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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예측조사, 3D 애니 … 수학 없인 안 돼요

중앙일보 2014.06.06 00:09 종합 26면 지면보기
박형주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수학이 실생활에 가까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카드나 인터넷 상거래 암호도 수학과 관련이 있단다. [박종근 기자]


‘수학 올림픽’ 개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8월 13~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얘기다.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ICM은 흔히 ‘수학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개막식 땐 개최국 국가원수가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시상한다. 박형주(50) 조직위원장(포스텍 수학과 교수)을 3일 만나 개최 의의를 물었다. 박 위원장은 “한국 축구가 2002년 월드컵 개최 이전과 이후로 나뉘듯, 이 대회가 한국 수학의 질적·양적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수학 올림픽' ICM 서울 대회
조직위원장 박형주 포스텍 교수
'세기의 난제' 23개 중 2개 남아
교통카드 암호화 등 인류에 도움



 - ICM은 어떤 대회인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국제학회다. 근대 올림픽(그리스 아테네)이 처음 열린 게 1896년인데 이듬해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1회 ICM이 열렸다. 수학을 자기 방에 틀어박혀 혼자 하는 ‘외톨이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통념이다. 예부터 수학자들은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난제(難題)를 해결해 왔다.”



 - 대회 유치 효과는.



 “통일 독일은 1998년 베를린 대회를 동·서독의 화학적 통합과 수학 대중화에 활용했다. 2002년 베이징 대회 전후 10년간 중국의 수학논문 발표는 3배로 급증했다. 수학계에 인재가 몰리고 국가가 앞장서 정책·예산지원을 한 덕이다. 스페인은 2006년 마드리드 대회로 국제적 주목을 받으며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



- 한자리에 모여 무엇을 하나.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한다. 1900년 프랑스 파리 대회 때 독일 학자 데이비드 힐베르트가 제시한 ‘세기의 난제’ 23개가 대표적인 예다. 이후 100년간 전 세계 학자들이 그가 던진 화두에 매달렸다. 그래도 아직 2개를 못 풀었다.”



 - 난제를 푼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학자들의 자기만족 아닌가.



 “난제는 화두일 뿐이다. 그것을 푸는 과정에서 우주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푸는 과정에서 타원곡선이론이 나왔다. 이 이론은 현재 우리가 쓰는 교통카드를 암호화하는 데 쓰인다. 인터넷 상거래 암호는 힐베르트의 난제 중 아직 못 푼 ‘리만 가설’과 관련 있다. 이 문제가 풀리면 현재 쓰이는 암호를 다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수학은 이렇게 인류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 입시교육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양산하고 있다.



 “수학을 왜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어떻게 하는지만 가르친 탓이다. 미국 대선 때 50개 주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네이트 실버는 통계학자였다. 원래 수학이론인 게임이론은 요즘 경제학에서 더 많이 쓰인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디즈니사에는 수학 박사가 수백 명 있다. 그림의 확대·축소를 자유롭게 해주는 ‘멀티 레졸루션(Multi-Resolution)’ 기법은 전부 수학 계산을 바탕으로 한다. 학생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수학은 어렵다. 쉽게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건 사기다. 어려운 걸 버틸 수 있도록 꿈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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