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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하면 할수록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걸 손님에게 배워요"

중앙일보 2014.06.05 00:01 7면
‘미리내 가게’ 천안 1호점을 운영하는 문가경씨가 미리내 쿠폰함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에 있는 소머리국밥집 ‘부뚜막’의 음식값 계산법은 특이하다.

인터뷰 나눔 실천 '미리내 가게-부뚜막' 주인 문가경씨
"손님이 밥값 계산할 때
'뒷 사람 밥값' 미리 내면
소머리국밥 무료 쿠폰 쌓여"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먹은 음식값의 두 배를 내는 이도 있다.



자기 음식 값만 계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뚜막은 나눔 운동 실천 가게인 ‘미리내 가게’ 천안 1호점이다. 문을 연 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단골손님이 꽤 있다.



단골들은 “음식 맛에 반하고, 계산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미리내 가게의 주인 문가경(45·여)씨를 만났다.



-미리내 가게를 하게 된 계기는.



“식당을 하기 전부터 수년간 꾸준히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며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돕는 등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 6개월 전 식당 ‘부뚜막’을 개업하면서 음식으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 끝에 미리내 가게를 시작하게 됐다.”



-미리내 가게의 나눔 기부에 동참하려면.



“손님들이 자신이 먹은 음식을 계산할 때 조금이라도 더 돈을 지불하면(미리 내면) 그 차액이 기부금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음식값이 1만원인데 1만5000원을 내고 가면 5000원은 소머리국밥 쿠폰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모인 쿠폰을 틈나는 대로 확인해 식당 안 알림판에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국밥 수’를 써놓는다. 그 알림판을 보고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인근 학교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와서 먹고 간다. 일부 어르신은 내게 ‘미안하다’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기부한(미리 낸) 사람이 ‘손님’이란 설명을 듣곤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는가. 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처음 국밥을 먹으러 온 직장인이나 일반인이 미리내의 취지를 듣고 꾸준히 동참해 주신다. 이들은 이미 단골이 됐다. 인근 중소기업은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부모와 같이 온 초등학생은 미리내 운동에 대해 묻더니 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한 장을 내밀며 이것도 미리 낼 수 있냐고 묻더라. 당연히 된다고 하고 쿠폰을 줬다. 고사리 손으로 쿠폰에 액수를 쓰는 아이가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이를 지켜본 아이 부모도 몇 명이 먹을 수 있는 밥값을 미리 내줬다. 미리내 쿠폰으로 국밥을 먹었던 한 어르신이 얼마 뒤 ‘나도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고 싶다’며 밥값을 미리 내주고 간 일도 했다. 나눔은 하면 할수록 전파되고 마음의 풍요로움을 준다는 걸 손님들에게 늘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미리내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처음에는 혹시 가게의 취지가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밥 먹을 곳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다행히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전 대구에서 베이커리 가게를 운영하면서 미리내 가게도 함께 하는 사장님이 우리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결론은 ‘나눔은 믿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앞으로 운영하다 보면 어려움도 있겠지만 나눔이 주는 기쁨으로 이겨나가겠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우리 어머니는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는데도 배고프거나 가난한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도 데려다 밥을 먹이곤 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 보니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다 내 자식 같아 마음이 쓰이더라. 주변에 학교가 많다. 물론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지만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나 급식이 없는 날에 끼니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다. 미리 내주시는 음식값을 아이들이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문의 041-585-5062



미리내 가게

‘미리내 가게’는 이름 그대로 돈을 미리 내는 가게다. 어려운 이웃이 무료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먼저 온 손님이 돈을 기부해 놓는 방식이다. 안내판에 표시된 금액만큼 음식이나 커피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운동의 시초는 100여 년 전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다. 커피를 주문할 때 자신의 커피값 외에 다른 사람을 위한 커피값까지 미리 지불하면 나중에 노숙인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카페에 들러 마실 수 있도록 한 기부 운동이었다. 서스펜디드 커피가 한국식 기부 형태로 바뀐 것이 미리내 가게다. 2013년 5월 ‘미리내 가게 운동본부’가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선 뒤 현재 전국 200여 곳이 동참하고 있다.



이숙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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