙은행에 쟁여놓는 대신 기업과 가계에 빌려주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침체와 오랜 전투를 벌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일본중앙은행(BOJ)에서도 쓴 적 없는 ‘극약 처방’이다.



 ECB는 또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인 대출에 나설 수 있도록 ‘실탄’을 공급하기 위해 저금리 장기대출(LTRO)도 해주기로 했다. LTRO는 2018년까지 실시되며 첫 규모는 4000억 유로(약 556조원)다.



 마리오 드라기(사진)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장기간 낮게 유지할 것”이라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로 지속될 경우 추가로 ‘비전통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데 ECB 정책 결정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중앙은행이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미국식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ECB가 이 같은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은 건 유럽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장기간 낮은 물가와 경기침체 지속)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8개국(유로존)의 5월 물가상승률은 0.5%로 2009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 한 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0.7%로 ECB의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친다. 돈을 시중에 풀어 물가를 끌어올리고, 유로화 가치는 떨어뜨려 수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게 ECB의 의도다. ECB의 발표 이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고 유럽 주요국 국채 값은 상승(금리는 하락)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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