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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택 기자의 '불효일기' <24화> 1만원의 효도, 간식

온라인 중앙일보 2014.06.03 11:05
사실 효도에 가격을 매길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격을 매길 수도 있다. 아니, 사실 입 밖에 내지 못해서 그렇지, 지금도 자녀들은 부모님께 뭘 해드리면 얼마가 드는지부터 따져보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굳이 외면하면서 억지로 효자가 된 듯한 착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는 없겠다.



비싼(?) 효도가 좋은지, 싼 효도가 좋을까. 아버지가 느끼는 효용의 크기와 빈도를 감안하면 글쎄다. 물론 값비싸고 좋은 것을 해드리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크겠지만, 한 번 잘 해드리고 그 이후에는 좀 소홀하느니 작은 선물이나 싼 식사를 하더라도 자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대출(나처럼 신용대출이 많지는 않겠지만, 다들 전세금이나 주택담보대출 정도는 있지 않는가)에 육아에 나가는 돈은 많고 월급은 뻔한 직장인들을 위한 소소한 효도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재화가 유한하다면, 작게라도 자주 기쁨을 전하면 그 효용은 커질 수 있다.



직장인들의 월급에 편차가 크겠지만, 적어도 월 10만원은 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을 할 것이다. 나 역시 극한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시기에도 부모님을 위해 월 30만원 정도는 병원비로 썼던 기억이 든다. 병원비가 점차 줄어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소소한 것으로 해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아버지 빌려드렸던 돈 대출금은 매달 200만원 넘게 갚아왔다. 월 30만원 갖고 으스댄다는 편견은 버려주기를 바란다.)



단언컨대, 1년에 한 번 100만원 짜리 선물을 하는 것 보다는, 1만원짜리 선물을 100번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선물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만원짜리 음식 하나 들고 온게 무슨 선물인가. 하지만 아픈 부모에게는 좋은 일상의 기쁨이 될 수 있다. 갾아들이 쿠키 사왔는데 당신도 먹어봐갿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나. 매주 한 번씩 무언가 선물을 하면, 1년이 금세 가고 부모님은 매주 새로운 말할거리, 에피소드를 얻게 된다.



1만원 짜리 선물, 뻔하다. 간식이다. 단출한 단어다. 간식. 1만원은 큰 돈이 아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셔도, 좀 비싼 것 두 잔을 시키면 금세 1만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 1만원짜리 선물은 암환자의 일상을 매일 지루한 하루에서, 기다리는 하루로 바꿀 수 있다.



내 절친한 고교 동창과의 에피소드를 말해야겠다. 미주리에 있는 한 작은 주립대에서 혼자 공부를 한 친구가 있었다. 한국에서 고교를 나와 혈혈단신 유학길에 올랐다. 가족도 미국으로 떠났지만, 학교에서 몇 백 ㎞ 떨어진 도시에 있었다. 매일 아침은 샌드위치, 점심은 맛 없는 구내식당 파스타. 그마저 한인 학생회도 몇 명 수준인 곳이었다. 어린 마음에 나는 크라운 산도 한 박스를 샀다. 미국에 우편으로 부쳤다. 보험을 해야 한다고 하여 보내는데만 6000원이 들었다. 과자값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3000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우편에서 던져버렸는지, 과자는 산산조각나 가루가 되어 도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학생활에 찌들어 있는 내 친구는 그 가루 산도를 탈탈 털어 입에 넣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후 그 녀석이 아이비리그 대학의 유명 치과대학원에 입학한 후 내게 보낸 편지에도 산도가 언급돼 있었다.



암환자에게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오히려 암환자 개개인의 마음가짐은 이역만리에서 혼자 유학 중인 대학생의 10배 이상 더 고독하고, 10배 이상 더 힘들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기운이 자꾸 빠져서 힘이 든다고 전화가 왔다. 다행히 지금은 통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조금씩 휘발되는 기력의 변화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또 힘이 드는 것이다.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암환자는 간식을 잘 챙겨먹는 것이 중요하다. 암으로 몸이 쇠약해 식사를 충분히, 제 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입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 먹어야 한다"고 표현하자.



지방 출장을 가게 되면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을 사다 드리는 것이 1만원 짜리 효도의 기본이다. 대전에 출장을 가면 성심당 튀김소보로, 경주에 가면 황남빵, 속초에 가면 만석닭강정 등 각종 특산물이 있다. 요즘에는 KTX 역사에도 분점이 있는 경우가 많아, 수고도 덜 들 때도 있다. 해외 출국할 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픽업하는 노력의 반만 들여도 효도는 쉽게 이루어진다. 얼마 전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 만석닭강정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 여건이 안 되어 아버지께 못 사다드렸다가 너무 안타까웠던 기억이 다시 난다.



OK캐쉬백에서 가끔씩 진행하는 1만원 이벤트도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9900점을 쓰면 과자 10종류를 보내준다고 하여 신청했었다. 주먹만한 작은 과자들이 가득 담긴 박스 하나가 왔다. 과자를 먹어도 먹는 양이 적고, 다양한 종류를 맛보고 싶어하는 아버지에게는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 "어, 아주 좋구나"라는 피드백이 온다.



자꾸 뭔가를 사가야 한다. 사갈 시간이 없으면 자꾸 보내야 한다. 받아보는 재미라도 느낄 수 있게 말이다. 내 경우 직접 들고 가지 못할 때에는 퀵서비스나 택배를 이용한다. 직접 아들이 가지는 않더라도, 아버지는 아들이 보낸 과자의 온기를 느껴보면서 한 마디 하고, 한 입 먹어보고 아들에게 전화하고, 퇴근한 부인에게 이야기하면서 같이 과자를 나눠먹는다. 이렇게만 해도 벌써 세 마디의 말할 거리가 생겨난다. 물론 일부에서는 직접 갖다 드려야지 배달이 말이 되느냐고 핀잔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갖다 드릴 날을 고민하는 사이, 1주일이 또 지나간다. 내가 아버지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소소한 말할 거리 먹을 거리를 전달 할 수 있는 시간도 1주일이 줄어드는 셈이다.



*ps.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불철주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을 전달하는 집배원분들과 택배기사분들, 퀵서비스 기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효도 쉽게 합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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