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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 받은 삼성전자 주가 … 지배구조 개편이 열쇠

중앙일보 2014.06.05 00:36 경제 3면 지면보기
“삼성전자 주식의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


150만원 눈앞 … 목표가 220만원까지
해외 장기·가치투자 펀드도 매입
"사업부문 분할 땐 시총 44% 늘어"
"실적 관계 없이 올라 조정 가능성"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회자되는 얘기다. 단순히 주가만 오르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사람들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까지 삼성전자를 매매했던 외국계의 주력은 신흥시장의 고성장주에 투자하던 펀드들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해외의 장기·가치투자 펀드들이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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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증권시장에서 3일 삼성전자는 147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초 13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타면서 150만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 들어 종적을 감췄던 200만원대 목표주가를 부르는 증권사도 다시 나타났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은 이른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다. 삼성SDS, 삼성에버랜드가 연이어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에 탄력이 붙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는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라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게 맞다”면서 “지배구조 이슈가 증시를 지배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손바뀜’도 이런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가치투자 펀드가 그간 삼성전자를 선호하지 않았던 결정적 이유는 배당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당을 크게 늘리긴 했지만 당기순익 중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배당성향)은 12%에 그쳤다. 글로벌 기업의 평균(36.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순환출자 고리를 통한 지배’라는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배당을 적극적으로 하고 주가를 올려야 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면서 “해외 동종 기업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일어난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가 변화하면서 이런 상황도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대주주 지분 강화, 승계과정에서의 현금 확보 필요성 때문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에게 유리한 정책들이 나올 것이란 기대다. 실제 이를 반영해 목표가를 올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2일 삼성전자 관련 보고서를 내고 목표주가를 기존 170만원에서 30%가량 올린 220만원으로 책정했다. 김지웅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5년 이후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약 40%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배구조 개편 방식과 관련해서도 증권가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는 것이다. 현실화된다면 역시 주가를 끌어올릴 소재라는 평가다. 지주회사가 분할해 나가도 사업회사가 버는 이익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채원 부사장은 “통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시가총액이 20~30% 늘어난다”고 말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를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전화·가전 전문의 4개 회사로 분할해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보수적으로 봐도 346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현재 시가총액보다 44%가량 많은 규모다. 류주형 연구원은 “사업부문별로 분할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세계 1위의 반도체, 스마트폰, TV업체에 나누어 투자할 수 있게 되고 각 사업부도 그 자체의 가치에 따라 재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빠르게 오른 주가에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영찬 연구원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다면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고 추진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주가가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임돌이 연구원도 “주가가 당장의 실적과 관계없이 오른 탓에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분간 기대감과 실적 사이에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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